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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닉 푸드(ethnic food)란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특정 민족을 상징하고 대표할 수 있는 민족음식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 각 나라의 고유한 민족적 음식을 뜻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서아시아 등과 같은 제3세계 음식을 가리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족을 뜻하는 ‘에스닉’의 뜻 그대로, 동서양 구분 없이 특정 나라의 민족음식을 파는 곳을 에스닉 레스토랑으로 인식하는 추세다.

안암동에도 에스닉 레스토랑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에스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은 한국인도 있지만, 타국으로 이주해 와서 본토의 맛을 선보이는 외국인도 있다. 안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외국인 사장 3명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한국에 와 음식점을 차리게 됐는지 들어 봤다.

 

# 개운사길 케밥 트럭- 파키스탄에서 온 긍정 아저씨

개운사길 한솥 도시락 옆 공터에 하얀 트럭이 가만히 서서 고기 냄새를 풍긴다. 터키 케밥을 파는 트럭에선 어두운 밤과 대조되는 전기구이의 빨간 불빛 앞에서 닭고기가 익어가고 있다. 꼬치에 겹겹이 꽂힌 닭고기들은 노란 기름을 뚝뚝 떨어뜨린다. 트럭 주인 알리(남·55)는 칼을 45도 각도로 세워 겉면에 익은 고기를 얇게 발라냈다. 케밥을 사며 알리에 대해 질문해도 되냐고 묻자, 알리는 활짝 웃었다. “뭐든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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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밥 트럭을 운영하는 아가 무함마드 라자 알리(Agha Muhmmed Raza Ali)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16년 전 알리는 무역업을 하기 위해 고향인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무역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2010년에 차린 인도 식당은 3년이 지나 문을 닫기도 했다. 먹고 살기 위해 알리는 그동안 다양한 방송에 출연하며 돈을 벌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경력이 돼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집트 대통령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가 안암동에 와 케밥을 팔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월부터다.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는 개운사길에서,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참살이길 이삭토스트 앞에 트럭을 세워 놓는다. 트럭에서 알리는 닭고기 케밥을 판다. 원래 케밥은 소, 양, 닭고기를 모두 한 꼬치에 끼워 굽는 음식이지만 소, 양고기는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간이 트럭에선 팔 수 없다 했다. 케밥은 터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에서 일상식으로 먹는다. 다만 한국에선 ‘터키 케밥’이 사람들에게 익숙해 알리도 터키 케밥이라 이름을 달고 장사한다. 

알리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장사하는 이 시간이 힘들어도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야만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와 인터뷰하는 동안 트럭을 다녀간 손님들은 모두 알리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알리가 개운산길 한솥 도시락 가게 앞에서 장사를 하면 도시락 가게 사장은 트럭으로 와 알리와 농담을 나눴다. 알리는 그가 잘 웃는 사람이라 자기와 잘 맞는다며 자랑했다. “나와서 사람 만나면 배워가는 거 많아. 특히 다양한 나라 사람 만나보면 그 나라가 어디에 있고, 무엇이 유명한지 알 수 있어서 배우는 게 많아.”

 

# 사마르칸트- 제3의 고향 같은 우즈베키스탄 음식 전문점

“여기부터 저기까지 다 우리 가게예요.” 아모노브 셔니어스(동국대 경제15)는 동대문구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에 있는 한 골목을 따라 걸으며 말했다. 그는 골목 입구에 있는 사마르칸트부터 골목 끝에 있는 사마르칸트까지, 모두 네 군데의 식당을 소개했다. 골목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사마르칸트가 동대문구에서 처음 우즈베키스탄(우즈벡) 음식을 선보인 가게이자, 안암동 참살이길에 위치한 사마르칸트의 본점이다. 셔니어스는 사마르칸트 사장의 아들로 현재 안암동 사마르칸트를 담당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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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마르칸트' 주방장(좌)과 아모노브 셔니어스(우)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안암동 사마르칸트는 본교 졸업생인 셔니어스의 누나 릴리가 2008년도에 낸 분점이다. 재학하던 당시 릴리는 학교에 중앙아시아인이 꽤 있지만 정작 그들을 위한 음식점은 없단 생각에 가게를 열었다. 처음엔 바(bar) 형태로 운영해서 양꼬치에 보드카, 러시아 흑맥주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인 손님도 꽤 있었는데, 특히 노문과 학생, 교수가 많이 찾았다. “노문과 교수들은 러시아에서 느꼈던 맛을 찾으러 왔고, 학생들은 러시아어를 써보기 위해 왔어요. 신입생 환영회나 시험 끝나고 교수가 학생들을 데려오기도 했어요.”

가게 이름 사마르칸트는 우즈벡 제2의 도시 이름으로 셔니어스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이다. 셔니어스의 부모가 한국에서 음식점을 차리면서 그의 가족들은 2003년부터 한 명씩 차례로 한국으로 이주했다. 셔니어스의 외할머니는 1992년 한러수교 이후부터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옷을 도매해 우즈벡에서 파는 보따리상이었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장사하던 외할머니를 따라 그의 어머니도 한국을 자주 드나들었다. 1990년대 중반엔 광희동 주변 공장과 동대문 시장에서 일하는 중앙아시아인이 늘어났는데, 정작 이들을 위한 음식점은 없었다. 이에 셔니어스의 부모는 광희동에 이들을 위한 음식점을 개업했다.

셔니어스의 가족이 음식점을 차리기까지 많은 한국인의 도움이 있었다. 외할머니의 거래처 사람들부터 가게를 차린 건물 주인까지, 낯선 음식을 파는 이들을 도왔다. 셔니어스는 음식점 주변 한국인 상인들과의 관계는 본점 건물주인 덕분에 어렵지 않았다 “건물주인 할아버지가 이 동네에서 존경받는 분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가게에 있는 한국인들을 우리 가게로 데리고 와서 음식을 맛보도록 이끌어줬어요.”

이제는 셔니어스의 가족이 중앙아시아인의 한국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셔니어스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아직 한국말이 서툰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병원에 가야할 때 함께 가주거나 한국어를 가르쳐준다. 해가 지면 금식이 풀리는 라마단 기간 중 하루는 식당을 개방해 무슬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가게를 열은 2003년부터 라마단 기간에 꾸준히 해오던 거예요.” 사마르칸트는 타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중앙아시아인들에게 제3의 고향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인디아 팰리스-네팔인 사장이 운영하는 인도커리 음식점

전통 화덕인 ‘탄두르’를 구경해도 되냐고 묻자 사장 라나 아미타(남·29)와 요리사들은 분주하게 부엌을 치우기 시작했다.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나마스떼(고맙습니다)”를 되풀이하자 그들은 괜찮다는 의미로 합장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커다란 항아리 모양의 화덕을 신기하게 쳐다보자 아미타가 흔쾌히 인도 전통 빵인 ‘난’을 만들어주겠다 했다. 요리사 사리그람 보렌(남·30)은 밀가루 반죽을 꾹꾹 눌러 얇고 넓적하게 만든 뒤 탄두르 벽면에 착 던져 붙였다. 참숯으로 뜨겁게 달궈진 탄두르 안에서 얇은 반죽이 올록볼록 기포와 함께 노릇하게 구워졌다. 신기한 광경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아미타는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 사람들이 난을 정말 좋아해요. 피자 도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맛은 또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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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아팰리스' 사장 라나 아미타(Lana Amita)와 그의 부인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인디아 팰리스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정통 인도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인도음식 전문점이다. 네팔 출신 사장 라나 아미타가 요리사 두 명과 함께 2015년 11월부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요리사들은 인도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워 한국에 들어왔다. 사장 아미타는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EPS)에 등록된 국내 이주노동자로, 2010년경 한국에 입국해 5년 정도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작년에 인디아 팰리스를 인수했다. 아미타에게 공장에서 일을 그만두고 음식점을 운영하게 된 이유를 묻자 아미타는 서투른 한국말로 “이유 없어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인터뷰가 끝나갈 쯤 아미타는 한 번 먹어보라며 네팔식 놋그릇인 ‘헌디’에 커리를 담아 내줬다. 평소엔 서양식 접시에 내어주지만 번쩍이는 그릇에 담겼을 때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며 특별히 헌디를 꺼내준 것이다. 인도나 네팔 사람들이 오면 고향 모습 그대로 네팔식 그릇에 음식을 담는다 했다. “사실 음식점 말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고향에서 먹는 음식 알리고 싶어서 음식점 하기로 했어요. 한국인도 인도 음식 잘 먹으니까요. 우리 음식 괜찮거든요.”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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