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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는 승리했다”. 요즘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지난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81일에 걸친 탄핵 소추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첫 탄핵 인용이 결정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시민들의 가슴 속에 떠오른 첫 마디, 그것이 바로 “정의는 승리했다”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은 헌정 사상 최악의 사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었습니다. 대통령은 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부여해 준 권한을 남용하고 신뢰를 저버렸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이자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이 앞장서 민주주의를 짓밟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습니다. 이러기를 수 개월, 이제 촛불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되었고 시민들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이번 촛불 집회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그 동안 집회라 하면 다소 과격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프로 시위꾼과 같이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타날 만큼 사회적인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촛불 집회는 달랐습니다. 집계 방식의 논란은 있지만 최소 수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가했고, 시위 역시 비폭력을 표방하며 차분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집회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시위에는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전의 집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이 집회에 대해 가지는 거부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전처럼 과격한 집회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입니다. 또한 집권 여당이 보수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여하여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진보, 보수를 떠나 잘못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사회의 공익을 위해 진영 논리를 제쳐두고 한 뜻으로 뭉쳤습니다. 이번 촛불 집회는 촛불 민주주의로 불릴 만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호응과 참여를 불러 일으켰고, 집회 과정에서 보여준 성숙한 시민 의식은 해외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돋보였습니다.

 

 사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는 국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는지 모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 투표는 시민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자 강력한 권리라 부르짖으면서도 막상 선거일이 되면 투표율은 저조하고, 후보들을 따져 보지도 않고 대충 투표하는 등 그 동안 우리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에 대한 대가이자 경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국민들은 정치권에 대한 관심과 견제가 없을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가를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 헌법의 이름 아래 당연히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에 경악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앉아서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과 상처를 남겼습니다.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직무 유기, 일개 민간인이 한 나라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시민들이 침통함 속에 좌절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모든 잘못들이 법의 이름 아래 단죄되면서, 정의란 실제로 존재한다는 한 줄기 희망 역시 비쳐 들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이 싹텄습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근육을 찢어야 합니다. 찢어진 부분은 고통을 안겨주지만, 그 고통을 감내하면 근육은 아물면서 더욱 굵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도 우리 사회의 근육통일 것입니다. 비록 너무나 아프고 슬프지만, 우리 모두가 같이 고통을 분담하고 이겨낸다면 대한민국 사회는 이전보다 더욱 단단하고 성숙해질 것입니다.

 

유준석 기자 (dbwnstjr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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