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가 살아났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정기전을 앞둔 고려대 농구부 이민형 감독이 던진 출사표다. 작년 정기전에서 58대 74로 완패한 농구부는 그 후 1년 간 절치부심했다. 학기 중 성적은 부진했지만 부상선수들이 복귀했고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지난해 패배를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농구부는 지난 2월, ‘MBC배 2010 전국대학 농구대회’ 준결승에 진출하며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 예선에선 동국대, 단국대, 건국대를 상대로 3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결선에 진출한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하지만 올 초 부상선수가 속출하며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 3월 개막한 ‘2010 대학농구리그’에선 개막전부터 내리 5연패를 당하며 12개 대학 중 단독꼴찌로 추락하기도 했다. 리그기간 내내 유성호(사범대 체교07, 센터), 김태홍(사범대 체교07, 포워드), 정창영(사범대 체교07, 가드), 박재현(사범대 체교10, 가드), 이정제(사범대 체교10, 센터) 등 많은 선수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팀에 적신호가 켜졌다. 선수들의 잇단 부상은 팀 조직력 저하와 주전선수들의 체력고갈을 가져왔다. 체력고갈은 다시 부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민형 감독은 “교체할 선수가 없으니까 전술 운용은커녕 선수들 체력관리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며 “선수들이 하루빨리 부상에서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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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대신문 news@) | 대학농구리그에서 초반 5연패 이후 4승 3패로 선전했지만 전체적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개막전이었던 연세대와의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양 팀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팽팽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과는 한 점차 석패였다.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경기 중반까진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3쿼터 들어 고려대 선수들의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실책이 늘어났다. 유성호는 연세대 김승원(연세대 체교08, 센터)과 김민욱(연세대 체교09, 센터)을 무리하게 마크하다 5반칙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경기를 지켜 본 김동광 한국프로농구(KBL) 경기이사는 “부상 선수가 많아 체력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고려대가 선전했다”며 “부상선수가 돌아오고 체력문제만 보강하면 이번 정기전 승리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올해 전반기 농구부의 성적은 부진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성적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노승준(사범대 체교08, 포워드)은 대학농구리그 전반기 평균득점 18.4점(6위)과 평균리바운드 8.9개(10위)를 기록했고, 어시스트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정창영은 평균어시스트 5.7개로 팀의 전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고려대는 팀 득점, 리바운드, 3점 슛, 어시스트 같은 주요부문에선 오히려 연세대에 앞서고 있다<표참조>.
그동안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박재현, 정범수(사범대 체교07, 가드), 조찬형(사범대 체교08, 가드)도 이번 정기전에 출전이 예상된다. 루키 박재현은 대체 선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정창영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줄 거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재현의 고교스승인 최진환 경복고등학교 농구부 감독은 “박재현 선수는 2009년 경복고가 2관왕을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라며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알고 급박한 순간엔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것이 그의 장점”이라고 평했다. 박재현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건국대 전에서 12득점을 넣으며 경기감각을 회복했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보완했다 올해 이민형 호의 화두는 ‘단합’이다. 전술훈련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갖은 내홍에 시달려 어수선해진 팀 분위기를 바로 잡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팀의 주축선수인 4학년 선수들은 선배로서 모범을 보이고 궂은 플레이도 도맡아 하며 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주장 정창영은 “선배가 열심히 하면 후배는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며 “현재 우리 팀의 분위기는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공격력은 우수한데 반해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득점은 리그 전반기 총득점 997점, 경기당 평균 83점으로 3위에 랭크돼 있지만 실점은 경기당 평균 83점으로 12개 팀 중 9위로 쳐져있다. 이민형 감독은 수비진의 부진이 체력부족에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방학동안 근지구력 강화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7월부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박근영 트레이너는 “처음엔 선수들도 훈련을 힘들어했지만 다들 잘 따라왔다”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이 상당히 향상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농구부는 체력훈련과 함께 지속적으로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치르며 실전감각을 길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한 수 위의 프로선수들과의 경기를 준비했다”며 “비록 프로팀과의 경기에서 이긴 적은 없지만 때론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자신감을 키웠다”고 말했다.
방심불허, 무서운 기세의 연세 아무리 내가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도 상대가 더 열심히 준비하면 이길 수 없는 게 고연전이다. 연세대의 준비상황은 어떨까? 대학농구리그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던 박경상(연세대 체교09, 가드), 김민욱, 김지완(연세대 체교08, 가드) 등이 부상에서 회복해 복귀를 준비중이다. 세 선수 모두 바로 전력에 투입 가능한 선수들로 고려대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연세대는 대학농구리그에서 10승 2패로 3위다. 연세대의 가장 큰 강점인 ‘짠물수비’가 빛을 발했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총득점은 962점(7위)으로 고려대에 비해 낮지만 총실점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851점이다. 김승원과 김민욱이 버티고 있는 연세대의 골밑은 쉽게 공략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타개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기전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연세대의 방패를 고려대의 창으로 뚫을 수 없다면 깨버리는 투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