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현장에서 연행되지 않으려면..

by MIRIYA posted Jun 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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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13번 드나들고 대법원까지 가본 05학번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조언 될까 싶어 글 남깁니다.



시위때는 일단 눈에 잘 안띄어야 하고, 대열의 가장자리에 있으면 안됩니다.

보통 경력과 대치상태에서 계속 경고 방송 나오고 가끔 물대포 쏘고 그러다가,

새벽 1시쯤 넘어가면 지하철 타고 갈 사람 다 갔다 생각해서..

그때부터 진압 시작합니다.


어떻게 진압하냐면.. 

의경 특공부대가 대열의 가운데를 돌파하며 무리를 쪼개는 식으로 전술 구사를 하는데요,

이때 괜히 막으려 들지 말고 후딱 뒤로 빠져서 집에 가는게 상책입니다.

그리고 전경들이랑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을때는 너무 앞에서 나대면 방패 사이로 끌어당겨 연행해버립니다.

뒤에서 사다리 받치고 체증사진 많이들 찍구요..

딱히 폭력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체증사진은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뿐이지 나중에 재판할때 불리하게 작용하는건 없습니다.

아 그리고 괜히 차 때려부수고 청와대로 쳐들어가겠다 지랄하는 사람들은 프락치거나 또라이므로 앞에서 뭘 하던 가만 놔두십쇼.

이건 정말 재판 들어가면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정말 나쁜 불법행위이므로 나대지 마시길.


뭐 정말 의경이 몽둥이로 패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 다시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땐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일테니 제가 더 코멘트 할 부분은 없겠네요..

의경들은 굉장히 잘 조직되어있고, 시위대는 의경들에게 수적 우위밖에 가진게 없습니다.

저도 친구 두명이나 의경 나왔고, 다 우리 또래 사람들이 불우하게 명령에 따르고 있을 뿐입니다.

농민 시위처럼 죽창 쪼개서 눈찌르고 방패 밑부분 땡겨 들춰서 다리 찌르고 이럴게 아니면 그냥 평화롭게 합시다..




그리고 만약 연행당할 경우 미란다원칙 정확히 고지하는지 기억해두시구요,

경찰에서 조서 작성할때 이상한거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나중에 변호사 불러서 입회 하에 조서 작성하게 할수도 있습니다.

굳이 머리 안돌아가는 상황에 억지로 답할 필요는 없어요.

진술서 쓴거.. 나중에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 안됩니다. 다 엎어버릴 수 있어요.

전 그냥 진술 거부하고 변호사 부르는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예전 촛불 정국 당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즉 민변에서 관련인원 전부를 무료 변호해주기로 했습니다.

저도 그래서 무료로 변호 받았구요, 이번에도 아마 민변에서 무료 변호를 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경우엔 2006년 광우병 정국때 6월 1일날 광화문에서 연행되었구요,

교보문고쪽 코너에 세워져있던 전경버스 위에서 다른 기자들이랑 시위 현장 사진을 찍다가..

시위 해산이 종료되고 슬슬 집에 가려는 찰나에 밑에서 내려오라 해서-_-;;

내려왔더니 기자증 없다고 연행-_-;;;;;


거의 이틀을 유치장에서 있었구요, 

이후에 즉결로 벌금 200만원 고지서가 날아왔는데..

아니 내가 뭐 때려부수고 난리부린것도 아니고 버스 위에서 사진 찍었는데 200을 내라니요.

이 경우 그냥 눈물 머금고 내지 마시고 정식재판 청구하셔야합니다. 제 경우 정식재판 청구했고..

민변쪽 변호사분이 제 변호를 해주었습니다.


재판은 거의 3년을 받았습니다.

법정만 13번인가 들락거렸네요. 굉장히 심적으로 피곤해집니다.

저는 공익근무요원 신분이었는데, 이거 국가기관 출석한다 하면 휴가 내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장 다니는 사람이나 학생의 경우, 지방 사는 분들의 경우 일상 생활이 거의 붕괴될거에요.

이 미친놈들은 아침 11시에 기일을 잡아놓고, 당일 10시에 공판 취소를 해버리는 경우도 두번이나 있었습니다.

연가 쓴 사람들의 경우 굉장히 난감해지지요..


그리고 재판 받게 되면 막상 할게 별로 없습니다.

초반에 입장 정리해서 문서화 하고, 나중에는 이름이랑 주소 이런거 부르고 네네 두마디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

진짜 별거 없고 그닥 무섭지도 않기 때문에 걱정 안하셔도 되요.


일반 법원에선 판사 한명만 나오다가, 고등법원에선 판사 세명이 나오고, 대법원에선 판사 다섯명이 나옵니다.

검사놈이 1심에서 무죄 판결 나니까 항소하고, 2심에서 무죄 나오니까 상고하고, 3심에서 무죄 나오니까 조용하네요. 어휴..

검사들 아주 돼지같은 놈들이고, 이 세상은 돈 있는 사람, 권력 있는 사람 위주로 돌아갑니다.

법이란게 합법적으로 사람을 엄청나게 피곤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가능한 연행당하지 말고 안전하게, 정치권에 학생들의 여론을 확실히 보여주도록 하세요.


한나라당을 지지하던 어디를 지지하던 상관 안합니다만, 매년 선거철에 투표는 꼭 하시구요.

투표 안하면 정치인들은 우리 젊은이들을 신경 안써도 될 호구로 봅니다.

찍을 놈이 없어서 투표 안한다? 기권 역시 정치적 행위입니다. 무척 비겁하고 더러운게 기권이에요.

제일 못난놈이 당선되지 않도록 투표는 반드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