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쿠플존 KUPLEZONE

조회 수 1662 추천 수 15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고대신문이 지난호(1645호)에서 안암캠퍼스 학생이 세종캠퍼스 학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1면 머릿기사로 다뤘다. 고대신문답지 않은 미성숙한 보도도 아쉬웠지만 입학성적이란 잣대 하나에 매몰된 안암 학생의 편견이 더 아쉬웠다. 

대학공동체가 하나의 단위로서 일체감을 느끼는데 입학성적이 그렇게 중요한가. 같은 캠퍼스 안의 단과대나 학과, 다른 대학들 간에도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입학성적에 따른 우월감이 공동체의식의 형성에 주된 근거라면, 그것은 유치한 엘리트주의이며 자가당착이다. 내가 속한 학과, 캠퍼스, 대학에 따라부지런히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를 왕래한다면 얼마나 처량하고 비루한가. 그러는 사이 소속에 대한 긍지나 공동체의식은 실종되고 나의 정체성조차 끊임없이 흔들리는 레이더 형(radar-type)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존재하는 사실을 다시 끄집어 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린 이미 과도하게 입시나 학력 위주로 서열화 된 이 땅의 대학들과 그것을 조장해 온 사회 그리고 학력위주의 보상체계를 확대재생산하는 철옹성 같은 기득권구조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다. 우린 대학이 더 이상 사회적 상향이동의 통로가 아니라 빈부의 대물림을 초래하는 난공불락의 도구로 변질되었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런 체제가 요구하는 바에 순응하여 마침내 원하던 대학 입학이라는 성취를 따낸 수많은 엄친아들과 딸들의 자부심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성취란 것은 모두 사회적 산물이다. 우리의 개인적 성취를 사회적으로 소비하여 작게는 자기가 속한 대학과 넓게는 한국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야 마땅한 일이다. 지난 6.2지방선거 결과가 이 땅의 젊은 지성을 열광시킨 이유가 무엇이며, 진보적 교육인사를 대거 당선시킨 이 땅의 젊은이를 나 같은 기성세대가 뜨거운 박수로 환호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지난 호 <고대신문> 보도의 방향은 이미 존재하는 캠퍼스간 벽을 허물기 위해 학교와 학생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 닿아 있어야 했다. 설문조사의 자료는 그런 목적을 위해 조심스럽고도 은밀하게 활용됐어야 옳았다.   

안암 학생처럼 세종 학생도 이미 고려대라는 이름의 학교를 선택하여 입학한 고대생이다. 그것이 전부다. 이 당연하고도 엄연한 사실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런 보도는 고려대생의 긍지가 겨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주된 변수로 작용하는 입학 당시의 학력에서 주로 기인한 것이라는 부끄럽고 불편한 실상을 드러낼 뿐이다.   

약자를 도려내자는 것은 공동체주의의 타락한 버전이다. 가능한 모든 조건에서 대등한 관계로 구성원들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주의이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사회적 편견을 과감하게 떨쳐 내는 일, 그 일에 실패하면, 우린 어느새 강자에 비굴하며 약자에 오만한 삶을 사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그 때 지성은 늙고 남루하다.

고세훈 공공행정학부 교수



  • profile
    세종인 2010.06.09 03:12
    이런 난독증이........'늙고 지루한 남성'으로 보고 응?? 했지만 읽어보니...
  • profile
    루나르도문 2010.06.09 03:12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선배입니다 2010.06.09 03:12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표형 2010.06.09 03:12
    오 제 추천으로 고대신문 칼럼이 추게로 가네요.ㅋ
  • profile
    LadyTangerine 2010.06.09 03:12
    교수님께서
    대학원 갈거면
    카이스트 포항공대 서울대 정도는 가야지 그밑으로 자존심상하게 어떻게가냐고 하셨는데
    속으로 '아...내가?' 라고 했던게 생각나네요
    안암학생도 학생이지만 저도 모르게 자격지심이..

    잘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글쓴이 추천 수 조회 수 제목 날짜
공지 필립치과 0 2866 [치과제휴혜택]필립치과 충치치료부터 치아미백까지 한 곳에서! >>> 레진치료5/치아미백17.9 - 비급여진료 최대 50%(치아미백,치아성형,충치치료,스켈링,임플란트 등) 댓글 4 file 04-13
83 봉봉 22 1697 아이유 바탕화면 스페샬 + etc 댓글 20 10-04
82 펩시콜라 14 1691 매번 제기되어 왔던 문제들 아닙니까? 댓글 1 09-01
81 cherrycoke 12 1680 개인정보 유출을 강제로 당한것 같습니다. 댓글 28 file 05-06
80 misol 32 1679 식단 보려는데 호연누리 앱 자꾸 렉 걸려서.. 댓글 10 05-29
79 Phantom7 22 1673 만사소통 학생회 후보님께 여쭤봅니다 댓글 33 11-24
78 잉여킹 14 1663 본격 미터 후기 만화 1 댓글 5 file 01-22
» 고대신문 15 1662 [1646-고성방가] 늙고 남루한 지성 댓글 5 06-09
76 KDBS 17 1651 2014년 12월 1일 (월) "전정 횡령 사태, 불완전한 시스템이 만든 예고된 재앙" 12-01
75 세종인 24 1615 한대련이 핫이슈이긴 하나보네요. 댓글 14 03-29
74 CHANN 32 1612 새내기 게시판과 관련해서 조금 답답해서 글 올립니다 댓글 7 12-11
73 Festina 18 1608 조선은 대단한 나라 (스압) 댓글 15 07-26
72 세종인 36 1605 쿠플존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댓글 37 11-16
71 요기잉네 15 1603 등록금왕 이명박.jpg 댓글 7 06-11
70 쑥게대통령 17 1599 오바마 선배 댓글 14 06-29
69 KDBS 10 1592 [KDBS 속보]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 찬성...'찬성률 71.04%' 댓글 7 06-17
68 심플보이 11 1550 여러분은 평범한 대학생과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댓글 5 04-12
67 얌얌님누구에요 19 1550 세종인님 너무 훈훈하게 생긴것 같지 않나요? 댓글 12 11-14
66 똥강아지 31 1536 개강총회는 잘 하셨습니까?! 댓글 13 03-15
65 개발자 11 1535 불량 이용자 접속제한 안내 댓글 6 09-29
64 과학기술대학학생회장 29 1524 <과학기술대학 국가대표 학생회> 정책투표에 대한 입장표명 댓글 4 file 03-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Next
/ 13
글 작성
10
댓글 작성
5
파일 업로드
0
파일 다운로드
0
게시글 조회
0
추천 받음
10
비추천 받음
-1
위로 가기
고려대 포털 블랙보드 도서관 버스정보 오늘의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