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과 친해지기 : 뮤지컬의 꽃, ‘넘버’

by 규규규규 posted May 16,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뮤지컬과 친해지기

: 뮤지컬의 꽃, ‘넘버’

 

 

 

  친구들과 뮤지컬에 관한 간단한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들은 대개 필자가 ‘뮤지컬적 용어(뮤지컬 공연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곤 한다. 넘버, Rep, 런스루 리허설, 쿼트러플 캐스팅 등, 생소한 어휘들이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뮤지컬 용어를 알고 싶으면 스스로 검색을 해서 설명을 찾아보아야 하는데, 크게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귀찮은 감이 없지 않다는 말까지 덧붙여주었다. 필자는 그러한 부담이 혹여 여러분이 앞으로 뮤지컬을 관극하는 데에까지 영향을 미칠까 싶어, 이어지는 몇 편 정도의 칼럼에서 주로 사용되는 뮤지컬 용어들을 다루어보려고 한다.

 

  뮤지컬의 꽃 '넘버'

  이번 편에서 다룰 용어는 뮤지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용어, ‘넘버(Number)’다. 넘버란 뮤지컬에 사용되는 음악을 말하는 것으로, 영화에서 사용되는 ‘OST’와 비슷하다. 뮤지컬은 음악, 연기, 춤 등이 어우러진 집합체의 개념이지만, 그 중에서도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연예술의 한 장르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에서의 넘버란 꽤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넘버는 극과 전혀 동떨어져있는 음악이 아니기 때문에, 넘버만 들어도 뮤지컬 한 편의 내용을 알 수 있다는 말도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넘버의 가사에는 그 곡을 부르는 인물들의 감정이 담겨있고, 스토리가 담겨져있다. 그렇기에 뮤지컬 관극에서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바로 넘버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스크린샷 2016-05-16 오후 9.13.45.png  스크린샷 2016-05-16 오후 9.14.14.png

 

  요즘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은 크게 소극장 뮤지컬과 대극장 뮤지컬의 부류로 나뉜다. 소극장 뮤지컬들은 100분, 대형 뮤지컬들은 150분 이상의 긴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렇다면 뮤지컬의 러닝타임을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넘버들이 필요할까? 몇 개 뮤지컬을 예로 들어보자면,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경우는 2막의 공연이 진행되는 가운데 총 27개의 넘버가 삽입되고, 뮤지컬 <위키드>에는 마찬가지로 2막이 공연되는 동안 총 21개의 넘버가 삽입된다. 여타의 뮤지컬도 별반 다르지 않게 대부분 25개 내외의 넘버들이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나 많은 넘버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격정적인 장면을 표현한 넘버나 뮤지컬 전체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넘버는 그 작품의 ‘대표 넘버’로 꼽히기도 한다. 이제 잘 알려진 뮤지컬들 가운데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작품의 ‘대표 넘버’를 알아보며 넘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마치기로 하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대표 넘버 ‘난 괴물’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셀리(Mary Shelley)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충무아트홀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왕용범이 제작한 한국의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당시, 군의 요청에 의해 '죽지 않는 군인'을 연구하게 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친구 앙리 뒤프레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AKR20140314050700005_02_i_59_20140314095205.jpg

 

  빅터는 어린시절 불우하게 부모님 잃고, 생명 창조를 꿈꾸는 인물로 그려졌다. 빅터는 신체 접합술의 대가인 앙리를 만나 뜻을 같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앙리가 희생 되고, 빅터는 홀로 실험을 완성시켜 생명창조에 성공한다. 그러나 빅터는 괴물이 된 앙리를 버리고,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인 빅터를 찾아와 복수를 하게 된다.

  이러한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넘버 ‘난 괴물’은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피조물(앙리)이 자신을 만들고 버린 창조주 빅터 프랑켄슈타인에게 분노를 발산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난 괴물’은 사람들로부터 버려지고 상처받은 괴물의, 내면의 상처와 분노가 여과없이 표현된 넘버다. 이 곡은 영향력 있는 곡이 꽤나 많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에서 대표격의 넘버로 꼽힐 정도로 인물의 감정을 잘 드러냈고, 스토리의 진행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해낸 넘버였다고 볼 수 있겠다.

 

 

 

차디찬 땅에 홀로 누워

눈물이 뺨을 적시네

이것이 외로움

혼자만의 슬픔

이 세상에 혼자 단 하나의 존재

철침대에서 태어난 나는

너희완 달라 인간이 아냐 그럼 나는

뭐라 불려야하나

나의 신이여 말해주소서

도대체 난 뭘 위해 만들었나

단지 취미로 호기심에 날 만들었나

숨을 쉬는 나도 생명인데

왜 난 혼자서

여기 울고있나요

여기 버려진 채로

정녕 내겐 태어난 이유가 없나

나의 창조자시여 

뭐라 말좀해봐요

왜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하나

내게도 심장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피는 누군가의 피

살은 누군가의살

나는 누군가의 피와살로 태어났네

나의 신이여

나의 창조자시여

내가 아팠던 만큼 당신께 돌려드리리

세상에 혼자남은 나는

절망속에 빠뜨린 걸까

 

어젯밤 처음 난 꿈을꾸었네

누군가 날 안아 주는 꿈

포근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드네

나 그꿈 속에 살순없었나



이 글을 추천한 회원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