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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한 연극, <노란 달> 리뷰

by 규규규규 posted Jun 1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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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을 위한 연극

-연극 <노란 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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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연극 <노란 달>을 보고, 대본을 함께 읽으며 ‘이게 정말 아동극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의 아동극에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한 색조로 다채롭게 꾸며진 무대라든가 멋진 영웅적 주인공 등을 공연에서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극 안에서 아동의 흥미를 끌만한 요소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극이 아동극보다는 청소년극에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청소년들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청소년극으로서 극을 봤을 때, 비로소 그 내용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란 달>이 청소년들의 생각과 행동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과 함께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다는 점에 중심을 두어, 우리는 그 내용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극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노란 달>은 청소년들의 감성과 사고방식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리와 레일라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우리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리와 레일라는 온 몸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고민부터, 성적 관심의 표출에 이르는 청소년 시기의 방황과 일탈, 혼란 등을 상세하게 보여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화와는 다소 거리가 먼, 예를 들어 마약이라든지 음주와 같은 몇몇 요소들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졌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을 이해하고 인물을 이해하기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특히 자신과 닮은 어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의 삶을 닮아가려 하는 모습을 그린 부분에서는 아주 사실적으로 청소년들의 사고를 그려내고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이 어른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그를 모방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의 욕구를 확실하게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다. 

  이 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가 청소년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청소년들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러 어른을 연기하는 인물들, 혹은 뉴스보도와 같은 장치로 보여주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 또한 놓치지 않은 것이다. 더불어 <노란 달>은 청소년의 내면이 성장하는 과정 또한 아주 잘 그려내었다.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고 이해하기 힘든 사고를 하던, 리와 레일라가 만나 여러 상황을 함께 겪으며 그들의 자의식을 정립해나가는 모습에서 그 과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성장극의 요소가 적용된 것으로, 극이 단순히 청소년의 혼란과 방황만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성숙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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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달>에서 청소년극적 특징과 더불어 두드러진 특징은 단연 서사극의 그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배우들은 레일라를 말할 때 그녀의 이름과 당신이라는 호칭을 혼용하는데,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완벽한 몰입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관객이 극에 몰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를 지켜보도록 하는, 서사극의 한 요소를 닮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연기를 하지 않는 배우들이 마치 관객처럼 다른 배우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나 객관적인 상황을 나열해 설명하는 것 또한 <노란 달>에서 나타나는 서사극의 특징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무대 구성과 연출 측면에서 <노란 달>을 살펴보았다. 극의 무대를 구성하는 것은 나무로 된 넓은 바닥과 의자 세 개가 전부다. 처음 무대를 접했을 때엔 저렇게 간소한 무대장치로 도대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고 의아한 마음이 컸다. 나무 바닥 위에 덩그러니 서있는 네 배우와 의자 세 개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허전하게 보이던 나무 바닥과 의자 세 개는 연극이 시작함과 동시에 변화무쌍한 배경 공간이 되었다가, 어떤 사물이 되기도 했다. 의자로 사물의 모형을 만들거나, 화려한 배경 그림을 깔지 않아도 오로지 배우의 실감나는 마임과 관객의 상상만으로 무대가 꽉 찬 것이다. 이쯤에서 나는 연출자가 관객들이 직접 무대의 공간이나 사물을 상상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극에 관여하기를 원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은 수동적으로 극을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 이미지를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극을 바라보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상상을 했을 것이리라. 평소 다양한 무대 연출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내게 <노란 달>의 연출법은 신선하고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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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언급한 것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노란 달>은 단순히 청소년들을 교육하고, 무언가를 시사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극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극이 가지는 의의를 한가지로 국한하기는 어렵다. 분명 극을 보는 관객의 시각과 인식에 따라 더욱 무궁무진한 방면으로 작품이 해석되거나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하나의 의의를 정하자면, <노란 달>은 가장 현실적인 청소년극이라는 것이다. 실제 청소년들이 겪는 날것의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이 그동안 귀 기울인 적 없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꽤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물론 다른 풀이를 통해 더욱 흥미로운 의의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의 의의는 청소년극으로서의 <노란 달>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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