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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편견의 극복 -연극 <슈퍼맨처럼-!> 리뷰

by 규규규규 posted Sep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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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편견의 극복

- 연극 <슈퍼맨처럼-!> 리뷰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라는 말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봤던 어느 공익광고의 카피였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것일 뿐이라는 내용을 말하는 광고의 내용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울컥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으로 인식하곤 한다.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등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장애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작 그들과 우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틀린 사람으로 보는 것은 장애에 대한 편견, 오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선입견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양한 집단 사회에 널리 퍼져있다. 특히 아이들의 세계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란 ‘이상한 아이’ 혹은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슈퍼맨처럼-!>은 이러한 문제와, 그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의 가족, 그리고 장애를 가지지 않은 아이를 주요 인물로 설정해 장애를 가진 아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타파하려고 하는 것이 이 극의 목적이 되겠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작품에서 장애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어떻게 깨뜨리는지, 또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또한 <슈퍼맨처럼-!>의 무대 연출적 특이성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의견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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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을 분석하는 것은 극을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따라서 나는 <슈퍼맨처럼-!>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 극에 나타나는 주요 인물은 정호, 유나, 태민 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정호는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타야만 하는 장애우이며, 유나와 태민은 그런 정호를 이해하고 함께해 주는 비장애우다. 이들은 극에서 서로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며 절친한 친구가 된다. 이는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정상적인 편견을 담대하게 부순 것으로 볼 수 있다. <슈퍼맨처럼-!>에서는 그 밖에도 장애를 가진 노인, 정호와 유나의 어머니, 경비아저씨 등의, 사회의 어른들을 표상하는 인물이 나타나곤 하는데 이들은 각각 장애를 가진 어른과 장애우 가정의 부모, 그리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인물들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러한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분석함으로써 <슈퍼맨처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정호는 비록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를 다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으나 엄마와 유나를 도와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보아 배려심이 깊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아이로 보인다. 또한 스스로 과학 자료를 찾아보고 원문을 해석하며, 다양한 과학지식을 가지고 있는 점으로 보아서는 오히려 정호가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현명하고 똑똑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 장애를 가진 이들의 편견을 깨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으며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또한 늘 자신감 넘치는 행동과 태도를 가지며 또래의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활발함까지 보이곤 한다. 이러한 정호의 모습은 <슈퍼맨처럼-!>을 지켜보는 어린이, 어른 관객들로 하여금 정호가 우리 아이와, 혹은 우리들과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한다.

  유나는 정호의 동생으로, 항상 활발하고 장난스러운 여자아이다. 간혹 어린 아이들이 그러하듯 투정을 부리거나 정호를 놀리기도 하지만 낱낱이 보면 누구보다도 오빠인 정호를 아끼고 사랑하는 착한 동생이다. 유나는 항상 엄마와 함께 정호의 생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정호에게 오해를 가졌던 태민이 정호에 대한 편견을 깨도록 도움을 준다. 유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편견과 선입견이 없고 오히려 그들을 돕는 존재로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태민은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아이로, 정호와 같은 학년인 초등학교 5학년 아이다. 처음에는 정호를 보고 그가 정신이 이상한 아이일 것이라고 의심하지만 유나, 정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며 오해를 풀고 정호와 유나와 함께 친구가 되는 인물이다. 후에 태민은 정호의 보조기나 워커 등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정호가 겪는 어려움을 느끼고 그를 이해하는 좋은 친구가 된다.

  정호와 유나의 엄마는 장애우 가정의 일원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정호의 수술비를 벌고 아이들의 학비를 벌며 또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밖에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돌본다. 아마 아이들과 함께 <슈퍼맨처럼-!>을 보는 부모 관객들은 그녀를 제목에 등장하는 ‘슈퍼맨’으로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견디고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그녀의 모습은 슈퍼맨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선입견을 가진 다른 어른들과 대비되는 성격의 인물로 표상되며, 사회적 인식때문에 고통받는 장애우 가정의 아픔을 잘 나타내었다.

  경비나 교감선생님 등으로 표현된, 장애우에 대해 편견을 가진 어른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은 정신 또한 이상할 것이며, 다른 아이들과 장애우를 함께 지내게 하면 병이 옮을 지도 모른다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선입견을 가지고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 가정을 억압하고, 그들과 같은 사회에 포함되기를 거부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 극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성격과 환경의 인물들을 설정해 장애에 대한 거부감과 이상한 편견 같은 것들을 타파하려고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절대로 ‘이상한’ 아이가 아님을, 정호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슈퍼맨처럼-!>은 전체적으로는 교통사고로 인해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를 겪게 된 초등학교 5학년 정호와 그의 동생 유나, 그리고 새로운 그들의 친구인 태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지 않은 태민이와 교통사고로 인해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를 갖게 된 정호, 그리고 그러한 정호를 약올리면서도 항상 가까운 곳에서 돕는 유나까지. 세 인물이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화합하는 장면들을 통해 우리는 장애라는 장벽의 편견을 깨고, 그것을 전혀 개의치 않고 함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환경을 따지지 않고 다만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극의 전반에는 과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틀린 아이, 혹은 언제나 부족하기만 한 아이인가? 라는 의문이 깔려있었다. 화목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언제든 사람들이 장애우에게 가지는 편견을 언급해 주는 것이다. 작품은 이를 통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이해하는 장애우 ‘정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보통 아이들처럼 일어서서 생활하는 것은 자유롭지 않지만, 그들이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표현한다는 것 또한 다양한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슈퍼맨처럼-!>의 연출 중 가장 특이한 것으로는 무대 장치의 변환과 배경 음악을 꼽을 수 있다. 극이 진행되고 장면의 전환이 필요할 때, 암전이 내린 사이에 무대의 배경들이 비교적 빠르게  변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암전이 된 상태여서 확실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아마 바닥에 세워둔 배경무대를 접어 돌리거나, 아예 그 무대 장치를 거꾸로 돌리는 것 같았다. 적은 시간 안에 전혀 다른 공간을 표현하기에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무대의 구성이 바뀌자 아이들이 놀라고,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며 무대 장치도 흥미를 이끄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무대의 공간을 바꿀 때, 실은 그냥 기다리기에 암전이 너무 길어 지루할 수 있었는데 이를 잘 메워준 것이 바로 배경음악이다. 현장에서 직접 연주를 하고, 그를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암전임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도록 연출한 것이다. 이 때 배경음악은 물론이고 극중 인물들이 노래를 하는 부분의 반주까지 현장에서 직접 했기 때문에 더욱 생동감 넘치는 공연이 이루어 진 것 같다. 배경 음악과 무대 장치의 구성은 극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고 효율적으로 아이들, 혹은 부모들에게 흥미를 주는 중요한 감초였다고 할 수 있겠다.

 

  <슈퍼맨처럼-!>은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뜨리기 위해 공연되었고, 실제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러한 편견을 스스로 깰 수 있게 하는 극이었다. 더불어 이는 아동극임에도 불구하고 성인들까지도 함께 감동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극이었다고 본다. 장애를 가진 아이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모두 평범한 어린이, 아동일 뿐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편견을 가지지 말고 동등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모두를 보듬어주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슈퍼맨처럼-!>과 같은 의미 있는 극들이 더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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