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이야기] 카메라만 좋으면 사진이 잘 나오는가?

by MIRiyA☆ posted Feb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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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모 언론사에서 사진 촬영 테크닉 3일 과정 강연을 할 때 사용한 강의자료를 활용하여 쿠플존에 사진 촬영술 강좌를 연재하려고 한다.





일단 나는 어떤 사람인가 하면..

몇년 전에 학교를 휴학하며 한국 능률협회에서 조찬회를 주로 찍었다.

조찬회는 주로 호텔의 그랜드볼룸 같은 실내에서 수십 수백명의 경영자들을 모아놓고 강의하는 그런 행사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 행사 관련해선 나름대로 짬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조찬회 촬영은 안하고 IT관련 세미나, 컨퍼런스 같은 행사때 요청이 오면 촬영해주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있다.

그 외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사진 관련 커뮤니티인 SLR클럽에 카메라 센서 특성이나 렌즈 MTF, 후보정술 촬영술 등의 강좌를 연재하는 중이고,

유명 잡지인 코스모폴리탄지에 사진 관련 블로거로 인터뷰도 나왔다.


아, 작년에는 삼성에서 카메라 개발할때 테스터/체험단도 해봤다.

지금 하는 일은 사진에서 약간 떨어진 일들인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기획이랑 UI 디자인 조금, 

삼성이나 LG, LG U+나 미래에셋 같은 각종 회사의 모바일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그리고 IT, 카메라, 모바일, 웹서비스, UX 분야 관련하여 블로그를 7년 동안 운영해오고 있고, 

UX팩토리라 해서 UX관련 국내 유명 팀블로그의 초청 블로거이기도 하다. 

KBS 소비자 고발에도 방송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카메라 가방에 샤워기로 물뿌리는 장면이 나온적도 있다.

뭐 여튼 내 본업은 IT와 UX지만, 카메라도 굉장히 좋아한다.

뭐 블로그 덕분에 이렇게 사진 강의 요청도 들어오고 그러는듯.





일단 이 칼럼을 볼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인에, 사진 촬영 장비가 디카부터 DSLR까지 제각각일 것이다.

그리고 실력도 완전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다양할 것이다. 

일단은 칼럼을 진행할땐 볼 사람들이 다들 초보라고 가정하고 그쪽 기준으로 써보려 한다.


좋은 카메라로 촬영하면 사진이 잘 나온다? 

음... 사실이긴 하다. 카메라가 좋으면 사진 잘 나온다.

그럼 좋은 카메라로 찍으면 누가 찍어도 잘 나오냐.. 세상이 참 좋아졌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뒤에 몇가지 증거를 보여주겠지만, 카메라는 참 멍청하다.


어디 사람들 만나면 행사장에서 내 사진 보고 하는 말이..

미리야님은 카메라가 저보다 좋잖아요, 아니면 전 카메라가 후져서 잘 안나오는거에요 이런식으로 말하면서 도통 발전이 없다.

나보고 카메라 추천해달래서 DSLR 구입하고선 몇년째 아무 발전도 없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

왜 안배우냐 물어봤더니 귀찮단다. 그냥 자기는 부담없이 찍고 싶다는데.. 

아 그럴거면 DSLR 왜 샀데? 카메라가 좋으면 잘 나올줄 아나보다.





자 그럼 카메라가 좋으면, 아니 카메라만 좋으면 사진이 잘 나올까?

다음에 보여줄 사진은 800만원짜리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당시 출고가 기준으로 600만원짜리 DSLR바디랑 200만원짜리 렌즈로 촬영한것이다.

지금 누가 봐도 아 좋은 카메라다 할 수 있는 포스를 보여준다.





대충 이렇게 생긴 기종들이다.





일단 이 사진을 한번 보고..





이거랑 비교한번 해보자.





왼쪽은 뭔가 더워보인다. 반면 오른쪽은 하얗고 정갈해보인다.

어떤 사람은 왼쪽이 누리끼리한게 행사장 조명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행사장은 원래 이정도로 누릿하진 않다.

뭔가 지린내가 날것 같을 정도. 


이 사진들은 내가 캐논 1D markII N이랑 24-70L 렌즈로 촬영을 했는데, 이게 당시에 출고가가 합쳐서 800만원 정도 했다.

당시 최고급 기종이다. 왼쪽은 P모드 자동으로 놓고 그냥 찍은거고, 오른쪽은 직접 세팅해서 찍은것이다.

봐라, 카메라만 좋다고 알아서 잘 찍어주는건 아닌것이다. 

자 이번엔 그럼, 비싼 카메라랑 싼 카메라랑 차이가 많이 날까? 다음 장에서 한번 비교해보겠다.





자.. 600만원짜리 캐논 1D markII에 200만원짜리 70-200 f/2.8L IS USM 일명 아빠백통.

캐논 플래그십 바디에 백통.. 합쳐서 출고가 기준 팔백만원이다.

이놈이랑.. 저번에 미러리스 카메라 처음 만든 삼성, 삼성의 NX10이다.

거기다가 렌즈는 그냥 사면 끼워주는 번들렌즈.. 렌즈 중고가만 3만원에서 8만원 왔다갔다 한다.

합치면 한 80만원 했을것이다. 요걸로 번갈아 찍어보고 어느게 더 잘 나오나 한번 보자.





이 사진이랑..





이 사진이랑 비교해보자.

두장 사이에 느낌이 그렇게 많이 차이나는가? 뭐 포즈는 좀 다른데, 색감도 약간 다르고.. 

하지만 아까 보여줬던것 만큼 크게 차이는 안날것이다. 

이게 어느 정도 사진 찍히는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이 사용을 하게 되면..

어떤 카메라로 찍어도 다 비슷비슷하게 나오는 법이다.

여기서 카메라가 좋으면 좀 더 이미지 품질이 달라질 수는 있다.





사진 찍은분에겐 참 미안한데..

예전에 옆 사무실에서 나와 촬영하던 분의 사진을 한장 보여주겠다.





사진 한번 보자. 구리다.

뭔가 더러워보이고, 덥고, 불편하고, 정신없다..

게다가 저기는 누렇고 여기는 허옇다. 뭐가 문젠지 좀 그려서 보여주겠다.





이 봐라 이거..

수평이 나갔다. 전경 사진을 포함한 풍경사진, 그러니까 광각으로 넓게 찍는 사진은 정말 수평이 가장 중요하다.

오죽하면 카메라 안에 수평계가 들어있기도 하고, 심지어는 펜탁스같은 회사에선 센서를 전자기장으로 비틀어서 수평을 미세하게 맞춰주기도 한다.

수평 못맞추면 진짜 끝장이다. 


카메라마다 보면 격자를 켜고 끌 수 있는 기종이 있다. 

좀 고급 기종이면 대부분 달려있는 기능이고, 격자 없으면 뷰파인더 안을 들여다보시면 거기 대충 뭔가 줄이 그어져있을것이다.

그걸로 맞추면 된다. 팁 하나 주자면.. 수평이라고 해서 수평으로만 맞추지 말고 수직으로 기둥같은것 기준으로 맞추는게 좋을때도 많다.





이건 뭐냐..

뒤는 누렇고 앞은 허연 이유다.

이 사람이 플래시를 썼다. 내가 이 사람이 사진 찍는걸 보고 딱 감이 온게.. "아 저 사람 사진 완전 패망이겠구나."

봐라 이거, 여기 기둥은 누렇고, 여기 얼굴 누렇고,여기 뺨은 약간 파란끼가 돈다. 어두운 부분에 파란색이 섞여있다. 

그리고 이쪽이나 좀 가까운 부분에만 흰색이 돈다. 플래시가 광이 약하기 때문에 멀리 못간다. 

게다가 빛이 직선으로 쫙 나가기 때문에 이거 터트리면 그림자가 크게 생겨버린다.


대게 그림자 생기는걸 막을라고 천정에다 바운스(간접 조명?)를 치는데... 최악이다.

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은 천정 높이가 거의 15m 정도 되는데, 거기다가 천정 색깔이.. 보다시피 검정색이다.

거기다가 누런 인공광까지 살짝 들어가서 누리끼리한 천장이다. 여기다 바운스 때리면 끝장이다. 

검정색에 빛을 쐈으니 빛을 다 먹어버린다. 약간 반사되서 밑으로 비칠수도 있지만 그 경우엔 저렇게 누런 빛이 섞여버린다.

그럼 사람들 피부색은 이런식으로 떡갈나무 껍질처럼 꾸질꾸질하게 나온다.


높이도 엄청 높지 않나. 바운스라는건 원래 위에 뭔가 반사할만한게 있을때 치는것이다.

보면 그 야외에서 촬영하는 사람이 꼭 뭔 천정 바운스 치는것처럼 해서 플래시를 위로 꺾어 쓰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을 뭐라 부르냐.. "개 허접"이라 부른다.

원래 플래시는 실내보다 야외에서 더 많이 쓴다.

배경이 밝은 상태에서 인물의 얼굴 좀 밝게 나오라고 쓰는것이다.

근데 플래시를 얼굴에 대고 직광으로 빡 써버리면, 얼굴에 입체감이 사라진다. 뭔 로봇같이 나와버린다.

그래서 약간 각을 줘서 바운스 촬영을 한다. 그때는 주로 옆에 플래시 빛을 반사할 수 있는 반사판을 댄다던가 그렇게 한다.

또 이런것도 있다. 플래시 위에 보면 하얀 카드같은거 달고 위로 해서 찍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캐치아이라고 해서 눈에 생기있게 점 찍어줄라고 쓰는것이다.

플래시 반사광이 들어가면 사람 눈동자가 살아나기 때문이다.

뭐 옆에 반사판이 있는것도 아니고, 반사 카드 뽑아놓은것도 아닌 상태에서 플래시를 위로 쏜다.. 허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잠깐 이야기가 샜는데.. 플래시는 방 거실이라던가, 어디 노래방이라던가 이런 좁은데서나 쓰지.. 행사장에서 쓰면 안된다.

어디 길이 50미터가 넘는 저런 그랜드볼룸에서 주먹만한 플래시로 뭘 해보겠다는거야.. 해봐야 결혼식장 정도.

태양을 갖고와서 터트리지 않는 이상 안된다. 플래시 다섯개 이십개 묶어서 해도 어림없다.

행사장에서 플래시 쓰면 또 사람들이 막 싫어한다. 

플래시 쓰지 않아도 잘 찍을 수 있다. 나는 몇년동안 실내 인물 사진찍을때 플래시 안썼다.





봐라, 이건 내가 플래시 안쓰고 찍은 사진이다.

화이트밸런스 이야기인데.. 이건 저 뒷장에서 자세히 설명할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호텔에서는 주로 누런 인공광을 사용한다. 카페 이런데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우리 플래시에서 나오는 빛은 하얀 빛이다. 형광등도 하얀 빛이고, 태양도 하얀빛이다.

누런데다 흰 플래시 쏘면 카메라가 난감해진다. 내가 색감을 누런색에 맞춰야하나, 흰색에 맞춰야하나?

앞은 흰색인데 뒤는 누렇다.. 그럼 누런색 기준으로 맞춰보면, 그럼 앞은 퍼렇고 뒤는 허옇게 나온다. 똥이다.

이렇게 넓은 곳에서, 특히 누런 빛이 대부분인 호텔 그랜드볼룸 같은데서 플래시는 사용하면 안된다. 진짜 못찍는 사람 인증하는것이다.


자, 여기까지 각종 샘플샷들을 보여주었고, 다음 장에서는 자세에 대해 설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