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이야기] 반성문 쓰는법

by MIRiyA☆ posted Apr 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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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성할 일이 많은 세상이에요.
다들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들을 저지르고 살아가지요.
물론 잘못한 사람을 옹호할 생각도 없고,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쿠플존의 다른 일과 관련이 있지는 않습니다. 이거 뭐 요새 하도 일이 많아서 저도 몸을 사리게 되네요. 여튼 오늘은 방법론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잘못은 저질러진 상태, 큰 피해 없이 뒷수습을 하는 법이 참 중요합니다.
두가지 예시를 들어 반성문 쓰는 법에 대해 강의해볼까 합니다.

내용의 성격상 반말체로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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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1. 통닭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어요

분위기 : 불매운동 해야하는거 아니냐, 닭을 어디 썩은걸 쓰길래 바퀴벌레가 나오냐? 미친거 아님?
생각만 해도 암울한 상황이다. 이걸 그냥 넘기면 당장 커뮤니티에서 들고일어나 큰폭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 뭐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ㅇㅇ 감자탕집의 경우 구더기 나오고도 아직 건재하다. "음식은 맛있어서 먹는게 아니라 맛있게 드셔서 맛있는겁니다" 이런 멘탈의 광고문구를 보여주면서..(구더기 나와도 맛있게 드시면 맛있다)

나라면 아래와 같이 적었을것 같다.











여기 반성문에서 핵심 포인트를 짚어보자.
일단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을 오늘 사과한건 굉장히 신속한 대응이다. 게다가 점장이 직접 나서서 이름을 까고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들어간다. 일단 사람이라는게 이름을 까면 당당해보이고 뭔가 적극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알게 모르게 알게 있다. 게다가 바퀴벌레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아니라 이물질이라는 단어로 슬쩍 바꾸어 혐오감을 줄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확실히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수 있고, 진짜 바퀴벌레라는 사실에 기겁했던 사람들도 마음을 약간 누그러뜨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거기다가 점장이 자신의 매장 위생 상태에 대해 일관성 있게 강한 확신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창문가에 닭 반죽을 담아두었는데 바퀴벌레가 날아들었다는건 솔직히 점장 입장에선 재수 정말 없었다- 요정도로 비치지 않겠는가. 아 저 사람의 잘못은 아니군, 위생상태는 깨끗했군 이런식으로. 

자세한 내막은 누구도 모르지만, 여기서 사람들은 여러번 속게 된다. 일단 반죽된 닭을 창가에 담아두었는지 사실 관계는 누구도 밝혀낼 수 없다. 사실 매장 내부가 하도 드러워서 바퀴벌레가 여러번 들어가서 알을 깠다 해도 이건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점장은 사건을 덮기 위해 그날 즉시 매장을 기깔나게 닦아놓고 랩을 씌운 닭반죽통을 진열해놓고 사진 몇장 찍어서 포샵처리하여 홈페이지에 올려놔도 누구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위에 사과문중 내용 묘사를 디테일하고 실감나게 적어놨기 때문에 사람들은 속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령 "인천 삼화고속에선 버스 안에서 말린 오징어를 팝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아무도 속지 않겠지만, "이번에 삼화고속 파업한거 봤지? 기사가 수입도 없고 하루에 몇분 쉬지도 못하며 일을 한다. 그래서 암암리에 그렇게 장사를 하는 행태가 있다.. 이게 맥주 냉장고를 갖다놓고 파는것도 아니고 그냥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갖고 돈통 옆에 후줄근하게 걸어놓으니 내가 공익 생활할 때 대중교통 관리부서에서 단속 나가봐도 운전기사 간식이라 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는거 아니겠냐" 라고 아주 소설을 써서 말해버리면 뭔가 내용이 살게 되는 식이다. 안먹힐것 같나? 여태 이 드립을 믿지 못한 사람은 인천시민 말곤 없었다.

자 여튼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원칙적으로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들통날 경우 아주 끝장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까 적당히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 안에서 양심껏 치자. 솔직히 당신이 위생좀 드럽게 관리했다. 그래서 정말 바퀴벌레가 있었던거야, 재수없게 닭속에 들어가서 그게 튀겨져버려 먹은 사람 입안에 반쪽, 닭에 반쪽 이렇게 발견이 된거지. 영업 접을거야? IMF때 정리해고 당하고 퇴직금이랑 은행빚이랑 모아서 겨우겨우 치킨집 하나 세워갖고 딸 둘을 대학 보내놨는데 여기서 바퀴벌레 한마리때문에 빚더미로 나앉고 딸 대학 중퇴시키고 공장보내는 꼴을 봐야하나? 지금부터라도 좀 경고받았다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청소 열심히 해서 다시 재개하는게 낫다. 그게 가벼운 거짓말이나 사실 언급 안하는걸로 끝난다면.

거짓말은 부수적인거고, 사과문에서 가장 중요한건 진실성, 그리고 발생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이다. 거짓말이 좀 들어갔든 말든 원인은 밖에서 날아든 바퀴벌레라 밝혔고, 그게 재발하지 않게 랩을 씌워 잘 간수할 것이라 재발 방지 약속도 했다. 그리고 열심히 청소하고 마스크랑 두건 착용하고 있다 하니 신뢰감이 들지 않겠는가? 그리고 반성문 마지막에 사장의 주름 많은 얼굴 사진이 들어가면 좋을것도 같다. 뭔가 미묘하게 글을 읽을 사람들의 아버지를 닯은 얼굴이 나온 사진이 있으면 감정 이입도 되고 아주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다. 잘 생각해보라, 읽는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곤경에 빠졌을 때 연민을 느낀다. "네이버가 나쁜짓 했다"이러면 네이버를 아주 흠신 두드려 팰 수 있지만, 해당 부분 담당한 같은 동네 네이버 직원이 나와서 울먹이며 사과하면 사람들은 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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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2. ㅇㅇ학과 학생회장이 만취 상태에서 타과 신입생을 폭행함

분위기 : 쿠플존 완전 난리. ㅇㅇ과 학생회장이 술처먹고 누구 때렸대 피 흘리고 그러던데 회장새끼는 도망갔다네, ㅇㅇ과 학생들은 부끄럽고 짜증나는 상태

거의 뭐 수습이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당사자 입장에선 술먹고 뻗었다 일어나보니 자신이 사람치고 튄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딱 까이기 좋은 위치, 과 학생회장이다. 아주 좋은 떡밥이 되어 신나게 뜯기고 있을 상황이다. 이때는 머리를 마구 굴려서 자기가 뭔가 어쩔 수 없이 이랬어야 했다- 이런걸 찾아보고, 아니라면 180도 돌아서 무조건 사과하는게 좋다. 흠, 그럼 취김에 사람을 폭행할 그럴싸한 이유는 뭐가 있었을까? 저놈이 니 어미 XX라 외치며 내 뺨을 쳤다. 부모욕을 듣고 선빵까지 맞은 나는 참을 수 없었다! 혹은 내 보는 눈앞에서 과 여학우 가슴을 만졌다. 과 학생회장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뭐 이런거 있었으면 상황은 조금만 말 잘하면 확 반전시키거나 최소한 1:1 비등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사건으로 볼 때 내가 거짓말을 할 구석이 전혀 없고, 이건 어디 빼도 박도 못할 상황.

아, 물론 과 학생회장이 아니라 정치인정도 되면 거짓말 한다.
굉장히 뻔뻔한 수작이지만 쉽게 사용하는게 오해다, 몰랐다, 기억안난다. 이런 단어들이다. 사실 내가 누굴 쳤는데 그 전에 저놈이 날 먼저 쳤다, 부모욕 했다, 그래서 난 정당방위한거다 이런 말 해버리면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내편으로 쏠리게 된다. "이야! 우리가 마녀사냥했었네! 알고보니 저놈도 문제있네!" 뭐 이런 식이다. 실제로 그게 완전 뻥이더라도 이런 효과는 성립한다. 정말 무서운거다. 상대편에서 난 그런적 없다고 주장하면, 저놈이 거짓말을 한다, 과의 대표인 내 불리한 위치를 이용해서 여론몰이 하려 한다고 몰아세우면 된다. 그럼 제 3자들은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머리를 굴리고 추리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지지자와 안티들이 서로 뭉치고 싸운다. 이때 증인이 나타나서 학생회장이 그냥 먼저 쳤네- 이렇게 나오면 적당히 상황 봐서 오해가 있었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하면 되는것이다. 아니면 계속 저놈은 저격수네, 저놈이 거짓말하네 그러면서 계속 공방을 이어간다. 놀랍도록 뻔뻔스럽지 않은가? 웃기는건 이정도 되면 여러 날은 지나있는 상황일 것이고, 대중들은 정보의 홍수에 쉽게 지쳐 넌덜머리를 내며 다른 화재를 찾게 된다. 이때 적당한 사건 하나 다른게 터지면 사건이 흐지부지 되며 기억에서 잊혀지는 식이다. 무척 어이없지만 실제로 참 자주 써먹는 수법이니 잘 기억해두고 속지 말도록 하자.

여튼 정치인이면 이럴 수 있다는거다;; 맨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아래와 같이 썼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솔직히 사과하는거다. 정말 자신이 지금 어떤 심정이고, 후회하고 있고,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사죄하자. 무조건 사과하고 틈만 나면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남들보다 먼저 자신을 까자. 남이 깔만한 부분은 내가 먼저 까는 것이다. 스스로 까서 스스로 더 불쌍해지고, 이런식으로 돌도 던지기 힘들 정도로 불쌍해지면 그게 스스로 방어가 되는 격이다.

그리고 위에선 술 탓이 아니라고 하지만, 술 탓으로 여겨지게 돌린거다.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걸 알지만 면죄부가 되도록 감정을 건드리자는 것이다. 사람이 죄가 아니라 술이 죄라는 식으로 전이시킨다"저 주정뱅이 폭행 학생회장"이런게 아니라, "저 학생회장이 술먹고 해까닥 해서 사람을 때렸네.." 이런식으로 분노의 급이 낮아진다.

그리고 뒤이어서 술 깬 다음 빠른 사과를 했고, 병원에 함께 가는 등 피해자와 관계를 잘 유지하며 후속조치 잘한 점을 강조한다. 술 깬 다음에도 피해자에게 불손하게 대응하고, 무성의하게 나오면 공격을 당하지만, 여기서 취중과 술깸 사이를 칼같이 그어주면 화살을 술에게만 날릴 수 있다. 그럼 "저 착한 학생회장이 술먹고 어쩌다 사람을 때렸네..."로 약간 뉘앙스가 변한다.

그리고 피해학우에게 사과하고, 본인의 과 학생들에게 사과를 반복적으로 하면, "저 착한 청년이 술먹고 트러블이 있었군" 정도로 수그러든다. 학생회장이라는 강해보이지만 때리기 좋은 위치에서 내려와 같은 인간으로 대하게 만드는게 큰 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ㅇㅇ과 학생회장 술먹고 병신짓 했나봐. 고생하네 ㅋㅋ" 요정도까지 여론을 누그러뜨리면 제법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뭘 해도 아마 술먹고 난리친 이미지는 벗기 힘들테니 말 그대로 자중하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이번 사안에 대한 핵심 포인트는 사건의 책임을 술로 전가하고, 단체의 대표자인 '학생회장' 이미지를 벗고 벌거벗은 인간의 이미지로 돌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에 정말 못된 테크닉들을 가르쳐준것 같아 마음이 좀 찝찝한데, 이런것들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업에선 위기관리 전문가라 부르는데, 상당히 고연봉을 받는 사람들이고, 평소에 이런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하고, 일이 터져도 크게 터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CEO에게 인터뷰 연습을 시키고, 화술을 가르치고, 멘트를 정해준다.

http://jameschung.kr

위에 링크에 있는 정용민님은 아마도 내가 아는 분중 이 분야에 대해 탑일 것이다. 레알이다.
이분의 블로그에 가보면 위에 내가 적은 완전 쌈마이 개소리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깊은 수준을 느낄 수 있을듯. 글도 무척 잘 쓰는 분이니 글쓰는 법도 참조하자. 리퍼러 주소가 남으면 부끄러우니 링크는 걸지 않겠다. 긁어서 주소창에 붙여넣고 엔터치자.





에.. 그리고 추가로 글 쓸때 유의할 점 조금 더 적어보겠다.

느낌표 같은걸 막 쓰지 마라.
가끔 커뮤니티에서 보면 막 제목에다 "느낌표 같은걸 막 쓰지 마라!!!" 이런식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 자, 느낌표를 쓴 다는것 그 자체가 글을 천박하게 만드는데, 느낌표는 자기가 정말 강조하고 싶은 한 문장에만 딱 한번 써주는게 좋다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안쓰다가 한번 써줘야 봐줄만하다는 것이다. 영어 문화권에서 문장 전체를 대문자로 안쓰는것과 같은 이치다. 문장 전체를 대문자로 쓰면 소리지르는 느낌이 나고, 주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속된 말로 못배운집 자식들이 그런식으로 문장을 쓰니까- 그렇게 쓰면 천해보인다. 여튼 느낌표 많이 쓰지 마라. 


문장에 괄호 왠만하면 쓰지 마라.
긴 문장에 괄호가 들어간 부분(보통 보면 대학교 교과서에 이런식으로 괄호 열기 시작해서 한문장 두문장 세문장 심지어 문단을 처넣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이는 외국 책을 번역해올 때 번역한 놈이 머리가 무척 나쁘고 번역 수준이 떨어지는 저렴한 사람이라 그렇다, 영어권 위키피디아에서도 종종 보이는데, 언어 능력이 이상한 사람은 문장을 짧게 쓸 줄을 몰라서 한문장에 거의 5개가 넘는 주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쉼표를 붙여가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이걸 번역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척 고민하다가 고대 영문과 나오고 라스베가스에서 일하는 삼촌에게 물어봤더니 종이를 던지며 "이건 니가 해석을 못하는게 아니라 글 쓴 녀석이 수준이 딸리는거야"라고 웃은 적이 있다.)은 머리가 무척 좋아야 쉽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문장이다. 이거 읽으며 이해가 바로 되나? 괄호 쓰지 말자.


어렵게 글 쓰지 마라.
어떤 사람은 본인이 글을 어렵게 적어놓고 읽는 이들이 대충 읽는다거나, 멍청하거나 무식해서 그렇다고 매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아예 의도적으로 똥파리 꼬이지 말라고 알아들을 사람만 알아들을 이야기를 기술문서로 적는거랑은 구분해서 생각하자. 대게 일반인들 볼 글인데 이런 글을 어렵게 적어놓고 자신은 쉽게 썼다 생각하는건 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글을 썼는데 자신만 알아보고 남들이 못알아보게 적는건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의 증상중 하나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이성만을 중시한다.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감정 문제로 타인과 싸움이 붙은 경우엔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한다. 따라서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글을 쉽게좀 쓰자. 


영어 단어 섞어 쓰지 마라.
보통 자기 논리가 무척 딸리는 사람이 본판보다 더 있어보이게 하려고 온갖 영어 단어를 섞어 쓴다. 원래 글이라는건 개인이 갖고 있는 머릿속의 모든걸 다 꺼내놓고 진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리고 치장하려 해도 핵심은 보인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라면 그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기보다 더 아는 사람은 순식간에 글만 훑어봐도 "참 아는척 하려고 애쓰네" 이런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요새같이 뭔 모르는 단어만 튀어나왔다 하면 구글 검색해보는 참 좋은 세상에선 이런 일들이 너무 쉽다. 게다가 논쟁중에 영어 단어나 좀 많이 어려운 한글/한자 단어 사용해놓고 상대가 못알아먹으면 면박주기 딱 좋기 때문에 요런 테크닉을 자주 쓰는 비겁종자들이 종종 보인다. 

살다 보면 뭔 강연에서 한글 문장부호, 조사 이런거 다 빼놓고 모든 명사와 형용사를 죄다 영어로 쓰는 사람도 가끔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유저의 인터렉션에 있어 비주얼 클루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노멀 에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페르소나 모델에 베이스를 두고 크리에이티브한 사고를 해야지요. 그래서 제가 서제스쳔을 드릴게요" 뭐 이 지랄을 하면 진짜 뭐라도 세게 던지고 싶어진다. 근데 일단 이 글에서 말하는 바는 저런 영어권 유학종자의 언어병에 상관 없이, 잘난척을 위해 별것도 아닌 단어를 괜히 영어로 끌고 오는 행동을 짚고 싶은 것이다.


진실성 있게 글을 쓰자.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데 있어 뭔가 뒤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경우 당연히 예상되는 질문이나 주제를 얼버무리고 넘어가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건 인터뷰 전문 기자나 수준 높은 독자들이라면 금방 파악해낸다. 이놈 뭔가 캥기는 구석이 있다고. 특히나 반성문을 쓸 때 진실성 있게 쓰지 않을 경우 면피를 위해 반성하는 척만 한다고 돌을 맞게 된다. 사안이 중대할 경우 반성 안하니만도 못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글에 정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이 아는바에 대해 진실되게 글을 적자. 진실된 척 같은걸 한다면 미리 적어보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수정을 받는것도 좋다.
ps. 난 물론 진실을 쓰라는게 아니라 진실성 있게 쓰라는거다.


맞춤법 잘 지키자.
물론 이 글에도 맞춤법 안맞는 부분은 분명 많이 있었을 것이며, 한글 맞춤법은 생각보다 많이 어렵다. 하지만 정말 당장 틀리면 나가 죽으라고 소리치고 싶은 맞춤법 문제는 몇개 있다. "오빠 빨리 으세요" 이것이랑, "그런적 없니다" 이것의 두개다. 전자의 것은 정말 책한권 들여다보지 않았고, 인터넷을 하면서 한번도 안/않, 나/낳 구분하라는 글을 한번도 못본듯한 미개종자라 말할 수 있다. 난 낳으세요라고 쓰지 말라는 말을 진짜 살아오면서 백번은 본것 같다. 근데 이걸 아직도 쓰는 사람은 대체 뭐하는 종자란 말인가. 그리고 두번째의 읍니다.. 이 부분은 쓰면 정말 못배우고 나이들어보인다. 거의 60대 정도 넘으면 이런 말을 쓸 것 같은데, 우리같은 20대가 읍니다라는 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리라고 믿는다. 물론 위에 나온것처럼 사과문 쓸 때 전략적으로 저학력 코스프레해서 동정표 살라는 셈이라면 진짜 무서운 사람이고. 아무튼 뭔가 단체장 같은거 맡아서 공지사항 이런거 쓸 때 맞춤법 틀리고 이러면 진짜 이미지 확 망한다. 조심하자.




이쯤에서 글을 마칠까 하는데, 다시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 하지 않는게 당연히 최우선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정말 피해없이 사태를 모면하고자 한다면 반성문 쓸때 최소한 삼십분은 고민하자.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사람이 날 지켜보고 있는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가진 카드는 뭐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