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통 시위 : 일본에서 답을 찾다

by 인피니트엘 posted Oct 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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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권리 중 하나다. 이 권리 때문에 우리는 특정 집단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표현의 자유가 한편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시대는 지났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 때문일까. 시위현장을 가보면 확성기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크게 주창하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시위대는 아마도 자신의 의사를 강하게 표현하는 것과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혼동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위와 관련 없는 인근 주민들에게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공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루 종일 들려오는 소음은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든다.


시위 전문가로 불리는 알렉스 비탈리 뉴욕시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표현의 자유가 확성기 사용의 자유를 뜻하진 않는다. 요즘 시위대는 주위 사람과의 상호작용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뜻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소리의 크기는 의사 표현과 크게 관계가 없다.” 시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의 깊이다.


 



폭행에 가로막힌 소통


 



한 남자가 기자의 머리채를 뒤에서 끌어당겨 넘어뜨린다. 이어 7, 8명이 기자를 에워싸고는 어느 방송국이냐고 물은 후 종편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욕설을 하며 발길질을 시작한다. 이는 올해 7월 실제로 있었던 기자 폭행 사건의 전말이다. “사람 다쳐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사람 여럿 죽이는 게 언론이잖아”라며 폭행을 계속하는 시위대. 과연 이렇게 폭행으로 얼룩진 시위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시위란 의사표현 행위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다. 시위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나와 의견이 달랐거나 내가 가진 의견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과 소통해야하는 것이다.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가 호의를 가지고 내 이야기를 듣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폭력이 가해지는 시위는 다른 시민들에게 거부감만 가져올 뿐 자신의 의견 개진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일본 시위에서 해답을 찾다


 



이런 소음문제와 폭력시위 문제를 잘 해결한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이라고 처음부터 평화적으로 시위를 전개했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1980년대 까지는 현재 우리나라의 시위와 비슷한 모습으로 시위를 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일본의 시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도쿄의 한 거리, 시위대가 확성기를 인도와 도로의 반대쪽으로 돌려 소음을 최대한 줄인다. 또 퇴근길 시민들을 위한 통로를 남겨두고 전단지를 정리해서 나눠준다. 그들만의 행진을 벌인다거나 폭력사건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참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1 만 명이 넘게 참여한 시위에서도 다른 시민들의 불편이나 경찰의 강제력 개입이 없이 평화롭게 시위를 진행할 수 있었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위를


 



일본이 지금의 시위 체제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소음·불법 시위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또 다른 ‘시위’였다. 여기에 국가가 마련한 여러 가지 법령과 조례들이 시위단과 경찰이 서로 충돌 없이 서로의 활동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시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범위 내에서 시민들의 성숙한 시위를 유도하는 제도적 변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 시민들의 의식 개혁이 필요하다. 나와 상관없다 생각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시위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 모두가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나가고 상대방의 의견도 들어가며 조율해 나간다면 시위는 굉장히 훌륭한 의사소통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