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이야기] 자세의 중요성

by MIRiyA☆ posted Feb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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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에서 각종 샘플샷들을 보여주었고, 이번에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알려줄 내용중 건더기 큰것 세개중 하나가 바로 자세이다.

자세, 화이트밸런스, 노출.. 이 세가지를 주로 설명할건데..

이것들 셋이 바로 액기스다. 이걸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초보와 중수를 가리는 기준이다.

자세, 자세는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자세가 왜 중요하냐,

촬영 자세가 불량하면 일단 사진이 흔들려버린다.

그리고 겉보기에 초보처럼 보이고, 자세가 안좋으면 몸이 힘들어진다.

예제를 보자.





왼쪽은 흔들린 사진이다. 고양이 수염 참조.

세팅을 잘못했다거나, 조명 상태가 안좋을 경우 이런식으로 사진이 흔들려버릴 수 있다.

사진 찍을 때 셔터 누르는 바로 그 순간에 미세하게 카메라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럼 이런식으로 사진이 흔들리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그 찰나의 순간만 봐도 얼추 흔들렸네 잘 나왔네를 예상할 수 있다.

어렵지 않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만 10만장 넘게 찍는데 어떻게 모를수가 있나.

셔터소리만 들어도 1/40초인지, 1/100초인지 이런건 금방 구분한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진이 망할 소리인지, 사진이 잘 나올 가능성이 높은 소리인지는 확실하게 구분된다.

대충 이정도 조명 상태에선 몇분의 몇초 셔터속도가 나와야 흔들리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저 사람 찍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절대로 흔들릴 수 밖에 없네.

거봐 저 표정, 저 썩은 표정.. 망쳤네 역시.

그리고 실제로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가 흔들리는게 눈에 보인다. 그럼 뭐 뻔하지 않나. 너 사진 흔들렸다.


오른쪽은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다.

고양이 수염이 아주 또렷한걸 보 수 있다.

자세가 좋으면 같은 셔터속도라도 흔들리지 않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 올라간다.

거기다가 더 낮은 스펙의 렌즈로 촬영해도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돈도 많이 아낄 수 있다.





자 보라, 이건 캐논에서 나오는 주력 망원렌즈들이다.

흔히 말하는 백통이다. 렌즈 경통이 흰색이라 백통이라 한다.

넷 다 똑같이 3배 줌에 찍히는 거리도 70-200mm로 똑같다.

근데 얘들 가격이 다 제각각이다.


일단 왼쪽부터 약간 작은 두 놈은 조리개값이 f/4고, 오른쪽의 뚱뚱한 두놈은 f/2.8이다.

조리개값은 어려우니까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숫자가 낮을수록 스펙이 높은거다.

대충 말해서 여기 오른쪽의 큰놈으로 찍으면 사진을 왼쪽의 홀쭉한놈보다 더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셔터속도가 두배가 더 확보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은 찍을 때 '찰칵'하고 찍어야 하는데, 왼쪽 애들은 같은 환경에서 '찰~칵'하고 찍히는 셈이다.

그래서 흔들려버릴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걸 만회하려고 카메라에서 세팅을 바꿔주면 감도를 두배 더 올려야 하기 때문에, 사진 품질이 안좋아진다.

아니면 내가 여기서 말하자는 것 처럼 좋은 자세로 '찰~칵'하고 찍는 동안 흔들리지 않게 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홀쭉한놈 뚱뚱한놈끼리 40만원, 110만원.. 그 와중에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또 나느냐,

손떨림 보정의 유무 때문에 그렇다. 자세 안좋은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구가 바로 손떨림 보정이다.

찍는 순간 카메라가 흔들리면 렌즈 안에서 렌즈 알이 흔들리는 반대방향으로 슉슉 움직여서 흔들림을 자동으로 보정해준다.

이 기능 때문에 가격이 이렇게나 차이가 난다. 자세가 좋으면 상대적으로 이런 기능에 덜 의존할 수 있어서 좋다.





자.. 자세가 안좋으면 초보처럼 보인다.

왼쪽의 이 사람 자세를 보자. 한마디로 허접하다.

저렇게 '왼손은 거들뿐' 자세로 찍으면 나중에 사진 엄청 흔들리고, 카메라를 쥔 오른손에 무리가 온다.

나중에 렌즈로 줌 땡길땐 왼손 저 자세 갖고 휘적휘적 움직일게 뻔하다. 아주 볼썽사납다.


그럼 좋은 자세는 뭐냐.. 

오른쪽이 그나마 좋은 자세이다.

물론 자세하게 보면 이것도 안좋은 자세긴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저렇게 렌즈를 아예 다 감아쥐어버리면 손가락으로 렌즈 줌 조작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런 식이면 팔과 손목 전체가 움직여야 렌즈 조작을 할 수 있다. 무게를 분산시켜야 할 왼손이 움직인다니 위험하다.

손가락은 놀면서 손목 바로 위 손바닥 시작 부분 도톰한 살로 카메라를 받쳐주는게 좋은 자세다.





다음날 아침에 아프다..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갖고온건데..


내가 예전에 KMA에서 일할 때 저 렌즈를 하루 3만원에 렌탈해서 쓴 적이 있다.

저 렌즈로 말할것 같으면 200mm f/2 스펙인데, 흔히 말하는 '대포'다 저게.

출고가가 760 만원까지 가고, 중고로 암만 싸게 구해봐야 400만원 넘는 놈이다.

아까 앞에서 보여주었던 70-200mm 백통 줌렌즈, 그중 제일 비싼놈이 f/2.8에 손떨림 보정 달린건데,

f/4에서 f/2.8로 올라올 때 가격이 두배 뛰었다.이놈은 거기 f/2.8에서 f/2로 올라와서 가격이 또 세배 뛰었다.

아 뭐 여튼 엄청 대단한 렌즈라 할 수 있다. 

무게는 후드 합쳐서 한 3kg 정도 되는데, 이걸 막 아까 나온것처럼 그 허접 자세로 잡으면 손이 어떻게 되겠나?


내가 저거 임대해서 새벽 다섯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행사를 연속 두탕을 뛰었다.

집에 오면 완전 땀범벅이 되어갖고 힘이 쫙 빠지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일보니까 아오.. 

몸살걸리고 피똥을 싸버렸다. 자세가 좋아도 그정도인데, 자세가 안좋으면 얼마나 힘들까.

(뭐 사실 저쯤 되면 자세가 안좋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히 스스로 최적의 자세를 찾아가게 된다.)





자, 어떤게 좋은 자세냐 하면.. 

다들 따라해보자.


다리를 먼저 딱 벌린다. 어께넓이 정도로, 당당하게 딱 벌리자.

땅에 스파이크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발을 디딘다.


그리고 왼쪽 팔꿈치를 가슴에 붙이자. 젖꼭지 근처쪽에 딱 대주는거다.

왼손으로 받치고, 오른손으로 찍는다. 이런 기분으로 해야된다.

멍청하게 오른손으로 모든 하중을 다 견디려고 하면 진짜 손목 나가고 찜질 받아야한다.


그리고 왼손으로 렌즈를 감아쥐고, 오른손으로는 카메라의 그립을 잡는다.

왼손으로 줌땡기고 렌즈 조작해야하니까 손가락은 놀 수 있도록 여유를 좀 줘야한다.


그리고 카메라 액정에 얼굴을 딱 대주자. 

코가 액정에 눌리는게 정상이다. 화장이고 안경이고 이런거 신경쓰지 마라. 

어차피 사진 찍는거 정말 더러운거다. 액정에 파운데이션 묻고 콧기름 묻는거 당연한것이다.

나중에 걍 손으로 슥슥 닦아버리면 된다. 

내 경우엔 속눈썹이 길어서 안경에 눈썹자국이 나는데, 걍 나중에 닦는다.

얼굴로 누르지 않으면 카메라가 흔들린다.


왼손으로 받치고, 얼굴로 밀면서 오른손으로 조작한다. 이게 핵심이다.

사진은 사격이랑 비슷하다. 숨조절 잘 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격발하면 성공한다.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





이건 내가 예전에 준비한 자료인데,

왼쪽 위의 첫번째 사진이 좋은 자세고, 나머지 자세는 안좋은 자세다.


왼손이 정말 중요하다. 무게를 지지해야하니까, 오히려 오른손보다 더 중요할수도 있다.

자세를 잘 잡으면 셔터속도를 두배는 더 벌 수 있다.

찰칵 하고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올걸, 찰~칵 하고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게 할 수 있는게 자세다.

나는 콘크리트다, 나는 콘크리트다, 주문을 외우면서 자세를 가다듬어야한다.


그리고 자세가 좋으면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본다.

전에 구글 웹마스터 컨퍼런스에서 사진을 찍고 왔는데, 

가서 사진찍고 있으니까 주최측에서 사람이 이렇게 오더니만 어디서 온 분이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걍 개인이라고 했다. 그냥 찍는거라고..

자세가 그럴싸해서 뭐 어디 언론사에서 나왔는줄 알았나보다.

카메라 갖고 있는 사람들 굉장히 많았는데 말이다.


자세가 좋으면 사람들이 보고 믿음을 가진다. 

아 저 사람 잘 찍겠구나 하고.

나같이 돈받고 사진찍는 사람은 주최측이 믿어주고 협조 잘해주면 참 좋다.





에..이 사진 한번 보자. 이 자세 좋은 자세일까?

왼손으로 얼추 잘 받쳤고 오른손으로 조작하는건데..

자세 별로 안좋다 이거.

왜냐하면 오른손이 떴기 때문이다. 손바닥이 그립을 감싸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저 당시 필름카메라들이 요새 나오는 DSLR처럼 잡기 좋게 튀어나온 뽕이 없어서 밀착시키기 힘든 면은 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면적이 신체에 닿게 잡아야한다. 

카메라랑 나랑 간격을 최대한 줄여야한다. 물아 일체.





이건 아까 보여줬던 700만원짜리 렌즈의 니콘판인데..

이 사람 자세는 좋을까? 안좋으니까 보여준거다.


오른손 왼손이 다 에러다.

오른손은 팔꿈치가 떴다. 그리고 왼손도 팔꿈치가 떴다.

저 장비들 합치면 4kg 넘을텐데 저걸 다 팔 힘으로 지지해야된다.

장비는 팔 뿐만 아니라 몸통에 얼굴까지 써서 필사적으로 무게를 배분해줘야된다.

오른손 팔꿈치는 가슴에 붙이고, 왼손 역시 몸이랑 최대한 가깝게 붙여줘야한다.


거기다가 저 사람은 렌즈 후드 밑을 손으로 받치고 있다. 이거 굉장히 위험하다. 

저 렌즈는 후드가 옆에 나사 돌려서 조여서 고정하는 방식인데..

저런건 일반적인 바요넷 방식에 비해 후드 체결이 허접스럽기 때문에 후드가 분리되서 위로 꺾일수도 있다.

그래서 후드가 아니라 렌즈 몸통을 받쳐야한다. 

후드는 가볍고 렌즈는 무거우니까 당연한거 아닌가.

각속도도 아니고 이거 뭐야 지레의 원리라고 해야하나..

지지하는 부분이 짧아야 힘이 덜든다.


카메라 겨누는 방향 바꿀때도 손이랑 팔로 돌리면 절대로 안되고 몸 전체를 사용하여 돌려줘야한다.

마치 목 디스크 걸린 사람처럼 머리, 목, 양손을 움직이지 않고 몸에 딱 댄 상태에서 허리와 다리로 움직이자.





니콘 광고모델로 나온 비 사진이다.

완벽한 자세다. 렌즈 조작할 수 있게 적당히 손가락 놀게 해주면서 오른손은 잘 감아쥐고 있다.

거기다가 고개까지 살짝 기울이면 프로페셔널 그 자체. 멋지지않나, 멋진 자세는 좋은 자세다.





요것도 다른 광고 모델인데..

이 자세도 아주 좋다. 

오른손 안정적이고 왼손 적당하고..

일단 카메라가 무거운 기종이 아니라 가장 가벼운 기종이기 때문에

저 정도 그립으로도 무게를 지지할 수 있다.





이건 캐논 광고 모델 김중만인데, 눈빛 보이나?

눈빛도 자세의 일종이다.





이거랑 비교해보자.

카메라는 정말 사격이랑 비슷하다.

진짜 무슨 특수부대 요원이 된 것 같은 자세로 촬영해야한다.

얼굴에 최대한 갖다 대고, 흔들리지 않게 안정적으로.





이렇게 카메라를 어께에 견착하는거나, 카메라 액정을 얼굴에 대는거나 유사하다 보면 된다.





앉아서 촬영할땐 이런식으로 무릎에 팔꿈치를 올리고 찍기도 한다.

내 경우에도 강사 상반신샷을 찍기 위해 자주 취하는 자세다.

일단 오늘은 자세만 이정도로 다루고 글을 맺는다.

다음 글에선 화이트밸런스와 노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