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다락방 2 - 한 작가의 죽음에 부쳐

by 자러다니는3 posted Feb 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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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삼 낱말사전
System : 체제, 체계, 방식, 시스템
sys·tem
미국∙영국 [|sɪstəm]

동사형 systematize
형용사형 systematic | systemic | systemless
유의어/반의어
[명사] arrangement, structure, organization, etc
σύστημα  을 어원으로 하고 있으며, 라틴어 systēma 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1.
어제까지 연극 공연장에서 일했습니다.
사실, 공연 서포터즈로 한거라 알바같은 것도 아니었죠. 시급도 안나왔거든요.
이런저런 일로 일을 하다보면 극단 사람들도 만나고, 연출가, 배우도 만나게 됩니다.
서포터즈에서 자료집을 만들어야 해서, 이것저것 해본거거든요.

한 배우와의 대담에서 나온 이야기 입니다.

"연극을 계속하고 싶습니다후배양성도 좋고요공공기관들이 잘 못하잖아요전문화된 극단에서 해야할 것 같아요.
검증된전문화된 배우훈련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안맞는 이야기로 시작을 했네요.
대담을 많이 줄이다보니 정말 짤막하게 써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음, 요는 전문적인 양성기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있던 팀장님도 저에게 그러더군요.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했는데, 정말 영화 하고 싶어서 죽겠어서 영화과로 들어갔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실제로 쓰이는 개론 책은 별로 도움이 안되었더라 라고 말이죠.

  이렇다할 근거를 많이 달지는 못하겠는데, 차라리 외국에서 처럼 영화를 따로 만들수 있게 시스템을 갖춰놓는 것부터 시작을 하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작년 9월에 진행했던 대담에서 나온 이야기인데, 독일의 연극 극단에서는 낮시간 공연 끝나면 청소년들을 위한 시간을 내놓는다고 하는군요. 연출, 배우 등과 함께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배우는 시간도 갖고요. 미국으로 치면 커뮤니티 센터가 하는 일을 하고 있는거죠. 물론 자본의 문제로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보여요. 대학로도 슬슬 대형기획사 비슷한 극단들이 생겨났거든요 [...] 게다가 특히 공연계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면이 커서, 지금 받는 지원이나 안끊기면 다행이라고들 이야기 하시더군요.

[사실 대학로에서 상업극이 미친듯이 뜨고 있어서 희곡 극단들이 죽고 있다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거에요.
당장 저만 해도 문창과 오기 전까진 희곡 공연은 별로 본적이 없으니까요.
당장 김종욱 찾기와 혜화동1번지에서 하는 공연 중에서 뭐볼래? 라고 하면 대부분은 어떤걸 택할까요?
이 상황이 옳다 그르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입니다. 순수문학이 먹고 살기는 어려우니까요.]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스템이 갖춰져야 사회 나오는 것에 대한 시스템도 갖출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각계각층에서 극단으로 몰린다고 해요. 배우하겠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공연 올라가는 도중에 포기하거나, 악을 쓰며 공연 올린 뒤에 나가곤 한데요. 너무 힘들어서요. 대담자로 나온 배우 분에 의하면 '간혹 재능이 있어보이는 친구는 있지만, 그마저도 극단에서 받기에 훈련이 덜된 사람들일 때가 있다' 라고 해요.

  문창과 다니니 작가 이야기를 해보면, 방송국에 들어간 사람은 생각보다 적어요. 저희 학교에 문창과가 생긴지 이제 10년 좀 넘어서인지, 사실 이끌어줄 선배도 적고,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요. 저처럼 대학로를 방황하며 (?) 어떻게든 일 얻어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나 소설 쪽에 투신하죠. 재미있는건 올해 등단한 사람들은 희곡 / 평론이라는거 
광고기획사에 들어간 선배도 있고, 은근 길은 많긴 해요. 학과 앞에 미디어 자도 붙여서 말이에요.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하는데 정말 심하게 구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방송작가? 새끼작가부터 시작하는데 힘들다고들 하네요. 영화? 다들 아시잖아요. 애니메이션? 이쪽 시장은 거의 죽어있죠. 아무리 디지털매체가 흥하고 길은 많다고 하지만, 애니 산업처럼 시장 자체가 좁고 팍팍하면 꿈을 이루긴 힘들겠죠.

  연영과 사람들중 백수 실제로 꽤 있어요. 오디션에 목메면서 그동안 학교 특기적성으로 들어가서 선생님 한다던가 하는 케이스도 봤어요. 고등학교 때 말이죠. 예술 쪽에서도 사실 성공하기는 꽤 힘들어 보여요. 시, 소설 쪽은 기회가 많아도 등단 못해서 난리인데, 희곡, 아동문학 쪽에서는 내놓은 자식 아니냐고 작가들이 이야기 하곤 하죠. 더 마이너한 아동연극 이런 쪽은 뭐 뻔하죠.


  일단 체계부터 잡혀야 뭐든 할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작가협회에서도 일 거들어봤고, 작년 말부터 공연장에서 일해봤는데, 가끔 이야기 나오는거 보면 체계도 없고 자생적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뭐 그렇네요. 한번은 작가 3분 + 극단 1분 모셔놓고 대담하는걸 들어봤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지금 나온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중간에 한 원로 작가분이 이야기를 끊어요. 씨익 웃으시면서 그러는거에요. '이거 한 50년전에 나 글 쓸 때도 나온 이야기야'

젊디 젊은 작가는 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을까요?
영화, 연극, 뮤지컬 올리는 이야기 들어보면 공장의 부품이 되어가는 기분이 드네요.
뭐, 교양 개설하시는 저희 과 모 교수님께서는 '공연하기에는 고대 그리스가 제일 좋았어' 라고 하시더랍니다만,
어느정도의 기반은 갖추어 져야 하지 않을까요?

고 최고은 작가님의 명복을 빕니다.


p.s 1 일 많이 도와주시던 팀장님이 말해주시길 대학로의 극장 140여개 중에서 40개가 개그맨 공연장이라고 하더군요. [...]
p.s 2 제가 글에서 쓴 극단들은 상업극이 아닌 문학쪽의 극단들을 이야기 함을 알아주세요 상업극 쪽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답니다[...]
p.s 3 혹시 비슷한 글 보시면 그러려니 하셔요. 이글루에도 올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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