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다락방 3 - 행사를 보는 몇가지 방법에 대하여

by 자러다니는3 posted Apr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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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3 낱말사전: con·sid·er·ation [kən|sɪdə|reɪʃn]

1. (격식) 사려, 숙고,

2. 고려사항

3, 배려

4. (격식) 어떠한 일, 혹은 서비스에 대한 보답, 혹은 보수.


라틴어 단어 'consideratio' 가 어원이다.

 



I. 들어가며


  격조했습니다. 벚꽃구경하던 시즌도 이제 슬슬 지나가고 있습니다. 광합성은 많이들 하셨나요? 요새 스텔스모드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잠수타던 자3인지라, 생각보다 광합성을 많이 못했네요. 요샌 날씨도 좋던데 말이죠. 자3은 요새 "어머 이건 꼭 정주행 해야해!" 싶은 애니 리스트가 갑툭튀하고, 건드리지도 않은 와우가 급 끌리고, 왠지모르게 웹서핑마저 즐거워지는 신나는 시험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악 내 학점! 오늘 이야기할 것은 어느 학교의 어떤 행사입니다. 힌트가 필요하시다고요? 아, 글 작성일로부터 조금 지났지만, 4.18일의 행사죠. 네, 4.18 구국대장정이죠. 혹시나 싶어, 4.18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첨부합니다.


4.18 구국대장정

1960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 시위대는 시위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중에 쇠사슬, 도끼로 무장한 정치 폭력배를 만나 종로에서 습격을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 의해 시위에 참가한 고대생이 죽거나 다쳤고, 4월 19일 조선일보에서는 이를 기사화합니다. 이에 격분한 서울의 각 대학생들이 봉기하여 4. 19 혁명으로 이어졌습니다. 4.19혁명은 이승만정권을 몰아내는 결정적인 사건이 됩니다. 매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에서는 4월 18일의 사건을 기리기위해 4.19 국립묘역까지 달리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제가 듣는 모 강의의 교수님이 늘상 하시듯, "우리 고려대학교 학생들이라면 이정도는 다 알고 계시는 사항일거라 생각하고," 간략하게만 소개했습니다.


  자, 여기까지만 하면, 쑥게에서 '오오미 자3 성님 뒷북에 지리것소, 자3성님은 뒷북이 장사셨제' 라던가, 혹은 '아 뭐야, 저거 학생회에서 내놓는 대자보랑 별반 다를게 없잖아?' 하는 반응이 나올까봐 [...] 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II. 4.19 혁명 당시의 고려대는 어떠했나?


과반 학생회에서 이미 들으셨을 4.18에 대한 이야기는 제껴두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쭈욱 늘어놔 보도록 하겠습니다.


1) 04.02.1960 <고대신문> 사설에서 검열된 항목


'제군은 부디 자기 학문에 노력하는 인간이 되라. 그러나 더 한층 현실에 민감하고 분개할 줄 아는 인간이 되라. 그리고 거기에서 진일보하여 베이컨의 이른바 현실에 대한 예리한 관찰에 의하여 얻어진 지혜로서 과감하게 행동할 줄 아는 인간이 되라. 우리는 행동성이 결여된 기형적인 지식인을 거부한다!' 



2) 1960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발표한 4.18 선언문


4.18 선언문 / 고려대학교 학생회


이 濁流의 歷史를 淨化시키지 못하면

 

친애하는 고대 학생 제군!

한 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 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자유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 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만약 이와 같은 극단의 악덕과 패륜을 포용하고있는 이 탁류의 역사를 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영원한 저주를 면치 못하리라. 말할 나위도 없이 학생이 상아탑에 안주치 못하고 대사회투쟁에 참여해야만 하는 오늘의 20대는 확실히 불행한 세대이다. 그러나 동족의 피를 뽑고 있는 이 악랄한 현실을 방관하랴.

존경하는 고대 학생 제군! 우리 고대는 과거 일제 하에서는 항일투쟁의 총본산이었으며 해방 후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사수하기 위하여 멸공전선의 전위적 대열에 섰으나 오늘은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어야 하겠다.

고대 학생 제군!

우리 청년학도만이 진정한 민주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라.

구  호

  - 기성세대는 자성하라.

  - 마산사건의 책임자를 즉각 처단하라.

  - 우리는 행동성 없는 지식인을 배제한다.

  - 경찰의 학원출입을 엄금하라.

  - 오늘의 평화적 시위를 방해치 말라.



3) <고대신문> 1960년 5월 3일자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 조지훈

(조지훈 시인은 당시 안암캠퍼스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셨습니다)


그날 너희 오래 참고 참았던 의분(義憤)이 터져

노도(怒濤)와 같이 거리로 거리로 몰려가던 그 때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연구실 창턱에 기대 앉아

먼산을 넋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두 시 거리에 나갔다가 비로소 나는 너희들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물결이

의사당 앞에 넘치고 있음을 알고

늬들 옆에서 우리는 너희의 불타는 눈망울을 보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면 나는 그날 비로소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져서 죽겠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쩐 까닭이냐.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나의 발길은 무거웠다.

나의 두 뺨을 적시는 아 그것은 뉘우침이었다.

늬들 가슴 속에 그렇게 뜨거운 덩어리를 간직한 줄 알았더라면

우린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은 기개가 없다고

병든 선배의 썩은 풍습을 배워 불의(不義)에 팔린다고

사람이란 늙으면 썩느니라 나도 썩어가고 있는 사람

늬들도 자칫하면 썩는다고……

 

그것은 정말 우리가 몰랐던 탓이다.

나라를 빼앗긴 땅에 자라 악을 쓰며 지켜왔어도

우리 머리에는 어쩔 수 없는 병든 그림자가 어리어 있는 것을

너희 그 청명한 하늘 같은 머리를 나무램했더란 말이다.

나라를 찾고 침략을 막아내고 그러한 자주(自主)의 피가 흘러서 젖은 땅에서

자란 늬들이 아니냐. 그 우로(雨露)에 잔뼈가 굵고 눈이 트인 늬들이 어찌

민족만대(民族萬代)의 맥맥(脈脈)한 바른 핏줄을 모를 리가 있었겠느냐.

 

사랑하는 학생들아

늬들은 너의 스승을 얼마나 원망했느냐

현실에 눈감은 학문으로 보따리장수나 한다고

너희들이 우리를 민망히 여겼을 것을 생각하면

정말 우린 얼굴이 뜨거워진다 등골에 식은 땀이 흐른다

 

사실은 너희 선배가 약했던 것이다 기개가 없었던 것이다.

매사에 쉬쉬하며 바로 말 한 마디 못한 것 그 늙은 탓 순수(純粹)의 탓

초연(超然)의 탓에 어찌 가책(苛責)이 없겠느냐.

그러나 우리가 너희를 꾸짖고 욕한 것은

너희를 경계하는 마음이었다. 우리처럼 되지 말라고

너희를 기대함이었다 우리가 못할 일을 할 사람은 늬들 뿐이라고-

 

사랑하는 학생들아

가르치기는 옳게 가르치고 행하기는 옳게 행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스승의 따귀를 때리는 것쯤은 보통인

그 무지한 깡패떼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원통하고 억울한 것은 늬들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럴줄 알았더면 정말

우리는 너희에게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가르칠 게 없는 훈장이니

선비의 정신이나마 깨우쳐 주겠다던 것이

이제 생각하면 정말 쑥스러운 일이었구나

 

사랑하는 젊은이들아

붉은 피를 쏟으며 빛을 불러 놓고

어둠 속에 먼저 간 수탉의 넋들아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 늬들의 공을 온 겨레가 안다.

하늘도 경건히 고개 숙일 너희 빛나는 죽음 앞에

해마다 해마다 더 많은 꽃이 피리라.

 

아 자유를 정의를 진리를 염원하던

늬들 마음의 고향 여기에 이제 모두 다 모였구나.

우리 영원히 늬들과 함께 있으리라.


4) 참고항목

http://www.univ.ac.kr/do/MessageBoard/ArticleRead.do?forum=special&id=4971e9&p_rel=8


  포인트는 1) 항목입니다. 2)의 총학생회 선언문이야 잘 알려진 선언문이죠. 1~3번 항목을 읽어보신다면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짤막하게나마 이해하셨을 것이라 봅니다. 우리에겐 좋은 비교대상이 있죠. 촛불집회라고. [...] 2008년 시위와 4.19혁명에는 딱 하나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시위의 스케일입니다[...] 6월혁명때도 그랬지만, 4.19 당시와 촛불집회를 비교하면 4.19혁명에게 실례입니다.[...] 4.19혁명 당시에는 중학생들도 단체로 나와 시위하다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지요. 하나 더 들자면 시발점입니다.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에 숨진 청년의 시체가 발견되었던 것, 그리고 시위를 마치고 돌아가던 학생들이 피습당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촛불집회와는 격이 다른 시작이었고, 이는 격이 다른 사건이라 생각하는 데에 큰 근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망자로 인한 시작은 이승만정권을 몰아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으로 보아도 시위로 정권을 몰아내는 일은 굉장히 일어나기 어렵고, 실현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4.19혁명 당시의 분위기는 촛불집회 당시의 분위기보다 훨씬 더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수 있겠죠.



III. 나가면서 - 4.18을 보는 다양한 시선들, 그리고 우리가 볼수 있는 것들


  쿠플존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성장세는 아무래도 학교보다 빠른 것 같아 [...?!] 개인적으로 들어올 때마다 즐겁습니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여러분들이 깨달을 하나의 법칙이 있습니다. '쑥게의 떡밥은 돌고 돈다.' 내년에도 분교 떡밥은 또 나올 것이고, 소속변경 떡밥도 또 나올겁니다. 특정 학과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도 나타날 것이고, 세징인님께는 매우 안타깝겠지만 다중 ID는 언제고 출몰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발자와 크래커의 싸움은 영원하죠! 아마도 분교에 대한 떡밥은 언제고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번 적은 바와 같이, 학교 이름을 우리는 받았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당사자들 끼리는,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 재단과 세종캠퍼스 간에는 합의가 된 사항이죠. 그렇다면 그것에 걸맞는 행동을 보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몇번 대학로에서 일도 하고 할 때 겪은 일이지만, 밖에 나가면 안암 분들 세종이라고 차별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툭하고 튀어 나왔느냐 하면 말입니다,


사실 이리 자료러시를 내보이며 글을 쓰게 된건 하나의 게시물 때문이었습니다. 광장에 올라온 '도박계의큰손'님의 게시물이죠. (/01_1/49568)

본문 속의 사진이 세종캠 사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철없는 학군생도들' 이라는 제목, 입은 행색, 4.19 묘역에서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는건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이들은 위령탑 앞에서 묵념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묘역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점에서는 확실히 자의이건 타의이건 용무가 있어 묘역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을 알려줍니다. 묘역이 그리 좋은 출사지였던가요? 전 사진에 대해 무지하기에 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군요.


  물론 우리가 매순간 2차세계대전을 생각하고 살지 않듯, 어떤 이들에게 4월 18일, 4월 19일은 아무것도 아닌 날일 수 있습니다. 학생회가 아무리 대자보를 붙여도 어느 새내기는 '아, 강의 쉬는 날' 이라고 생각할수 있고, 어느 새내기는 '아, 뛰기 싫은데 꼭 가야하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요. 사람이 줄기는 해도, 갈 사람은 가고, 말 사람은 맙니다. 새로 온 새내기들에게 선배들이 늘상 그러듯, "고대에 오면 꼭 경험해야할 것: 4.18, 입실렌티, 고연전" 이라는 말을 저도 하고 싶습니다.


  새내기의 입장에서는 학생회가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뒤집어 본다면 학생회는 왜 그리 고생을 하며 준비를 할까요? 학생회 입장에서도 본다면 매년 가는 새내기들 수가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에 - 물론 모든 과가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필사적이겠지요. 행사를 보는 상반된 시각입니다. 학생회에게 3.30 학생총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가 될수 있다고 봅니다. 쑥게에서 한때 학생총회 실패에 대한 원인 분석으로 '고학번 개객기론' 비스무리한게 나왔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 새내기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제안, 고학번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는 제안, 2~4학년들에게 매력적 일 수 있는 제안은 각각 다르겠지요. 등록금 만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평의원회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가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고 생각합니다. 뭐, 학교와의 접촉에서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에 학생총회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준비하시는 모습은 많이 보였고, 기숙사 편지함 가득 온 편지로도 그 성의는 볼수 있었기에 더 아쉬웠습니다.




이번 자삼 낱말사전은 'consideration'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숙고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나아간다면 고려사항, 배려, 그리고 어떠한 일, 혹은 서비스에 대한 보답, 혹은 보수 등이 그 의미가 되지요. 이번 사건으로 4.18에 대한 짧은 생각, 행사에서의 예의, 그리고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학교, 혹은 사회에 대한 자세, 그리고 한 개체를 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봅니다.



Post script : 모두 시험 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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