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orts 이야기 - 2.Goodbye, Yellow

by VKRKO posted Jul 0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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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10-11 프로리그가 막바지로 치달으며 치열한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그런 중요한 순간, 용산 E-Sports 스타디움에서 KT 롤스터와 위메이드 폭스의 경기를 앞두고 한 선수의 은퇴식이 치뤄졌습니다.


바로 폭풍저그, 홍진호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홍진호라는 선수는 매우 특이한 선수입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종목에 있어서, 한 시즌 동안 반짝하는 선수는 매우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세를 타고 단 한번이나마 우승자의 자리에 오르고 사라져간 선수들 역시 많았죠.


그렇지만 홍진호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2000년 데뷔 이후 이른바 공식리그로 분류되는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와 MBC 게임의 MSL에서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이 5번의 준우승만을 경험했죠.


 


또한 그는 대단히 꾸준하고도 강력한 선수였습니다.


황제라는 이명으로 더 유명한 임요환 선수가 당대 최강자로 자리잡았을 때, 그를 잡아낼 수 있는 유일한 저그는 홍진호 뿐이었죠.


당시 팬덤에는 누구나 저그 최초의 우승자는 홍진호가 될 것이라고 믿었고, 그가 아무리 준우승을 하더라도 언젠가는 승리하고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언제나 우승 문턱에서 좌절에 부딪혀야만 했습니다.


홍진호가 겪은 5번의 준우승은 모두 4명의 상대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임요환 2번, 이윤열 1번, 최연성 1번, 서지훈 1번.


모두가 당대 최고의 테란들이었고, 그들은 홍진호를 꺾으며 시대의 지배자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홍진호는 그저 뒤에서 그들의 우승을 보며 눈물 흘려야만 했습니다.


 


그 중 서지훈과의 올림푸스 스타리그 결승전은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경기였습니다.


2003년, 당시 개인 커리어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던 홍진호는 거칠 것 없이 승리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팬들도 이번에는 우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죠.


아마 본인도 그랬을 겁니다.


상대는 유망주라고는 하나 아직 신인인 서지훈이었구요.


 


경기는 치열했습니다.


전용준 캐스터의 목이 쉴 정도로 처절한 경기가 이어졌고, 서지훈은 2세트를, 홍진호는 1세트와 3세트를 승리하며 우승을 눈 앞에 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홍진호는 4세트와 5세트를 내리 내주며 3:2라는 너무나 아쉬운 스코어로 패배하고 맙니다.


서지훈이 우승의 감격하고 있을 때, 홍진호는 백스테이지 뒤로 내려가 울고 있었습니다...


 


후배 저그들은 홍진호가 이룩해내지 못했던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해냈습니다.


박성준이 저그의 첫 우승을 해낸 뒤 수많은 저그들이 우승을 해냈죠.


홍진호는 그 흔한 개인리그 우승 한 번 못한 선수이자 팀의 프로리그 우승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무능한 주장으로 폄훼되었습니다.


그러나 홍진호의 가치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2009년 6월 20일.


홍진호는 김택용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둡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김택용 선수는 현재 스타판의 최강자인 택뱅리쌍 중 한 명인 최강자급 프로토스입니다.


이번 10-11 시즌 프로리그에서도 역대 최고 기록인 60승을 기록하며 다승왕을 차지한 역대 프저전 최강자죠.


이 경기가 있던 08-09 시즌에도 Kespa 랭킹 2위이자 저그전 22승 4패를 기록하고 있는 최고급의 선수였구요.


 


그리고 당시 홍진호는 말 그대로 은퇴 직전의 선수였습니다.


준우승으로 가득찬 그의 커리어는 언제나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고, 후배 저그들은 언제나 그가 넘어지던 결승 문턱을 너무나 쉽게 드나들었습니다.


이 경기 도중 나왔던 이승원 해설의 한 마디는 홍진호의 당시 모습을 적나라하게 말해줍니다.


"홍진호 선수 솔직히 여지껏 놀림감밖에는 안 됐었습니다!"


군 입대 직전이던 2008년 홍진호의 프로리그 성적은 0승 0패였습니다.


팀에서 출전조차 하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지던 선수가 홍진호였죠.


 


사실 이런 상황에서라면 그 누구도 홍진호의 승리를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홍진호는 이 경기에서 그 옛날 자신이 보여주었던 폭풍 스타일로 승리를 거둡니다.


가끔씩 세상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홍진호는 그런 사건을 만들어내는 보물 같은 선수였죠.


 


 



 


홍진호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요.


요즘 인터넷 상에서 그는 그저 웃음거리로만 치부됩니다.


하지만 팬들도, 그리고 그 자신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자신이 스타크래프트 역사상 단일 시즌 최강의 저그 유저였다는 것.


그는 저그의 혼 그 자체였습니다.


 


 



 


Goodbye, [NC]Yellow.


Thank you.


 


 


 


 


 


홍진호 선수의 은퇴식 영상을 링크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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