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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욕도 많이 들으신 분이시지만 이번 축사에는 와닿는 구절들이 많네요.

 

좋은 글 공유합니다. 대학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그리고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생각으로 열심히 대학생활을 영위

 

해가고 있는 학우분들께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좋은 날에 답답한 얘기를 꺼내 미안합니다. 저는 오늘의 축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어떤 아름다운 축원을 해줘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저는 듣기 좋은 덕담보

 

다는 여러분이 앞으로 맞닥뜨려야 할 엄혹한 도전을 솔직하게 얘기하고 분발을 당부해야겠다고 생각했

 

습니다. 제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 소중한 기회를 막연한 인사말로 채우기에는 너무나 아쉬웠습

 

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따끔한 각성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선생이 할 일이기도 하니까요.

 

지금 여러분이 헤쳐나가야 할 두 가지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나라 안의 도전과 나라 밖의 도전입니다.

 

먼저 나라 안의 사정을 살펴보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 이런 대사

 

가 있었습니다.“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요. 하지만 지금

 

의 기성세대가 나중에 오늘을 뒤돌아볼 때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재의 경제·고용·복지

 

등 담론의 줄기를 보면 나중에“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가 아니라 우리 자식이 겪게 해서 참 다행”이라

 

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높은 자의 책무라는

 

뜻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말은 어느 언론인의 표현을 빌리면‘세니오르 오블리주

 

(senior oblige)’, 즉 나이 든 자의 책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자들은 나이 든 자들과 경쟁의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기성세대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원과 정보와 인맥의 차원이 다르기 때

 

문입니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단지 경쟁의 상대

 

가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의 불씨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투자하고, 양보하

 

고, 그들의 미숙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에 내일은 없습니다. 청년들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나라 밖의 도전은 더욱 심상치 않습니다. 작년 여름 저는 연구를 위해 일본을 자주 방문했습니다. 도쿄에

 

들를 때마다 혐한 시위대를 만났습니다. 지하철에 붙어 있는 잡지광고며 기사들의 상당 부분이 한국을

 

폄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다시 유치에 성공한 올림픽 준비에 들떠 새로운 도약을 준

 

비하고 있었습니다.

 

 

 

 

또 지난 겨울에는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갈 때마다 놀랍도록 변하는 곳이지만, 어느새 우리보다 훌쩍 앞

 

선 나라가 돼 있었습니다. 흔히 중국을 짝퉁의 나라 정도로 낮춰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

 

입니다. 중국은 압도적 1위의 외환보유국이고, 이미 우주정거장, 항공모함, 비행기, 고속철도를 자체 기

 

술로 만들어내는 나라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중국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고도성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중국에서 가장 놀랍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 또래 젊은 세대의 열정입니

 

다. 흔히‘쥬링허우’라고 부르는 중국의 90년대생들은 제2의 마윈, 제2의 레이쥔을 꿈꾸며 밤새워 도전의

 

열기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합니다.‘개미굴’이라는 10평 남짓한 아

 

파트에 십여 명의 학생이 함께 기거하면서 해만 뜨면 도서관으로 뛰어나가 하루종일 공부하다가 돌아옵

 

니다. 우리는 중국 인구의 1/27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면 27배 정도 열심히

 

노력해야 할 텐데, 지금은 중국이 27배 더 노력하는 형국입니다.

 

 

 

 

우리를 침략해 식민지로 삼았던 나라에선 증오의 감정이 커지고 있고, 우리와 바다를 맞대고 있는 나라

 

가 한순간에 세계 최강국으로 자라났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경험에서 배우고,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배

 

운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다시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여러분에게 희망을 겁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우리 젊은 세대가 교착상태에 빠진 나라에 새로운 모멘텀을

 

부여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해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주십시오. 제가 대학시절

 

을 돌이켜 생각할 때 후회되는 일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웠던 것은 역시 치열하게 공부하지

 

못한 것입니다. 스펙이 아니라 지성의 성장을 위해, 좋은 직업이 아니라 조국의 미래를 위해, 혼신을 다

 

해 공부하십시요.

 

 

 

 

 

그러기 위해서 다시 공동체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나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여러분이 함께 성장해 나

 

가야 할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이타정신을, 여러분은 이 교정에서 배워나가기 바랍니다.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선함’을 가슴에 품고 개인의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 때, 인류와 나라와 학교와 그리고 여러분

 

자신의 성장이 서로 접점을 찾아 만개할 수 있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8848미터를 자랑하는 에베레스트 산입니다. 여기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에베레스트 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왜 제일 높겠습니까?

 

답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에베레스트 산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이유는 세계

 

에서 제일 높은 히말라야 산맥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에베레스트 산이 만약 바다 한가운데 혼자 있었다

 

면 높아봐야 한라산이나 후지산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 산은 세계의 지붕

 

이라는 티베트 고원의 거봉들과 어깨를 맞대고 있습니다. 그 준령에서 한 뼘만 더 높으면 바로 세계 최고

 

의 산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나라를, 우리 학교를 히말라야 산맥으로 함께 키워나갑시다. 바다 위에서 혼자 높으려고 해서

 

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나와 함께 가야 할 사회적 약자들과 우리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선하고 책임 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합니다. 당신이 여기 앉아 있기 위해 탈락시킨 누군가를 생각하십시

 

오. 당신은 승리자가 아닙니다. 당신은 채무자입니다. 선함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우리 공동체를 히말라

 

야 산맥처럼 만들고 나서, 자신이 한 뼘만 더 성장할 수 있다면, 그때 당신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학생들이여,

 

 

 

선해지십시오, 성장하십시오.

 

 

 

당신이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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