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늙은 호랑이 학우가 쓴 글을 보고 남깁니다.

by 오이소박이 posted Apr 20, 2015 Views 1382 Likes 7 Replies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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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쓰여진 것은 몇일 전이긴 한데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추천이 80개가 넘게 되어 있더군요. 학우의 생각에 최소 80명은 공감을 했나 봅니다. 저 또한 글을 읽고 나서 학우의 생각에도 공감할만한 부분이 있으며, 어느 정도 총여가 양보해야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학우의 논지는 전체적으로 불의(不義)한 결과를 유도하고 있으며, 논지를 전개할 때 사용하는 논리가 애매한 경우가 많고, 글 전체적으로 상대를 은유적, 비유적, 혹은 직접적으로 비하(비난이 아닙니다.)하는 형식의 말하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기란, 인간과 인간 간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고루한 것으로 들리시겠으나, 인간과 인간 간의 관계에는 존중이 필요합니다. 글 서두부터 상대방의 글을 이상한 글로 몰아부치거나, 수준을 운운하며 폄하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는 건설적인 대화의 방식이 아니고, 양식있는 성인으로서 지양해야할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 공감하신다면 당신이 비하한 상대방에 대하여 사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학우의 논지 중 하나는 총여가 책임을 질 권한도 없으면서 월권하여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수막을 내건 행위는 총여학생회가 할 수 있는 지극히 당연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총여학생회의 이름으로 내건 현수막을 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은 무엇일까요? '총여학생회가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구나' 입니다. '총학생회가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주장하는구나.', '고대 세종 학우 전체가 세월호를 인양하라고 주장하는구나.' 가 아닙니다. 지금 세대에 와서는 대학교가 취업준비학교로 변질되면서 사회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총여학생회가 내는 목소리에 생경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이전 세대의 대학생들 때에는 총여가 사회현안에 대해 자기주장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총학과 의견이 달라 다투는 일도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총여가 진행해온 모든 사업에 대해 총학생회가 그 성과를 책임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 사안 또한 그에 대해 총여가 책임지면 되는 것입니다.


2. 다음으로 학우의 논지 중 하나는 사안이 총여가 논할만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사회현안이고, 사회현안에 대해서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한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사회의 지성이자 젊은 세대의 대변인으로서, 민주화와 노동 인권을 위해 분신했던 수많은 선배들과 같은 책임이 있습니다.


총여가 자신의 정의를 말하게 두십시오. 그것이 당신이 생각한 정의와 다를지라도.

투표로 인해 갖게 된 대표성에 대해 학우가 개입한 부분이 없다해도, 적법한 대의성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 내의 수많은 개인 학우들이나 대의기관과 마찬가지로 총여 또한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사안이 크던 작던, 정치적으로 민감하건 민감하지 않건 지성인들의 대의기구로서 말할 자격과 책임능력은 충분합니다.

말하는 것 자체의 의도를 의심하거나, '빨갱이같은 소리다.' 라는 말로 폄하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논하기에 앞서 인간에 대한 존중이자 기본적인 대화의 질서입니다.



3. 다음으로 현수막에 불만이 있으면, 현수막으로 대응하라는 총여의 주장을 경멸조로 몰아세우셨는데...


총여의 주장이 바른 방향입니다. 예전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불던 시기에도 학교 안이 대자보나 현수막으로 쑥대밭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값등록금 현수막을 너도나도 붙이던 때에도 현수막이 교정을 뒤덮지 못했습니다.

총여를 짧은 생각이나 실수를 인정치 못하고 현수막으로 싸우자고 억지부리는 것으로 폄하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보장되어야 하고 마땅히 장려해야할 모습입니다.



종합적으로 학우의 글을 판단하고 그것이 유도하는 결과를 생각해 봅시다.


총학 아래 모든 대의기관은 총학과 같은 목소리를 내야한다면.

의견을 내기에 앞서 의도를 고민하며, 내가 무엇을 얻나 고민하며, 빨갱이같은 소리가 아닌가 고민하며 의견을 내야한다면.

현수막에는 현수막을 걸라고 말하는 것이 교정을 해치게 될 게 뻔한 소리라면.


도대체 누가 대자보를 쓰고, 누가 현수막을 걸겠습니까?


그들이 자유롭게 말하게 두십시오. 그것이 자유의 전당이 갖추어야 할 모습입니다.



참고로, 여학생회가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가 총여의 존재 의의라고 말한 것이 무척 거슬리시나 봅니다.


여학우들의 권리 신장이나 복리증진 등이 아마 총여의 사전적 존재 의의이자, 아마도 존재할 학생회칙 상의 존재 의의이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총여가 해선 안된다고 말해선 안됩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선배들이 해왔던 의무이자, 시민으로서의 책무이고, 인간된 도리입니다.


선후관계, 집합관계가 좀 엇나간 것은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지, 화를 내며 상대를 폄하할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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