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명 & 학점(시간) : 서구경제사, 3학점, 주 3시간
강의 지도 (성함) : 조성원 교수님, 경제학과
강의에 대한 평가 : 8/10 

수강 시기 : 2013년도 1학기

1. 과목 소개

과목 제목 그대로 서구의 경제사를 배우는 과목입니다. 경제사란, 총체로서의 역사의 변화 과정을 경제적 계기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경제사상의 역사하고는 많이 다릅니다. 

2. 강의 진행 방식 및 참고 사항

교재는 「사람의 역사, 경제의 역사」로 강의계획서에 지정되어 있지만 구입하실 필요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교수님 개인 필기 자료와 다른 서적들을 참고해 내키는 대로 칠판에 판서로 강의를 진행하시기 때문에, 책은 전혀 사실 필요 없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필기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교재가 없기 때문에 필기를 하지 않으신다면 나중에 시험시간에 공부할 자료 자체가 하나도 없게 됩니다. 교수님께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EKU에 올려준 자료를 잘 읽으면 시험은 별문제 없을 거다. 세계사 책을 읽으면 더 좋고…'라고 하셨는데, EKU엔 사실 자료를 하나도 올려주시지 않았기 때문에 '수업을 열심히 듣고'가 전부입니다. 반쯤 농담 삼아 '교수님 숨소리마저 받아적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정도 열의를 가지시고 필기를 하시면 나중에 시험기간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맨 처음에 역사의 성장-발전-진보의 차이를 가르치셨고, 다음 맬서스 트랩, 고대 사회가 중세로 넘어가는 원동력, 칼 마르크스의 생산양식론, 그리고 동서교섭사(史)로서 2세기, 8세기, 13세기의 동서양교류사… 대략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배웁니다, 제가 보기에 교수님께서 나름대로의 내용체계를 갖추시고 수업하시는 것 같긴 한데, 교수님께선 중간중간에 생각나시는 대로 다른 이야기를 자주 곁들여서 길-게 설명하시기 때문에 듣는 사람 입장인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다소 두서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시험기간에 필기를 찬찬히 읽어보니까 "아~ 이래서 이 내용을 설명하신 거구나…" 하고 뒤늦게야 대략적인 체계가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러니까 우리들은 멍때림을 멀리하고 필기를 가까이 하는게 낫습니다.

조성원 교수님은 출석을 안 부르기로 유명하시지만, 학교에서 철저한 출결관리를 방침으로 정한 이후에는 자주 부르십니다. 강의가 2시간/1시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2시간짜리 수업에는 출석을 꼬박꼬박 부르셨고 1시간짜리 수업에는 거의 체크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수업의 장점은, 매우매우매우 편하다는 것입니다. 왜냐? 과제도 없습니다. 중간고사도 없습니다. 오로지 기말 한방인 충격적인 수업으로 기말고사 기간 전까지는 수업시간에 필기만 하신다면 달리 해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22학점을 들으신다고 해도 기말 전까지는 마치 19학점을 수강하는 듯한 착각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원래 중간고사를 보기로 했었는데, 그때까지 배운 게 별로 없어서 낼 문제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스킵되었습니다. 그런데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하고, 왠지 학우님들이 교수님께서 중간스킵 공지를 하시기 전에도 이미 다들 '이 수업 중간 안 봄 ㅇㅇ'이라고 인지하고 계시던 걸 보니 이 수업 전통 같습니다.

역으로 이 수업의 단점은, 과제도 없고 중간고사도 없고 오로지 기말 한방인 무시무시한 수업이라는 것입니다. 기말 한방은 양날의 검으로, 편하기는 하지만, 기말 때 삐끗하면 그대로 학점이 나락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3. 과제

그딴 건 이 강의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하하하하

4. 시험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강의는 기말 한방(그리고 출석)으로 학점이 결정됩니다. 시험 시간은 1시간 30분이고, 당연히 서술형으로 출제되는데, 2013-1학기 기말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경제성장/경제발전/진보의 개념상의 차이를 설명하고, 그와 관련시켜 자본주의적 발전의 역사적 특질(성격)에 대해 논하시오.(40점)

2. Karl Marx의 '생산양식'론의 내용을 소개하고, 이러한 Marx의 역사관이 현대사회를 분석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유효한지 서술하시오.(30점)

3. 대항해시대의 '상업혁명'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논하시오.(30점)

자고로 가장 확실한 전투전략은 정공법이라고, 이 시험을 잘 보시려면 그저 필기를 열심히 하시고-달달 외우시면 됩니다. 물론 이해를 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가령 3번 문제의 경우, 교수님께선 수업시간에 '대항해시대의 상업혁명은 이런 의의를 가지고 있다! 1. 블라블라 2. 어쩌고저쩌고 3.요러쿵조러쿵…' 같이 딱 외우기 쉽게 설명해주시진 않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전체적으로 이해하신다면 더 좋은 답안을 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5. 기타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는 수업은 아니라는 게 조심스러운 제 견해입니다. 학기가 더 길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학기가 어영부영 끝났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래 동서교섭사로 십자군에 관련해서도 배우기로 되어있었는데 못 배웠고… 교수님께서도 시간의 부족함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차라리 서구경제사Ⅰ, 서구경제사Ⅱ로 나누어 교수님께 시간적 여유를 더 드리면 조금 더 좋은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굳이 경제학이 전공이 아닌 분이라도, 경제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편하게 들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