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쿠플존 KUPLEZONE

조회 수 171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8월 27일 산부인과 체험을 위해 성신여대 근처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입구는 출산 세미나, 태교 요가자세 등 ‘임산부’를 위한 홍보물이 가득했다. 쭈뼛거리며 산부인과로 들어서자 힐끔힐끔 기자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산부인과에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는 많아도 20대는 한 명도 없었다. 접수 방식은 일반 병원과 조금 달랐다. 간호사는 남자 의사와 여자 의사 중 누구에게 진료를 받겠냐는 질문을 먼저 했다. 보통 학생들은 여자 의사에게 진료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남자 의사는 대기인원이 두 명뿐이었지만 여자 의사는 대기 인원이 일곱 명이나 됐다. 체험이라는 목적에 맞게 남자 의사를 선택했다.

 

기자가 방문한 산부인과에는 본진에 앞서 예진이 있었다. 예진은 여자 의사가 담당했다. 어떻게 오게 됐냐는 질문에 질염기가 있고 생리통이 심하다고 답했다. 산부인과 방문 전 질염이 여성에게 감기처럼 흔한 질병이라는 게시글을 봤기 때문이다. 여자 의사는 조심스럽게 성관계 여부를 묻더니 웃으며 질염에 표시된 기록을 지웠다. “본인이 왜 질염이라고 생각하셨어요?” 게시물에서 본 증상대로 ‘냉이 많고 냄새가 나는데 인터넷에서 질염이라길래 왔다’고 답했다. 의사는 “인터넷에서 헛소리를 많이 한다”며 “질염의 주원인은 잦은 성관계인데 성관계가 없으면 단순히 냉이 많은 체질인 경우가 많아요”라고 일축했다.

예진이 끝난 후 5분여를 기다려 본진을 위해 진료실에 들어갔다. “생리통이 심해서 왔다”는 말에 의사는 “용기 있게 혼자 왔다”며 칭찬했다. 생리통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긴장하며 초음파실에 들어갔다. 탈의실에서 검사용 치마를 입은 뒤 산부인과 의자에 앉았다. 치과 의자와 비슷하지만, 다리를 거치대에 올려 벌리는 일명 ‘굴욕의  자’다. 간호사가 시야를 커튼으로 가려 의사를 직접 바라보지 않은 채 검사를 할 수 있었다, 고통이 심할 것 같았던 초음파 검사는 의외로 거북한 느낌만 있을 뿐 별로 아프지 않았다. 남자 의사에 대한 거부감도 느끼지 못했다. 모니터를 통해 자궁 상황을 볼 수 있었고, 예상치 못했던 근종을 발견했다. 검사를 마치자 의사가 먼저 나간 뒤 간호사가 커튼을 걷었다. 진료실로 돌아와 초음파 검사 결과를 자세히 들었다. “생리통의 원인이 근종일 수도 있지만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어요. 생리통이 심할 땐 진통제를 하루에 4~5알 드세요” 진통제를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말을 ‘정설’처럼 들어온 탓에 기자에겐 낯선 진단이었다. 기자의 의아한 표정에 의사는 “약에 중독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라며 “생리통은 그냥 약을 먹고 안 아픈 게 낫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료비는 44500원이 나왔다. 불확실한 통증의 원인과 ‘진통제를 먹으라’는 처방에 지불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산부인과를 나서는데 진료 전 로비에서 기자를 빤히 바라보던 한민자(가명, 여·52) 씨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왜 기자를 주시했냐고 묻자 한민자 씨는 머쓱히 웃었다.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요즘 시대가 개방적이어서 젊은 여학생이 산부인과에 온다고 나쁘게 보진 않았는데 그래도 자꾸 보게 되대. 난 또 학생이 날 못 본 줄 알았지. 미안, 학생” 산부인과 방문에 대한 걱정은 문을 나서는 순간 앓던 이를 뽑은 듯 후련해졌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산부인과 방문은 ‘앓는 이’다. 직접 뽑아본 앓는 이 뽑기는 무서웠지만 피할 일은 아니었다.

 

박영일 기자 nulleins@kukey.com
고대신문 1729호(9월2일자) 15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52
</font>




List of Articles
번호 글쓴이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필립치과 [치과제휴혜택]필립치과 충치치료부터 치아미백까지 한 곳에서! >>> 레진치료5/치아미백17.9 - 비급여진료 최대 50%(치아미백,치아성형,충치치료,스켈링,임플란트 등) 댓글 4 file 04-13 2866
348 고대신문 정보 전학대회, 예·결산 사전 심의해 논의 시간 확보 05-06 402
347 고대신문 정보 안암총학 “교양제도 개선”…체육 교양 TO는 미정사안 10-08 410
346 고대신문 정보 20대 커플의 동거, 사회적 시선엔 아직 조심스러워 09-22 411
345 고대신문 정보 기술적 신뢰성 없는 학생회 모바일투표시스템 file 11-25 418
344 고대신문 정보 학내 곳곳서 국정화 반대 움직임 "시대착오적 발상" 11-06 419
343 고대신문 정보 여성주의, 당연함을 당연하지 않게 05-06 420
342 고대신문 정보 학생사회 이끌 새로운 얼굴은 누구 file 11-25 423
341 qksrkdnjdy 정보 2015 문예(시, 단편소설) 공모전!!!!! -고대신문 창간기념 file 10-05 424
340 고대신문 정보 조심스럽게 섬세하게 다가가는 '아웃리치' 동행 05-06 426
339 고대신문 정보 가을 밤을 노래한 독립영화 축제 10-08 434
338 고대신문 정보 고려대 교수 160명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 09-22 435
337 고대신문 정보 [KUTIME] 75화 03-29 441
336 고대신문 정보 [석탑만평] 1798호 03-29 441
335 고대신문 정보 지원 부족해 역할 못하는 세종캠 기록 자료실 댓글 1 10-08 445
334 고대신문 정보 [학술기고] 절대 권력자 바이러스의 시대, 국가적 대응체계 갖춰야 03-10 450
333 고대신문 정보 [시사]근거도 인권도 없이 집회 현장 투입되는 의무경찰 03-10 453
332 고대신문 정보 안암총학, 실험실습비 내역 투명화 주장 05-06 456
331 고대신문 정보 붉은 함성으로 수놓은 9월의 기록 09-22 458
330 고대신문 정보 문학의 향유와 창작의 방식 더 쉬워져 : 침체된 문학작품시장에 부는 새바람 10-08 464
329 고대신문 정보 멀어지는 교수와 학생 "서로 다가가 소통 시작해야" 05-06 46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0 Next
/ 20
글 작성
10
댓글 작성
2
파일 업로드
0
파일 다운로드
0
게시글 조회
0
추천 받음
2
비추천 받음
-1
위로 가기
고려대 포털 블랙보드 도서관 버스정보 오늘의 식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