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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에스닉 레스토랑을 찾는 건 과거에 비해 쉬워졌다. 2013년도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음식점, 인도 음식점 등이 포함된 항목인 국내 기타 외국식 음식점업은 2013년 1588개로, 2007년 537개에 비해 약 3배 늘었다.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유명한 이태원과 안산 등 외국인 밀집지역에서 시작한 에스닉 푸드 레스토랑은 지금 홍대, 신촌, 강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에스닉 푸드 음식점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들을 낯선 음식의 길로 이끌고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독특한 음식을 먹어봤다는 경험은 새로운 자랑거리로 거듭나며 문화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음식을 통해 그 나라의 생활 문화를 체험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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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어떻게 한국에 정착했나

한국 에스닉 레스토랑의 역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세계화로 인한 시장의 개방과 함께 국내 외식시장도 개방돼 다국적 음식 기업이 국내에 들어왔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자유화와 1993년 실시된 외국인 산업연수생 제도도 이에 한몫했다. 한국인의 외국 경험이 늘어나면서 외국 음식을 경험하고자 하는 수요가 생겼고, 외국노동자의 국내이주가 본격화돼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 확산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4년 국내 외식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의 에스닉 푸드는 과거에 비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현지에서 경험했던 음식을 국내에서 접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양원목 씨는 “소비자들은 계속적으로 새로운 ‘맛’을 추구하며 이를 찾아 유랑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따라서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에스닉 음식점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아이템을 제공한다면 향후 에스닉 레스토랑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대중화

온라인 네트워크의 발달은 다국적 음식문화가 한국에 들어와 확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대에 들어 블로그, SNS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음식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자신이 먹은 음식에 관한 정보와 정서를 타인과 쌍방으로 공유한다. 송도영(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런 온라인 네트워크의 확장이 음식문화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송도영 교수는 “‘거울소비 효과’와 같이,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다른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그 소비에 참여했다는 걸 확인받고 싶은 심리가 식문화에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새로운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은밀한 공간을 찾아내려 한다. 맛집 블로그에 게재되는 음식점은 희소성과 독특함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송도영 교수는 “대중이 너무 많이 공유하는 음식과 공간은 럭셔리한 것이 아니기에 이들은 더욱 희귀한 공간을 찾는다”며 “온라인 네트워크는 이러한 일련의 사이클 속도를 가속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닉 푸드가 문화자본으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최근엔 여행 경험이 국내에서도 현지의 맛을 찾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페인에 한 달 간 여행을 다녀온 최이진(법학과 07학번) 씨는 여행 후 국내에서 스페인 음식점을 찾아다니게 됐다. 최이진 씨는 “한국에 돌아와 함께 여행했던 친구와 스페인에서 인상 깊었던 음식 피데우아(fideua)를 파는 곳을 찾았지만 서울엔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더욱 낯설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려는 욕구는 본토의 맛을 내는 음식을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로 이어진다. 정석근(법학07) 씨는 얼마 전 여행으로 다녀온 베트남 음식을 국내에서도 맛보고 싶었지만, 베트남 현지의 맛을 내는 음식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국내 베트남 음식점은 대부분 한국화됐고, 현지만큼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다. 그는 “개인적으로 본토 음식 고유의 맛과 재료를 선호한다”며 “이름은 베트남 음식인데 맛은 베트남 음식이 아닌 경우 굳이 베트남 음식을 먹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현지의 독특한 일상음식을 맛볼 줄 아는 능력은 특별한 문화자본으로 인식된다. 에스닉 푸드가 색다른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 짓는 문화자본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송도영 교수는 한국인들이 과거에 비해 에스닉 푸드에 익숙해질수록 에스닉 푸드가 문화자본으로써 갖는 힘이 세진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다수가 관심을 가지는 트렌드 속에서만 지식의 차이를 자랑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자본이 권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단순 소비를 넘어서 음식문화 체험으로

최근엔 단순히 에스닉 푸드를 음식점에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음식문화 전반을 직접 체험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현지인이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과 한 식탁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그 나라 식생활 전반을 체험하는 것이다.

2015년 런칭한 애플리케이션 ‘애니스푼(Anispoon)’은 글로벌 집밥 공유 플랫폼이다. 현재 20여 명의 인도, 제노바,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이 호스트(host)로 등록돼 있다. 게스트들은 그들의 집에 방문해 국내에서 팔지 않는 현지 집밥을 체험할 수 있다. 곽재희 애니스푼 대표는 그 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현지 문화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니아층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곽 대표는 “단순히 인도 커리라는 음식만 먹는 것을 넘어서 인도인이 요리하는 걸 지켜보며 인도인과 같은 테이블에서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색다른 경험”이라며 “이국적 음식을 찾는 욕구는 일상에 없는 새로운 자극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가는 욕구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본교 이주여성의 사회경제적 정착을 돕는 동아리 인액터스 ‘다울림’은 에스닉 푸드를 다문화 교육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울림은 이주여성이 유치원을 방문해 모국의 요리를 가르치는 다문화 아동요리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수업을 통해 몽골에서 설날에 만드는 만두 같은 음식인 ‘보즈’를 만들면서 한국의 설날과 만두를 몽골의 것과 비교한다. 다울림 프로젝트 매니저 이온유(국제학부14) 씨는 “국가별 요리를 비교하고 직접 만들면서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며 “민족음식은 다른 문화에 비해 체험했을 때 느낌이 강렬하다”고 말했다.

 

<참고 논문>
송도영 <종교와 음식을 통한 도시공간의 문화적 네트워크: 이태원을 중심으로> (2007년)
정지희 <Multi-Ethnicity소비 공간의 형성과 지역 활성화 - 이태원 에스닉레스토랑을 중심으로>(2015년)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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