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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현대사회에서 결정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연출된 사진입니다. 사진ㅣ조현제 기자 al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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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주인공 햄릿은 우유부단한 인물의 표방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햄릿형 인간’은 여전히 많다. 문제들을 앞에 두고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을 일컬어 햄릿증후군이라 한다, 임희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고민을 거듭하는 현대인의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로, 사회학적 현상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햄릿증후군은 무엇인지, 발생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하나의 사회현상, 햄릿증후군

과거의 결정장애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개인의 우유부단한 모습을 가리켰다면, 이제는 개인의 성격을 뛰어넘어 특정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정장애 세대>를 쓴 올리버 예게스는 요즘 젊은 세대를 ‘Generation Maybe’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지금의 20, 30대는 “Yes or No?”의 상황에서 “Yes”나 “No”대신 “Maybe”라는 답을 더 자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얻기 위해 타인의 의견을 묻는 행동을 뜻하는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줄임말에서도 햄릿형 현대인을 찾아볼 수 있다.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사소한 일이나 일상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조사(2015년)에 따르면 응답한 대학생의 51.4%가 ‘점심 메뉴를 고를 때’ 가장 선택이 어렵다고 답했으며 ‘의류를 구입할 때(18.9%)’, ‘중요한 날 아침 옷을 고를 때(16.1%)’ 등의 응답도 있었다. ‘트렌드코리아2015’ 공동저자 이준영(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스스로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의 홍수, 선택지의 범람 현상이 현대 소비자를 어쩔 수 없는 결정장애로 몰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선택에 대한 확신 부족

# 박 모(여·22) 씨는 평소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밖을 나갈 때면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머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가방은 무엇을 멜지 고민하는 데만 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고민에 빠져 친구들의 약속에 늦곤 한다. 이걸 입고 나가면 유행이 지난 옷은 아닐까.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라 생각하진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임희수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은 정답사회인 한국의 특성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내 선택이 잘되고 있는지 확신이 없으니 ‘남을 따라하면 손해는 안 보겠지’란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겨냥해 큐레이션 서비스가 확대되는 추세다. 맛집, 영화, 데이트 장소 등의 순위를 매겨주는 콘텐츠나 사용자 취향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불완전에 대응한 자기방어

# 정 모(과기대 응용통계15) 씨는 카톡프로필 사진을 설정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 A로 프로필 사진을 설정하려 사진첩에 들어갔는데 B도 괜찮아 보인다. B를 하려니 A가 미련에 남는다. 프로필 사진하나 결정할 때마다 귀찮게 묻는 정 씨의 행동에 주변 친구들은 그만 좀 하란 말까지 한다.

이러한 결정장애의 원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심리학 용어엔 ‘지연 행동’이 있다. 지연 행동은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불편한 마음에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나 끝마쳐야하는 일을 미루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지연 행동은 역설적으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게으름과는 엄연히 다르다. ‘완벽하지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란 마음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결과물인 셈이다.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져

# 김선예(여·23) 씨는 친구와 함께 카페에 왔다. 친구는 이미 커피를 시켜서 기다리고 있는데 김 씨는 30분 넘게 메뉴판만 바라보고 있다. 수 십 가지가 넘는 메뉴에 김 씨는 무언 가를 살 때마다 선택의 고민에 휩싸인다.

시장경제의 폭은 넓어져 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SNS와 웹으로 인해 사람들은 많은 정보들을 접한다. 과거엔 선택지가 적어 결정에 어려움이 적었지만 요즘의 상황은 더욱 더 복잡해졌다. 하나를 선택하면 포기할 것들이 더욱 많아진 것이다. 이런 성향의 소비자들에 맞춰 선택장애용 제품이나 어플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 ‘커피유’ 카페는 ‘선택장애음료’와 같은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신응수 커피유 사장은 “쉽게 메뉴를 정하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 선택장애용 음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자판기에 ‘랜덤’ 옵션이 생기고 음식점에 ‘아무거나’, ‘몰라’ 등 선택장애자들을 위한 메뉴판도 생겼다. 선택장애 해결 어플 ‘쏘캣’ 관계자는“쏘캣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것이 서툰 이들에게 성공 확률이 높은 선택지들을 추려내 더 좋은 선택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햄릿증후군을 겪는 사람은 삶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매 순간 자신의 선택이 잘못돼 후회하는 상황’을 항상 두려워하곤 한다. 이준영 교수는 “선택의 대안이 많아지는 현 상황에서는 선택 시에 포기해야 하는 대안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기회비용도 급격히 증가해 무언가를 선택하기에 어려움이 커진 것”이라 말했다. 최대헌 한국드라마심리상담협회장은 “우리 사회의 정보의 과잉, 선택에 따른 일방적 책임 묻기, 원칙의 부재에 따른 혼란에 21세기 햄릿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기자  100win@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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