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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와 한국사회사학회가 함께 8월 6일과 8월 7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광복 70년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삶> 학술대회를 열었다. 한국사회의 궤적과 한국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15개의 발표 중 ‘가족’과 ‘소비’를 주제어로 하는 두 개의 발표를 선정해 지면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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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기상. 1시간 동안 가정교사와 공부하고 7시에 등교하면 오후 4시에 정규수업이 끝난다. 저녁밥은 사먹고 전문과외 교사집에서 수업이 10시 반까지. 돌아오면 가정교사와 그날의 총복습, 결국 새벽 1시반경 잠자리에 드는 기진맥진한 생활의 반복이다.

 

2015년의 모습이 아니다. 1968년 경향신문에 실린 초등학생 아이의 하루를 묘사한 장면이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초등학생조차 밖에서 노는 것보다 안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익숙한 사회 분위기는 해방 직후부터 계속돼왔다. 최근에는 과도한 학업압박을 받는 아이가 모범생처럼 보이기 위해 갖은 고민을 숨기며 살다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착한아이증후군’까지 발생했다.

7일 진행된 학술대회 ‘광복 70년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삶’에서 주윤성(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치맛바람과 한국의 가족’을 주제로 발표했다. 주윤성 연구원의 발표를 기반으로 한국역사 70년과 궤를 같이한 ‘치맛바람의 역사’를 따라가봤다.

 

전쟁 통에도 뜨거웠던 교육열

1950년 한국전쟁 중 한국인들은 다른 건 파괴되고 약탈당할 수 있지만 학력은 사라지지 않는 재산이라고 생각했다. 전쟁 당시에도 피난처인 부산에서 천막학교를 설치하고 자녀들의 교육을 지속시키는 교육열이 뜨거웠다. 지금과 같이 ‘어머니의 높은 교육열’을 의미하는 치맛바람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이다. 초기 치맛바람은 여성의 계활동, 금융축적을 비롯한 사회적 활동을 의미했다. 주윤정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치맛바람은 60년대 의무 교육 시행으로 인한 과밀 학급인 ‘콩나물 교실’이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콩나물 교실에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자 엄마들의 자구책으로 교사에 대한 촌지, 대의원회 활동, 과외 등이 활성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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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교육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치맛바람은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엄마의 역할로 자리 잡았다. 당시 언론은 ‘교육열의 주도자는 모든 여성이 아닌 일부 유한(有閑)자모들’이라고 분석했다. 1966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에는 살림을 식모에게 맡긴 어머니가 넘치는 정력을 자녀교육이라는 일에 쏟아버려 치맛바람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맛바람은 상류계층뿐만 아니라 빈곤계층에서도 여지없이 불었다. 언론은 국가 성장을 위해 학력을 통한 사회 이동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집합적인 꿈과 개인의 꿈의 연계를 통해 사회 구성원의 자원을 동원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언론은 ‘학력고사 수석을 한 청소부 홀어머니의 자제’와 같은 성공사례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경제적 영역의 치맛바람

1980년대, 치맛바람을 일으키던 여성들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복부인’으로 진화했다. 주윤성 연구원은 “80년대는 과외금지법으로 인해 표면적으로 치맛바람이 잠잠해진 듯했으나 여성들의 치맛바람은 경제적 영역으로 확장됐다”고 말했다. 80년대에는 강남의 개발과 함께 학군의 이동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어머니들은 부동산 계모임과 부동산 투기를 통해 가계의 자산을 증식시켰다. 여성 고용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능한 남성을 대신해 여성이 비공식경제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주윤성 연구원은 김기영의 영화 <육식동물>을 예시로 들었다. 1984년에 제작된 이 영화에는 여성의 치맛바람의 영향력이 경제적 부문까지 확장된 당시 시대상이 드러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복부인 도 여사는 “이 서울에는 하느님도 죽었고, 남자도 죽었다. 돈은 여자가 움켜쥐고 있다. 남자는 살아있는 송장들이야.(중략) 우리는 사기를 치는 게 아니에요. 투자를 해서 국토개발을 하는 거죠.”라며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영향력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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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유지를 위한 몸부림

21세기의 ‘치맛바람’의 영향은 미성년인 자녀를 넘어 성년이 된 자녀들에게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장성한 자녀의 주위를 날아다니며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 자녀 앞에 놓인 장애물을 잔디 깎듯이 해결해주는 ‘잔디깎기 맘’과 같은 신조어도 탄생했다. 미성년인 자녀를 위해 돼지처럼 몰려다니며 고액 과외 팀을 짜고 엄청난 정보력을 가진 어머니를 뜻하는 ‘돼지엄마’도 등장했다.

이는 사교육이 활성화된 지역에서 강한 치맛바람을 가진 어머니들의 증가로 생긴 신조어다. 주윤정 연구원은 이러한 어머니상(像)의 등장을 ‘중산층의 계층 유지를 위한 욕구’로 설명했다. 그는 “지식과 학력을 기반으로 한 노동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라며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현시점에서, 치맛바람은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에게 자신의 지위와 자본을 상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3년 통계청이 실시한 ‘가구 소득수준별 사교육비’에서는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가구와 7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주윤정 연구원은 어머니들의 치맛바람을 ‘양날의 칼’이라고 평했다. 교육열이 계층화와 양극화를 심화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의 광범위한 교육열은 평등에 대한 강렬한 지향성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주윤정 연구원은 “계층이동과 능력을 통한 성공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신념이 깨져 양극화 고착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퍼진다면 사회 활력저하를 동반하는 교육열 저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 확산 등으로 인한 이상적 교육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나 기자  lyn@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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