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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수많은 청춘이 소속 대학을 바꾸기 위해 고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편입준비생 홍수현(남·21)씨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 씨는 서울 소재 S사립대 공과대 14학번이며 현재 학사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기사는 홍 씨와의 심층취재를 바탕으로 1인칭 시점에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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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이수에 어학연수, 자격증 시험까지경제적 부담돼 편의점 야간알바 병행“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간다” 사진│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새벽 4시

오늘도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이 짓만 올해로 1년 반이 넘었다. 고3 때 서울 유명 사립대에 원서를 넣었지만 다 떨어지고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 간신히 붙었다. 그때 어떤 녀석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역시 사람은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해.”

부모님께 차마 재수하겠다는 말을 못해 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바로 편입을 결심했다. 전공이 나와는 맞지 않을뿐더러, 교육환경이 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편입을 준비하면서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도움을 받는 건 자취방 월세뿐이다. 지난 겨울, 고민 끝에 편입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부모님은 ‘엄친아’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옆집 아들내미는 고대 경영을 다니는데, 과외로만 100만 원을 번다더라.”

지난 기억에 한숨을 내쉬고 자취방을 나오니 시간이 아침 6시가 넘었다. 발길을 서두른다. 아침 7시 학교 도서관 개장시간에 맞춰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침 7시에 도서관에 가면, 밤 12시 도서관이 문 닫을 때까지 공부한다.

 

아침 8시

아침을 먹기 위해 잠깐 도서관을 나와 학교 기숙사 식당으로 향한다. 이게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 끼니다. 돈이 아까워 한 끼만 먹다 보니 위가 줄어서 배가 고프지도 않다. 하루에 식비로 쓰는 돈은 최대 5000원으로 정했다. 가끔 다른 친구들처럼 멋을 한껏 부리고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 자극을 준다. ‘내가 과연 이걸 먹을 만한 가치 있는 활동을 했나.’

밥을 후딱 먹고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간다. 수업시간을 제외하곤 도서관에 거의 붙어있다. 시험 기간이 아닌 요즘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점을 따려고 공부한다. 자격증 취득시험도 준비 중이다. 종합경제 분야 국가공인 자격시험인 테샛(TESAT), 산업기사 자격증, 컴퓨터활용능력 이 자격증 3개를 따면 60학점 상당의 학점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편입학 시험은 영어성적이 무척 중요하니까 어학시험도 함께 준비한다. 밥값에서 소비를 줄여봐도 자격증 시험이나 어학시험비로 돈이 줄줄 샌다. 아무리 아껴도 한 달에 쓰는 돈이 30만 원에서 40만 원은 기본으로 나간다.

 

오후 1시

중간에 수업을 듣고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데 친구놈들이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고기 먹을 돈이면 삼각김밥이 몇 개야?’ 돈 생각부터 드는 나 자신이 너무 싫지만 결국 또 거절한다.

다시 내 집 같은 도서관으로 돌아와 영어공부를 한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하는 것도 나름 할만하다. 주변엔 학원에 다니며 편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나도 편입학원에 다니려고 했다. 학원 상담을 받았는데, 영어수업만으로 학원비가 무려 한 달에 40만 원을 넘었다. 여기에다 이공계열인 나는 지원하는 학과의 전공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수학수업까지 하면 학원비는 훨씬 비싸진다. 학원비 이야기를 듣자마자 학원을 바로 포기해야 했다.

혼자 편입을 준비하면서 관련 정보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수소문했다. 대부분 대학의 편입학 전형 1차는 거의 영어성적으로 합격이 판가름나고, 2차에서는 전공면접을 보는 데가 많다. 공인영어로는 텝스(TEPS)를 준비하는데, 처음 한 달간은 강남에 있는 학원에 다녔다. 학원에서 쓰는 책을 2만 원에 구할 수 있어서, 그 후엔 학원을 그만두고 교재만 사서 혼자 공부하고 있다. 전공시험 준비도 혼자 해야 한다. 관련 책은 너무 비싸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공부한다.

그렇게 오후엔 자격증, 영어, 전공 시험공부로 시간을 보낸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은데, 시간은 애꿎게도 잘만 흐른다.

 

밤 10시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도서관을 나서야 한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중 금요일, 토요일은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한다. 다른 알바에 비해 중간중간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한다. 이 일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일한다.

하루 10시간씩, 일주일에 두 번 일 하면 한 달에 50만 원 가까이 번다. 이렇게 힘들게 번 돈은 잠깐 내 손에 쥐어졌다 금세 없어진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는다.

 

밤 12시

혼자 알바를 하고 있는데, 학교 친구 녀석한테 전화가 온다. “수현아 나와. 놀자.” 순간적으로 혼자 울컥했다. ‘나도 놀고 싶은데... 그렇지만 난 아직 안돼.’ 편입을 준비하면서 학교 사람들에게 최대한 선을 그었다. 편입준비 사실을 굳이 말하긴 싫었다.

나는 언젠간 이 학교를 떠날 사람이란 생각을 늘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함부로 정을 줄 수도 없었다. 학교 사람들도 알고 내게 최대한 선을 긋는다. 신입생 때 그 흔한 과 술자리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모든 게 돈 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핑계를 대서라도 빠져나오기 바빴다. MT도 한 번도 안 갔다. 내게 대학 1학년 때의 기억은 암흑과도 같다. 아무런 추억이 없다.

 

아침 9시

알바가 끝나고 잠자리에 누워서 생각한다. ‘오늘도 참 바쁘게 살았구나.’ 이제까지 방학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학시험에, 자격증시험 준비를 한답시고 입학하고서부터 끊임없이 달려왔다. 학기 중엔 수업도 듣고, 틈틈이 어학 공부를 하기에도 벅찼다. 그래서 늘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왔다.

나는 대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다. 어찌 보면 편입은 재수보다 더 심한 족쇄 같다. 편입은 장기전이라 내 숨통을 더 조여온다. 하지만 이 레이스도 거의 끝나가는 걸 느낀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내년부터는 내가 원하는 학교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입학하면 3학년이지만 MT는 꼭 가고 싶다. 휴학도 해보고, 여행도 다니고 싶다. 대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다 해보고 싶다. 교내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대외활동도 활발하게 할 거다. 오늘도 이런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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