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학기에 들었던 공공행정학부 고세훈 교수님의 [정책과 철학]입니다.
수강신청을 할 때 이 과목을 보고 정책학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자기자신을 원망하게 되실 겁니다. 이 과목은 철학과목입니다. 정책이 아니에요. 교수님께서 OT하실 때 말씀해주십니다. 이 과목은 철학사를 배우는 과목이라고요.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이 쌓여있지 않고 철학에 대한 흥미 그리고 고세훈교수님에 대한 팬심이 없다면 굉장히 힘든 과목입니다. 아 물론 공공행정학부 학우들은 고세훈 교수님의 팬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만 팬심하나로 듣기에는 힘든 과목입니다. 가히 고세훈교수님 커리큘럼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과목입니다.
이 과목은 17, 18, 19세기 서양철학사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입니다. 이 서양철학사의 흐름을 존재와 생성의 싸움으로 이해하는 과목입니다. 약 3백년을 한학기에 배우는 만큼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외워야 할 것도 많습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부 필기하고 외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재도 있지만 교수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이 사실 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 교수님께서 밑줄 그으라고 표시해주시는 부분,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낭독해보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부분들은 굉장히 많은 양을 차지하지만요.
이 과목은 과제도 퀴즈도 팀플도 없는 과목입니다. 고세훈교수님의 모든 수업이 다 그렇습니다. 오로지 출결과 시험으로만 평가하십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대부분 문제가 한 문제 혹은 두 문제입니다. 논술형으로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취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안지가 나오기 힘든 과목입니다. 물론 문제에 무엇을 써야하는지는 제시해 주시지만 보통 기말고사 문제는 '19세기 서양철학사의 흐름(신계몽주의, 낭만주의, 진화 등)에 대해 서술하시오.'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물론 어려워하는 학우들이 많은 만큼 열심히 공부하면 그대로 학점이 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성취감도 굉장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