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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넷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지면 조치원의 상주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조치원에 상주하는 고 학번들은 계절학기가 끝난 뒤의 서창리가 얼마나 한산한지 안다. 대다수의 배달음식점이 휴업하고,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르바이트와 자취방을 전전하는 챗바퀴가 시작되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언제나 만석이던 조치원 역의 기차 또한 자리가 남아 입석은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한산한 한달 동안의 적막은 8월 셋째 주 까지 이어지며, 그 뒤로부터 서서히 거리에 사람이 늘어나고, 10시 넘어서 전화를 받는 치킨 집이 늘어난다. 그리고 개강을 한다.

개강을 하고 2학기가 되면 새로운 얼굴이 눈에 뜨인다. 2학기의 신입생, 복학생들이다.

보통 1학기보다 2학기에 복학을 하는 복학생들이 많은데, 이것이 복학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잦아서인지, 2학기가 복학하기에 편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자취를 할 때에 알게 된 선배 또한 2학기에 복학을 하신 분이었는데, 이분은 복학 계획에 큰 실수를 하셔서 우리 학과 내에서 전설이 되셨다.

 

방학 중이었다. 나는 학과 선배께서 이번 여름방학에 복학하신 분을 소개시켜 주신다고 하여 선배 자취방에 놀러 갔다. 내가 선배의 자취방에 도착하니 술병이 늘어져 있었고, 나를 부른 선배는 정작 주무시고 계셨다. 속으로는 방으로 불러 놓고 먼저 곯아 떨어진 선배를 욕하며, 복학생 선배와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 안녕 이번에 복학하는 조준용이라고 해.”

거의 대다수의 복학생이 그러하듯 준용 선배 또한 투블럭이라 하기엔 애매하고, 군인이라 하기에는 너무 긴 머리로 군인과 대학생의 경계에 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회에 돌아와서일까, 편하게 있으면서도 눈에서는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그에게서 나는 마침 비슷한 시기에 제대한 나의 형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고, 몇 번 대화를 나누어 보니 마치 형과 대화하는 것 같아서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 이거 비밀인데 말이지, 나 복학할 때 군인인 상태로 복학한다.”

?”

개강일이 말년 휴가 중간이라, 그냥 휴가 때 수강 신청이랑 복학을 하고 학교 다니다 전역 하려고 해.”

그거 불법 아니에요?”

그야 걸리면 영창행인데, 부대에서 내가 복학한 것을 어떻게 알겠어? 어차피 말년 휴가 끝나면 며칠 후에 전역일이라 부대 가서 잠시 있다가 전역신고 하고 바로 나오면 되는 거야.”

잠깐 생각해 보니 아주 그럴 듯 한 계획이었다. 전역하고 복학하려면 6개월을 날려서 다음 해 3월까지 시간을 버려야 하는데, 준용 선배의 계획대로면 휴가 일정만 계산 잘하면 자연스럽게 학기 중에 전역을 할 수 있어 제대 날짜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았다.

아 참, 너 이번 방학 때 휴대폰 대리점에서 아르바이트 했지?”

, 왜요?”

. 입대 전 폰이 제대하고 보니까 아주 고물이야. 깔끔한 신상으로 바꿔 줄 수 있겠니?”

그럼요. 가격은 얼마 정도 생각하고 계셔요?”

가능하면 싸게 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전화번호 바꾸시고 통신사까지 바꾸시는걸 추천 드려요. 기변에 기존번호 쓰면 할인율이 적게 나오거든요.”

외국에 계신 부모님과 이메일로 자주 연락하는데, 거기에 맞춰서 요금제를 짜 줘.”

네 그러면 제가 있는 대리점 위치 알려 드릴께요. 내일 모래쯤 오시면 되세요.”

준용 선배와 나는 이렇게 대화의 주제가 잘 맞아서 빠르게 친해졌고, 아침에 나를 방에 초대한 선배가 일어날 때까지 술과 대화로 밤을 샜다.

 

그 날 이후 준용 선배와 나는 자주 만났다. 그는 정기 휴가를 계속 쓰지 않고 모으다 말년병장 때 한꺼번에 모아둔 정기 휴가를 써서, 가끔 며칠씩 휴가 사이에 부대에 복귀하는 날을 빼고는 계속 조치원에서 살았다. 그는 나와 수강신청도 같이 하여 공통 과목을 여러 개 만들어 서로 챙겨 주기로 하였고, 휴가 중 복학이라는 그의 계획은 완벽한 것 같았다.

 

마침내 개강을 하였고, 방학 중 보던 벗들도 개강 후에 보면 다시금 반가워 기쁜 몇 주간이었다. 학과 개총과, 2학기 동아리 일정 준비에 바쁘게 살며, 한편으로는 학업에도 최대한 충실히 하려 노력하였는데, 복학생이신 준용 선배가 교수님들과 많이 친하게 지내시던 분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 강의에서는 OT날 바로 조를 짜서 조별과제를 준비해야 하였는데, 선배와 같은 조에 드니, 나에게 그는 참한 학생이라며 본받으라 하신 교수님도 있었다.

 

개강 첫 주가 끝난 주말, 사람이 많이 빠져 한적한 피시방에서 준용 선배와 나는 2인큐를 돌리며 실버 등급 탈출에 힘쓰고 있었는데, 뒤에서 ‘DP’가 적힌 모자를 쓴 군인 두 분이 우리가 있는 자리로 찾아왔다.

조준용 장병 맞습니까?”

준용 선배는 게임 중 뒤를 돌아보았다가, 굳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준용 선배의 얼굴을 확인한 군인은 곁의 동료에게 말했다.

미 복귀자 조준용 병장 찾았다고 전화해.”

제가 미 복귀자라고요? 분명 내일이 전역일인데?”

선배는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 하였으나, DP 모자를 쓴 군인께서 선배에게 대답 해 주었다.

예정되었던 전역 일자는 내일이 맞습니다. 2일간의 탈영으로 더 늘어나겠지만 말입니다, 조준용 장병.”

 

형은 전역일 이틀 전에 말년 휴가가 끝난다는 사실을 잊고, 전역일에 부대로 복귀하면 된다고 착각하였고. 부대에서는 휴가를 나간 선배가 연락도 없이 복귀를 하지 않자, 휴대폰으로 연락하였지만, 전화번호를 바꾼 선배에게는 연락이 가지를 않았다. 부모님 또한 해외에 계셔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배의 부대는 선배가 탈영을 하였다고 판단하였고, 헌병대가 학교 근처 PC방에서 열심히 게임을 하던 선배를 잡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몇 주 동안 선배와 같이 듣기로 한 강의에서 교수님들께 선배의 현 상태에 대하여 설명을 드려야 했다.

 

 

 

자네, 조준용군과 같은 조 아닌가? 준용군이 저번 주부터 연락 없이 계속 결강을 하는데, 혹시 이유를 아는가?”

교수님, 그분 지금 영창갔어요.”

 

 

 

 

 

 

 

  • profile
    작성자 iluvatar 2016.09.03 00:41

    쿠플노블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쿠플노블 외전이 끝나고,  2회차 무단으로 연재를 펑크내어,

    기다리시던 독자분들께 큰 실례를 범하였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연재라는 독자분들과의 약속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겠습니다.

    다시금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죄 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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