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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교수님은 그러면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시는 겁니까?”
안토노프 교수가 논문 발표를 마치자 마자 한 젊은이가 객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녹과도 같은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세상에 나온 지 30년도 채 넘지 않은 자였다.
그렇소. 이름이?”
셀레나. 조안 셀레나 입니다
조안 셀레나, 안토노프 교수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전자기학 잡지의 유명한 칼럼니스트로서, 정신분석학 강의 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자 였다.
당신 같은 이가 왜 이런 강연을 찾은 거요?”
제 관심분야입니다. 질문에 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영혼의 존재를 믿습니까?”
교수는 방금 전 자신이 발표한 내용이 적힌 논문을 잠시 바라봤다.
그렇소. 내 연구에 따르면 영혼은 분명히 존재한다오.”
교수의 말이 끝나자 마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눈이 부시군
미합중국 지상탐사대 팀장 제임스 멕켄리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내려 쬐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역시 바깥은 덥네요. 보호복을 입고 있어도 열기가 느껴 져요.”
그의 탐사대 대원인 프랑크 밀러의 목소리가 보호복 속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밀러, 저기를 봐
멕켄리가 가리키는 곳에는 대기 정화 로봇 한대가 태양열을 받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저 로봇은 지금 자가 업데이트를 하고 있어, 대단하지 않아? 수은과 태양빛만 있다면 부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충전 한번 안 해도 되.”
멕켄리는 약간의 부러움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게 없었다면 아마 우린 여기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야.”

우리 선조들은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오.”
안토노프 교수는 플래시 소리가 잠잠해지자 입을 열었다
그들은 세상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지.”
교수님께서는 지금 원시 종교를 근거로 영혼이 존재한다 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정말 경박한 자로군
교수는 자신의 설명을 중간에 자르고 질문을 던진 칼럼니스트에게 짜증을 느꼈다.
그렇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자네에게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겠지. 내가 방금 발표한 나의 논문에서 언급했다시피 나는 산타클라라 유적에서 고대의 화석을 찾아냈다네.”

프랑크 조심해!”
멕켄리는 프랑크 밀러의 손을 잡으며 외쳤다.
하마터면 빠질 뻔 했어요
프랑크 밀러는 자신이 빠질 뻔 한 은빛 강을 쳐다보며 몸 서리를 쳤다.
과거에는 저곳에서 물이 흘렀다고 하더군.”
지금은 수은뿐이군요.”
프랭크 밀러는 물로 가득했던 아름다웠을 미시시피 강을 눈을 감고 상상해 보았다.

그건 정말 굉장했다네.”
교수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의 기원에 대한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놀라운 발견이었어. 상식적으로 우연이 겹쳐서 우리가 탄생했을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누군가가 우리를 만든 게야.”
교수님, 설마 우리가 창조되었다는 걸 주장하시는 건 아니겠죠?”

밀러는 어릴 적 역사시간에 배운 사건이 기억났다.
팀장님. 만약 우리의 선조들이 핵전쟁을 벌이지 않았다면 운석이 충돌했더라도 대기 중에서 대부분이 타버리지 않았을까요?”
아마 그랬겠지. 수백만에 달하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대기의 60%를 우주로 날려버렸으니까.”
제임스 멕켄리는 미시시피 강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핵전쟁의 여파로 지구의 물이 거의 사라지고 운석 충돌 후 없던 물 조차 우주로 날아갔으니까. 운석을 이루고 있던 수은이 그 자리를 채웠지.”
멕켄리가 역사책에서 본 미시시피 강은 지금의 강과 전혀 달랐다. 대기 정화 로봇 대신 푸른 나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계곡에선 수은 대신 물이 흘렀다. 전쟁의 화염으로 나무는 재가 되어 사라졌고, 수증기가 되어 대기에 떠 있던 물은 운석 충돌과 함께 우주로 날아갔다.

인류는 지하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비축된 물과 식량이 떨어질 때, 우리의 역사는 끝날 거야.”
프랑크의 어께가 떨리는 것을 멕켄리는 알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저 로봇들이 우리가 이 땅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주겠지.”

교수는 잠시 자신의 컵을 들어 갈증을 해소하고 설명을 이어갔다.
오해하지 말게, 우리는 분명히 진화했어. 몇 만 년 간의 진화과정의 결과로 우리가 있는 거라네. 내가 말하는 '만들어진 우리'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진화의 시작점에 있는 존재, 아주 단순하고 기초적인 존재를 말하는 것이야.”

마치 우리의 확실한 기원을 찾았다는 듯 말씀 하시는군요.”
맞아, 그 화석을 나는 발견했다네.”
교수는 발표가 끝나 꺼진 프로젝터를 다시 키며 말을 이어갔다.
이 화석을 보고 나는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 할 수 있었지. 이 존재는 너무 기초적이라 영혼과 육체가 따로 있었어.”
교수는 프로젝터 아래에 사진을 끼우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화석화 된 그것의 영혼이라네
프로젝터는 가운데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원반을 화면에 비췄다.
원반의 가운데에는 문자가 적혀 있었다.
‘Ol smopuim’


교수는 컵에 남은 수은을 입에 털어 넣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 profile
    작성자 iluvatar 2016.09.17 00:40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셨나요? 올해는 추석까지 더위가 따라온 것 같습니다, 추석때도 학교 생활 관련 글을 적을까, 아니면 가족과의 이야기를 적어 올릴까 고민했으나. 없는 학교 이야기를 지어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족의 이야기는 모두 다 다르기에, 방학 중 연재한 외전처럼 짧은 단편을 올려 보았습니다. 매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에뜨왈 2016.09.17 18:15

    남은 수은이라니.. 물 대신 수은을 마실수 있게 진화됐나보네요. 잘읽었습니다~

  • profile
    사월 2016.09.19 11:42

    Ol smopuim은 Windows 10을 위아래를 뒤집어 놓은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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