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수 160명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표는 16일 오전 10시 서관 222A호에서 진행됐으며, 권내현(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 김언종(문과대 한문학과) 교수, 박홍규(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련(사범대 역사교육과) 교수, 이상우(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태헌(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먼저 김언종 교수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파괴하고 공론 분열을 야기하는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내용은 정부가 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하고 일부 정치적 세력을 위한 역사적 잣대를 교육현장에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권내현 교수는 “교과서 국정화는 과거 유신정권 당시 시행된 것”이라며 “획일성의 문제로 인해 폐지된 제도를 되살리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서도 권 교수는 “국정화 시도를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수호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공감하기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으로도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소수의 국가들에서만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과거사 청산 문제로 우리나라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 역시 교과서 검정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언종 교수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단일한 역사 인식이 형성되는 경우 해당 시점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획일화된 시각을 미래세대에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과서 국정화 논의를 교육의 다양성과 획일성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제기됐다. 김언종 교수는 “획일성이라는 유혹에 빠지면 후세대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내현 교수는 “본교생들 역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역사적 가치가 전해져야 함을 인식하고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에 기재된 160명의 본교 교수 중 비 역사계열 교수는 140여명이다. 김언종 교수는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논의가 역사적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법적 가치의 수호에 관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요세피나 기자 kur@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