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학우여러분!
학교는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은 이후 교내 많은 학과에 학과 통폐합을 통보했습니다. 북한학과도 통폐합을 통보받은 학과 중 하나입니다.
저희 북한학과 학생들은 학교의 독단적인 통폐합에 분노하고 있으며 북한학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학과개편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학생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한 후 2월 2일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본교의 일방적인 학사구조개편에 따른 북한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성명서와 함께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릴레이시위를 벌이는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우회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북한학과 원우회도 저희의 외침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종개편안의 확정을 앞둔 지금 개편안이 날치기로 제출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고려대 북한학과 학생비상대책위원회 성명서의 자세한 내용은 첨부된 사진에 담겨있으며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많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학우들의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북한학과 학우들을 응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성명서 내용에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의견 남깁니다.
저는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소속 학부생입니다. 제가 읽기에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은, 성명서의 '미디어문예창작학과는 학부로 확대발전 되었다'라는 문장입니다. 타과의 학우들이 보시기에, 학부로 개편되는 모습이 학과가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공자인 저로서는 이것이, '문화창의학부'라는 괴상한 명칭을 앞세워 학생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보입니다. 실제로 ‘문예창작학과’라는 학과명을 사용했던 학과들 대부분이, 현재 학과명 앞에 ‘미디어’를 붙입니다. 또 한국어문학부로 개편하여 국어국문전공과 문예창작전공을 나누어 개설합니다. 이유는 딱 하나, ‘취업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학들 중 우리학교의 개편안처럼 문화콘텐츠전공과 미디어문예창작전공으로 나눈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곳이 문화콘텐츠창작전공으로 개편한 호서대학교입니다. 큰 연관이 없는 두 전공을 한 학부 아래 두는 개편안이 오직, 취업률 향상만을 지표로 삼아 실행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찌되었건 2017년 1학기부터 미디어문예창작 ‘학과’는 ‘문화스포츠대학’ 소속 ‘문화창의학부’ 미디어문예창작 ‘전공’으로 축소 개편되며, 학부 내에 ‘문화콘텐츠 전공’이 신설됩니다. 큰 연관이 없는, 독립된 두 개의 전공이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셈입니다. 학과 간의 융‧복합을 기반으로 삼아 인문‧경상 계열을 개편한다는 학교 관계자의 말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한 지붕 아래의 비슷한 전공이라고 보기에는 학문 간의 연계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서 가르치는 과목 중 ‘문화콘텐츠이론’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문화콘텐츠 전공과 거의 무관합니다. 문화콘텐츠 전공과 미디어문예창작 전공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를, 최수웅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발표문 ‘문예창작과 문화콘텐츠의 결합 가능성 검토’에서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1999년 2월 8일 제정되어 현재까지 꾸준하게 개정되고 있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을 통해 그 개요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 법은 ‘문화산업’을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생산․유통․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으로 규정하고, 그 세부 범주로는 다음과 같은 8가지를 들었다. ㉮ 영화와 관련된 산업 ㉯ 음반․비디오물․게임물과 관련된 산업 ㉰ 출판․인쇄물․정기간행물과 관련된 산업 ㉱ 방송영상물과 관련된 산업 ㉲ 문화재와 관련된 산업 ㉳ 만화․캐릭터․애니메이션․에듀테인먼트․모바일문화콘텐츠․디자인(산업디자인은 제외한다)․광고․공연․미술품․공예품과 관련된 산업 ㉴ 디지털문화콘텐츠 및 멀티미디어문화콘텐츠의 수집․가공․개발․제작․생산․저장․검색․유통 등과 이에 관련된 서비스를 행하는 산업 ㉵ 그 밖에 전통의상․식품 등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산업.
……중략
앞에 제시된 세부 범주 중에서 문학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은 ㉰뿐이고,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은 ㉮와 ㉱를 들 수 있으며, 이외의 범주에서는 큰 연관을 찾을 수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 미디어문예창작학과의 교육목표와, 문화콘텐츠학과 중 가장 권위가 있다고 평가되는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의 교육목표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는 문학예술의 창작과 비평을 중심 영역으로 하여 시인, 소설가, 드라마 작가 등의 문인을 양성하고 영상매체, 언론, 편집, 광고 홍보 분야 등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바른 창작 교육을 토대로 작품의 실제적인 관찰과 분석이 가능하도록 그 안목과 자질들을 기르며, 이를 바탕으로 문학의 창조력과 향수능력을 신장시킨다.”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콘텐츠 수익 기반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변화에 맞춰 문화콘텐츠 전반은 물론 인문학적 능력 또한 갖춘 새로운 유형의 인재를 키워나간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의 핵심은 ‘작품의 실제적인 관찰과 분석, 그리고 창작’입니다. 문화콘텐츠학과의 핵심은 ‘문화콘텐츠, 즉 문화산업에 적합한 이재로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이렇듯 본질적으로 다른 두 학과를 한 학부 아래 편입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앞의 이유들을 근거로, 미디어문예창작학과는 확대발전 되는 것이 아니며 북한학과와 비슷하게 축소 개편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학과 학우들께서 바라는 방향으로 학사 개편안이 조정되길 바라며, 글 줄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