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학점이 이렇게 크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그땐 내가 몰라서 시험 못친거고, 공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내가 받은 낮은 학점에 불만이 없었다.
그래서 족보를 돌려보든, 뭘 어떻게 하든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가득했었다.
그리고 지금,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기업에서 학점을 적으라 하는데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었다.
내가 정직하게 시험보고 불만이 없던 성적이 지금와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내가 족보를 안 보고 내 실력으로 시험을 쳐서 시험 점수가 낮았고, 학점이 낮고, 전체 성적이 낮은 것이
한없이 부끄러웠다가 한없이 서러웠다.
족보를 안 본 내 잘못인가, 족보를 돌려보는 친구들의 잘못인가,
족보를 만든 사람의 잘못인가, 족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교수님의 잘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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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답답한 마음을 안고 다시 책상에 앉아 자소서를 쓴다.
'날 데려갈 곳이 있을까'하면서 자소서를 쓴다.
나를 그대로 쓰는것이 아니니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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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이 없는게 인생이라지만 이건 너무 힘든 것 같다.
상황은 힘들어지지만 나아지는게 없는게 인생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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