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단히 주관적인 글이며, 어떠한 방향제시 및 동조의 목적이 아닌 저에게 있었던 사실 및 제가 받아들인 느낀점이었음을 밝힙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세종캠퍼스의 학우로써, 그리고 새내기보다는 어느 정도 학교 생활을 지내온 선배로써 "아 저놈은 저렇게 이 부분을 생각하고 지내왔구나." 라는 식으로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써봅니다.ㅎㅎ
고등학교 때 아침에 학교가서 밤 늦게 야자하고 집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면서 "수능을 잘보면 좋은 대학에 간다." 라는 생각 하나 가지고 공부했었죠. 대학 문화가 어떻고, 대학 내의 인식은 어떻고 이런건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았지, 디테일하게는 전혀 알지 못했었죠. 그냥 SKY라는 학교가 있고 다른 기타 학교들이 있다 라는 정도였지요.
뭐 어떤 분들은 이 곳에 온 것에 대해서 은연 중에 "수능을 망쳐서", "컨디션이 안좋아서", "삐끗해서" 여기 왔다는 식으로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전 수능 점수가 말해주는 대로 제 실력에 맞춰서 이 곳에 오게되었습니다. 합격 당시에는 제가 캠퍼스에 대해서 무엇을 알았겠습니까, 당시 고대 서창캠퍼스(지금은 다들 아시다시피 세종이죠.)의 홍보 책자와 서창캠퍼스 홈페이지를 들어가보고, 이런 저런 행사들 및 고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아 나도 캠퍼스이긴 하지만, 고대라는 문화를 영위하는 한 구성원이구나." 라는 생각에 너무 기뻐했었죠.
그리고는 안암캠퍼스도 가보고 수많은 석조 건물들과 고대만의 끈끈한 정에 의해 하나 될 수 있다는 그 자부심. 그것에 너무 가슴이 벅차있었지요. 추가합격이 많아서 격차가 크다고 하는데, 제 나름대로의 수능 성적은 어디서 내놓기에 그렇게 부끄러운 성적은 아니었고 주변 동네 친구들 중 과외하는 친구들과 견주어 비슷한 성적이었기에 고등학교와 지겨운 수능에서 탈출했다는 해방감을 갖고 과외도 구하고 했었습니다.
캠퍼스에 대한 개념? 그런걸 1학년 때 누가 교육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누가 알까요? 과외 할때요? 고대 ~과 OO학번 아무개입니다. 성심성의껏 가르치겠습니다. 이렇게 구했지요. 서창캠퍼스? 그런거 안썼습니다. 어디가서 친구 만날때요? 지인들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요? 고대 갔다고 했습니다. 단, 내가 들어간 학과는 분명히 명시했지요. 내가 고대라는 이름을 가진 학교를 간거고 내 학과가 서창캠퍼스에 있는 것이었으니까요.
근데 시간이 좀 지나다가 네이버 검색하다가, 고파스라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니까 그게 잘못한거래요. 고대라고 하고 서창캠퍼스라는 것을 붙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다 안암인 줄 안다고 그러구요. 각종 비난이 난무했어요. 그 사람들 말로는 1학년 때 내가 한 것들이 과외 사칭이었고(서창캠퍼스임을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어디가서 서창캠퍼스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무임승차를 한거였어요.
난 그 때 알았죠. 아.. 캠퍼스 간 인식차가 존재하는구나.. 서창캠퍼스에 대한 안암캠퍼스 구성원들의 여론이 이렇구나.. 라는 것을요. 그 때부터 과외를 구하면 서창캠퍼스임을 명시했고, 어딜가서 누굴 만나면 고대 서창캠퍼스 OO과 임을 말했어요. 난 정말 몰랐으니까요. 그게 그런 식으로 인식되는지를, 그런 식으로 인식차가 존재하는지를, 그저 대학 오기 전 교과부에서 나눠준 교과서와 '학교-집-학교-집' 을 다녔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제게는요.
서창캠퍼스에 들어가면 그런 인식차를 교육받는 것도 아니고, 정규 커리큘럼 과정처럼 교육시키는 것도 웃기는 노릇이고 결국 개인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는건데 신입생이 무얼 알까요. 분명 악의적으로 사칭해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 경험에 의해서는 저처럼 그저 순수한 마음을 갖고 고대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표현했던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캠퍼스의 낭만에 젖어 고딩 탈출의 신호탄을 쏠, 세상에 본인의 개성을 여지 없이 드러내야 할 때, 그렇게 또 한 명의 신입생이 씁쓸한 표정을 뒤로 한 채 캠퍼스간 인식차를 경험합니다. 그리고는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나름대로의 기존 생각을 수정하는 식의 과정을 겪게 되구요.
결국, 이러한 인식차에 대한 내상을 극복한 사람과 극복하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 전자는 학교에 남게 되고 후자는 반수,재수,편입 등의 형태로 이탈해 나갑니다. 신입생 여러분, 이러한 인식차는 우리나라의 대학서열이 몇 십년째 계속해서 존재하는 만큼 계속될겁니다. 원래 이 사회 자체가 기득권은 계속해서 그러한 기득권과 권익보호를 하려고 하거든요. 수능점수로 대변되는 대학 서열에서 상위계층을 영위해왔던 자신들의 대가를, 폄하하거나 평가절하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지키려는 것들이죠.
...
제가 공군에서 군대 생활을 했었는데, 자대배치를 받고 자대에 가니 학력은 왠만하면 다 4년제에 학벌 참 우수한 친구들이 많더군요. (참고로 공군은 평균 학력이 높은 편입니다. 대학 안다니는 친구 찾기가 힘들 정도로, 왠만하면 다 대학을 다니다 온 친구들이지요.)
아직도 기억나네요. 낙하산으로 연대에 들어갔던 당시 병장이 얼어있던 이등병인 저에게 물었던 말.
모 병장 : "학교 어디 다니다 왔냐?"
나 : "이병 OOO, 고대 .."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모 병장 : "오 고대~"
나 : "서창 캠퍼스 ~과" 다니다 왔습니다.
모 병장 : "아 서창..ㅋㅋㅋ"
모 병장 : "야 그래. 그럼 너한테도 한 번 물어보자. ㅋㅋ 고연전이 맞냐? 연고전이 맞냐?"
나 : "... 고연전입니다."
모 병장 : "ㅋㅋㅋ 센스가 없네. 내가 이런걸 왜 물어보겠냐?"
나 : "..."
모 병장 : "우리 부대에 고대 많다. 야 OO야~ 신참 왔는데 얘 고대란다."
고대 정외과 병장 : "오 진짜? 야 너 과 어디냐?"
(고파스니, 네이버 지식인이니, 각종 비방글에 시달렸던 저는 그냥 괜시리 주눅이 들어 있던 때였죠.)
나 : "그게.. 서창캠퍼스 ~과 입니다."
고대 정외과 병장 : "ㅡ.ㅡ 아 그래? 글쿠나. 알았어~"
알고보니 부대에 안암 선임이 6명이 있었고, 난 더 주눅이 들었다.
처음 반응은 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아~ 쟤내랑 우리랑 다른 데서 다니니까 거의 마주칠일이 없지." 정도.
보는 간부마다 너가 신참이냐? 어디보자..(공군 신참 자소서 같은 것을 보면서..) 오 너 고대냐? 이야.. 일 잘하겠네!
(순간적으로 속으로 갈등했다. 여기서 입 다물고 있으면 안암으로 생각해서 나를 좋게 봐줄 것 같고... 아니지.. 일단 사실대로 캠퍼스 말해야지..)
캠퍼스 얘기를 드렸더니, "뭐 고대는 고대지." 라는 식의 반응을 보여 왔고 주눅이 들어있던 나는 눈빛이 바뀔 것을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음에 그냥 감사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었지만, 그 때 그 당시엔 그냥 감사했다. 내가 군대에서 꼬일까봐 걱정했었으니까.
그 날 저녁 온갖 잡일을 마치고, 침상에 누워서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언제까지 패배주의적 의식으로 살아갈 건가..내가 왜 이렇게 된건가.."
"재수할까? 편입할까?", "아니야 그건 아닌데...", "그래..내가 세종캠퍼스라도 고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무시못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자.."
그 때부터 어떤 것을 해도 한 번 더 심사숙고 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암기할 것 닥치는 대로 외우고, 근무장에서 미친 듯이 일했다. 몇 개월이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나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역시 고대는 다르구나." 라는 말이 들려왔고 당시 공군 내의 대대 내무실장 및 대대 으뜸 병사를 하면서 나름 리더쉽도 인정받았다.
내가 세종캠퍼스라고 나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인 안암선임들도 있었지만, 나를 개무시하던 안암 선임들도 있었다. 어느날 나를 벌레보듯 했던 안암 선임이, 지나가다가 나에게 먹을 것을 주며 힘내라.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해준 얘기가 있다.
"내가 니네 캠퍼스에 대해서 처음부터 어떤 악감정을 갖고 있었던건 아닌데, 보통 학벌과 학력수준에 의해서 자기계발 의지라던지 추구하는 방향성 목표가 다르지 않냐. 보통 우리 애들 고시 준비하거나, 토익 900 넘기는 친구들 많고, 평소에 책 많이 읽은 친구들 많고 다방면에 지식 갖춘 애들이 많은데 너네 캠퍼스 애들이 다 그렇다는건 아닌데 내가 팀플이나 이런거 했던 사람들이나,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상대적으로 공부량이 적고 지식 습득도가 낮아서 내가 A라고 생각하는 것을 B나 C로 생각한다던지 하는 점이 답답하더라고. 이해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자기계발하기 바쁜데, 하나 하나 다 신경써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내 나름의 선입견이 생겼었고 너가 서창캠퍼스라고 했을 때 그 선입견 공식에 대입해서 널 바라봤었는데, 내가 오랫동안 지켜보니 넌 내 선입견과는 다른 놈인 것 같다."
100% 실화다. 나에게 감동했다니, 내가 듣기에 과분한 칭찬이었으니.. 나름 감격하고 뿌듯해서 듣자 마자 내가 공책에 적었으니 말이다. 아직도 갖고 있다. 내가 나태해질 때마다 본다.
그 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캠퍼스라고 패배주의만 갖고 살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미친 듯이 노력해서 실력을 쌓고 높은 지적 수준을 갖고 대하면 무시할 수 없구나." 라고. 내가 고대 타이틀에 기대면서 그 타이틀 하나가 날 끌어주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내가 안암 사람들한테 무시를 받는 다고 욕만 할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뒤돌아 봤을 때 내가 그들과의 객관적인 능력 수준,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서 무시 받지 않아야 겠다 라고.
대한민국 사람들의 IQ의 차이는 그렇게 많이 나지 않는다. 대부분이 평균에서 높다 적다 수준이고, 물론 일부 천재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고등학교 때 까지의 공부습관 및 자제력, 집중력들이 나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났기에 더 높은 수능점수를 받은 것이다. 출발선은 뒤쳐졌지만, 내가 지금부터라도 그 놈들 보다 더 노력해서 미친 듯이 쫓아가겠다. 라고.
그리고 그런 마인드는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닥치는 대로 책 읽고 영어 공부하고, 내 주변에 SKY에 다니는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그 친구들이 하고 있는 것에 맞춰서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대학 왔다고 술만 먹고, 놀아났던 나의 군대 가기전 대학생활이 어찌나 부끄럽던지...
어차피 이 곳에 남을 거라면, 후배님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이런 현실에 대해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신을 한 번 돌아보세요. 캠퍼스간 인식차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일부 안암 악플러들의 말에 상처 받기 전에 그만큼의 실력을 쌓고, 논리성, 지식으로 무장해서 대적하세요. 내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로 이해받기만을 바라지 말구요.
갑자기, "국가가 내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국가를 위해서 내가 무엇이라도 할 생각을 해라." 라는 영화 대사가 생각나네요.
저는 이것을 이렇게 바꿔 적용하고 싶어요.
"고대라는 타이틀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지 말고, 고대라는 타이틀을 드높이기 위해서 내가 무엇이라도 할 생각을 해라."
라구요...
아 졸음이 몰려와서, 더는 못쓰겠군요. 글쓰기를 누르고 지우고 고치고 하기를 수십번, 졸려도 마무리 하자는 생각에 적어서 제가 횡설수설 했을 수도 있겠군요. 어찌되었든, 용기 있게 고파스 광장에 글을 올린 11학번에게는 박수와 위로를 건내봅니다. 주말 마무리 잘하시길 바래요.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