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수업이 다 그렇긴 합니다만 팀플로 시작해서 팀플로 끝나는 강의입니다. 그런데 팀 구성이 랜덤입니다. 친한놈들끼리 놀 놈들은 좀 그럴 놈들끼리 모이고 열심히 할 사람들은 열심히 할 사람끼리 모였음 좋겠는데 랜덤입니다. 그래도 교수님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본다고 좀 섞긴 하셨는데 몇몇 조의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 같구요.
이론적인 부분은 굉장히 재밌고 만족스럽습니다. 근데 으레 그렇듯 실제 적용하는 팀플이 문제입니다. 내용을 한 번에 이해 못 한 팀원이 나온다면 그 팀의 전투력은 절반이 됩니다. 이해하지 못 하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교수님도 처음 진행하시는 과목이라 그런지 분량 조절을 실패하셨습니다. 수업시간은 없는데 강의와 팀플을 동시에 해야하고, 그런데 수업시간 이외에 만나서 진행하지 말라고 하시고. 몰래몰래 만나시길 바랍니다. 처음에 안 만나다가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만약 팀플 조원중에 하드 캐리어가 아닌데 자기주장이 강한 조원, 뭘 어디서 주워들은건 많은데 어설프게 주워듣는 조원,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사는 조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이 과목 혹은 이와 유사한 과목을 드랍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자기주장의 강한 경우 매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캐리어도 안 됩니다. 혼자서 모든 과제를 캐리할 수 있는 하드캐리어일때만 참으시길 바랍니다. 바로 위에서 이해 못 한 팀원이 있다면 전투력이 절반이 된다 했습니다만, 이해 못 한 팀원이 목소리가 크면 전투력은 0을 넘어 마이너스로 치닫습니다.
종강때 피어리뷰를 합니다. 근데 피어리뷰가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결국 이 강의는 얼마나 많이 하냐보다 얼마나 양질로 뽑아내느냐가 결과물은 좌우하는 과목인데, 열심히 많이 한다는게 양질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원래 보여져선 안 될 내용입니다만 슬쩍 슬쩍 보니 정확하게 맥락을 잡아내는 사람보다 그냥 우직하게 밀어붙인 사람들의 평가가 더 좋습니다. 뭐 겉으로 보기엔 일단 한게 많으니깐요.
개인적으로 박철 교수님의 발견은 저에게 꽤 의미가 있었습니다만, 다시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듣게 된다면 팀플이 없고 이론 및 사례 위주 스터디인 수업일 경우에만 듣게 될 것 같습니다, 강의 내용과 교수 방식은 정말 끝내주는데 팀플 컨트롤이 붕 떠서 결과는 이도 저도 아니게 나온 느낌입니다. 왜 공산주의가 망했고, 상부의 통제가 어설픈 상황에서 사람이 얼마나 추악해 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낀 강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강의를 들으며 우리학교 경영학부 학생들이 정말 우물 안 개구리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연찮게 2~3가지 분야에서 종사해 본 경험이 있는데 해당 분야에서 한 3일정도만 일 해봐도, 아님 인터넷 검색이나 통계자료 산출만 제대로 해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잡아내지 못해서 코웃음조차 안 나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대충대충 교수님의 꾸중만 넘어갈 생각으로 대강 한거라면 뭐 할 말이 없습니다만 진지하게 마주해서 나온 결과라면... 이래저래 심경이 복잡합니다.
교수님은 좋은데 수업방식이 힘드셨나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