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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어라. 그것이 인생의 어딘가에 도달하는 방법이다.

- 커트 슈미트 –

 

나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시험을 치며

대학교는 강의도 자유롭게 선택 하니까 시험 같은 것도 자유롭겠지?”

라는 끔찍한 착각을 했다. 재수를 하면서도

수능만 치면 시험은 끝이다!”

라며 대학교에 대한 환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는데, 직접 와 보니 대학교라는 곳이 오묘한 곳이라 시험을 아예 안 보고 퀴즈로 때우는 강의도 있고 중간, 기말고사를 보는 강의, 학기 내내 시험을 보는 강의도 있어 중, 고등학교 때와 같이

중간고사는 4월 19일 부터 22일까지고, 기말고사는 7월 15일 부터 20일 까지다.”

라고 딱 집어 말 할 수는 없고

다음주에 시험이고, 그 다음주는 퀴즈고, 그 다음주는 중간고사다.”

와 같이 학기 내내 시험에 시달리며 살게 되었다.

 

대학교에서는 학기 내내 시험을 보지만 보통 4월 중순부터 4월 말 까지를 중간고사 기간, 6월 중순부터 6월 말 까지를 기말고사 기간이라 칭하며 더 많은 시험이 몰려있는데. 보통 중간, 기말 시험을 둘 다 치는 강의의 경우, 중간과 기말고사 시험을 치는 분위기가 현저하게 다르다. 우선 중간까지는 그나마 강의를 챙기다가 강의를 포기한다 결심한 학우들이 보이지 않고, (교수님께서 출석을 부르지 않으신다) 시험이 끝나면 방학이라 군대를 가는 학우, 계절학기를 듣는 학우,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등록금을 버는 학우, 공부를 하여 시험을 치려는 학우 등 시험이 끝나면 조금 더 자유로운 대학교 생활이 기다리는 중간고사와 달리 기말고사는 시험을 치고 나서 모두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기말고사와 중간고사의 차이를 설명 했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기말고사 때는 모두 방학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학 생각 때문에 나는 1학년 2학기 기말고사 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우리 학교에는 ‘미디어 연구의 이해’ 강의가 있다. 이 강의는 최봉구 교수님이 계속 가르치시는데 그와 그의 강의는 농담조로’봉구 연구의 이해’ 라고 불린다. 각설하고, 작년 2학기, 나와 나의 룸메이트인 종영은 이 강의를 들었는데, 1학기때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인 승수가 학기 전체를 포기하며 농땡이를 피우다가 심각한 후회를 하는 것을 본 우리는 필사적으로 서로라도 출석을 챙겨주기로 하였고, 마침 같은 강의가 겹치는 미디어 연구의 이해는 서로 챙겨주며 공부하여 퀴즈와 중간고사에서 만점 가까이 받았고, 기말고사때는 시험 성적을 적당히 받아도 A 확정이었다.

 

종영은 학기가 끝나면 방학 중에 입대할 예정이어서 우리 둘은 그의 입대 전에 마지막 추억을 쌓을 겸 종강을 하자마자 일본에 여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종영의 친구도 그 여행에 끼기로 하였으며, 우리 셋은 학기 말에 만나 일본 여행 계획을 새우기로 하였다. 미디어 연구의 이해는 월요일 강의였는데, 모든 시험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에 기말고사만 치면 종강이었다. 강의 결과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찬 나와 종영은 학기의 마지막 주말인데 가서 일본 여행 계획을 새우자고 하였고. 휴학중인 종영 친구의 자취방에 가서 여행 계획을 짜고 술집, PC방 노래방을 돌아다니며 주말을 불태웠다. 토요일 밤까지 샌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 미디어 연구의 이해 기말고사 준비를 전혀 안 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친구의 자취방에서 나는 종영에게

기숙사 가서 잠깐 자고 밤에 일어나 밤새 시험 준비를 하고 아침에 시험 치고 다시 방에 들어가 자자”

라고 했고, 종영 또한 내가 말한 방법이 제일 적당한 방법 같다 하여 우리 둘은 취한 채로 기숙사에 돌아왔다. 기숙사에 걸어오며 술이 깬 우리 둘은 숙취와 피곤에 힘겨워 쓰러지듯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뜨니 시험 당일인 월요일이었다.

종영아 우리 어떻게 하지?”

너 밤에 공부 했어?”

아니, 방금 일어났어, 너는 좀 했어?”

네가 나 깨웠잖아”

어차피 망한 거 같은데, 우리 차라리 이렇게 해 볼래?”

내가 종영에게 제안한 방법은 바로 시험을 치러 가지 않고, 시험이 끝나고 오후에 봉구 교수님을 찾아가 어째서 아침에 시험을 치러 오지 못했는가에 대해 변명 하는 것 이었다. 내가 생각해 낸 변명은 이랬다.

저와 종영은 주말에 차를 타고 시골에 놀러 갔다가 일요일 오후에 돌아와 공부를 하려고 하였는데, 오다가 논두렁에 바퀴가 빠져서 오랜 시간 도움을 구하지 못하여 월요일 아침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나의 변명을 들으신 교수님께서는 한참을 고민하시고 나와 종영이 다음날 재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날 기숙사에서 우리 둘은 밤새 공부했고, 다음날 시험시간에 교수님을 찾아갔다. 봉구 교수님께서는 서로 공부도 같이한 놈들이 시험도 같이 보면 어쩌냐 하시며 나와 종영보고 따로 시험을 보라 하셨고, 종영이 먼저 들어가 시험을 보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강의실 문이 열렸다. 나는

시험이 얼마나 쉬웠으면 10분만에 나오지?’

라며 자신감을 가졌는데, 종영의 얼굴을 보니 심각해 보여서

쉬운 것이 아니라 문제가 적은 건가?’

라 생각하며 강의실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으니 교수님께서 문제지를 건네주시며

양면이니 첫 번째 문제 풀고 뒤집어서 풀게”

라 하셨다. 첫 번째 페이지를 보니 내가 예상한 범위 내의 문제가 서술형 5점으로 있었다.

‘10점 만점에 5점이 이렇게 쉬운 문제면 A+도 가능하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편하게 답을 써 내렸고 문제를 다 풀고 문제지를 뒤집었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보고 당황했다.

 




어느 타이어가 논두렁에 빠졌는가? (95점)

 

  • profile
    에뜨왈 2016.06.11 10:40

    와 이렇게 걸리는군요.ㅋㅋㅋ

  • profile
    Hyde 2016.06.30 00:2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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