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기 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방학이네요
쿠플노블을 연재하는 주된 목적은 연재하는 기간 고려대학생의 학교 생활을 글로 옮기는 것 이었는데,
방학이라 학교 생활을 적기에는 소재가 없고, 개인적인 방학중 경험을 적으면 공감이 적을 것 같아
방학 동안 쿠플노블은 단편 외전 '여행자'를 연재 할 예정입니다.
-여행자
우리 동굴에서 모두는 나를 불을 지키는 어른이라 불렀다. 나의 아버지도 불을 지키는 어른이었고, 그의 아버지와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불을 지키는 어른이었다. 땅은 언제나 태양을 먹은 후 씹어 별을 뱉었으며, 붉은 하늘이 어두워지면 나는 동굴 입구로 나가 그곳에 지핀 불을 지켜야 했다. 나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웠고, 매일 바라보던 별들의 변화를 눈치 챈 나는, 나와 함께 불을 지키던 아버지께 말씀 드렸다.
“아버지, 저 별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내가 너에게 계속 하는 말이 있지.”
“하늘을 보지 말고 땅을 보라고 하셨죠”
“왜 그렇다고 했지?”
“그래야 사나운 동물이 들어올 때 모두를 깨울 수 있으니까요”
내 대답을 듣고 만족하신 아버지께서 동굴에 들어가시자 마자, 별은 하늘에 흰 선을 그려 나에게 산 너머를 가리켰다. 동굴 가족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께서 하늘을 보고 점을 치시는 걸 보아온 나는, 하늘이 나에게 원하는 바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네가 산 너머로 가기를 원한다.”
불을 지키는 일은 땅이 다시 태양을 뱉어내면 끝난다. 원래는 사냥하는 이들이 밖으로 나가면 나는 동굴로 돌아가 잠을 잤으나, 나는 하늘이 가리킨 장소로 가야만 했고, 산 너머는 우리 동굴 가족이 사냥하러 나가는 곳이어서 나는 그들에게 나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들은 산 너머는 나 같은 불 보는 자에게는 위험한 곳이라며 나를 만류했고, 나와 그들의 실랑이에 깬 나의 아버지가 나오셨다.
“산 너머로 가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하늘이 저에게 그곳으로 가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매일 별만 보더니, 드디어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모두가 저를 말린다고 해도, 저는 꼭 그곳에 갈 겁니다. 무조건이요.”
아버지는 사냥하는 이들과 잠시 상의를 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나에게 오셨다. 그 어떤 말씀을 하셔도, 심지어 동굴에서 나가라고 해도 산 너머로 가리라 마음먹은 난 아버지를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그가 내 얼굴에서 나의 의지를 읽을 수 있도록.
“아들아 저들과 말을 해 보았는데 말이다.”
“저는 갈 겁니다.”
“저들도 너의 이상한 말을 믿지 않더구나.”
“누구도 믿지 않겠지요.”
“내가 그들을 설득시켰다. 너는 매일 별을 본다고, 별이 말을 해 주었다면, 그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말에 놀란 나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께서는 인상을 쓰시며, 나를 믿는 것은 아니라고, 나를 말릴 수 없으니 산 너머가 얼마나 위험한지 배우라고 하셨다.
“밖이 얼마나 위험한지 네가 알면, 불을 지키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냥하는 이들은 나를 데리고 산을 넘으며 의아해 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 산에는 수많은 동물이 살고, 그 동물 중 사나운 것들이 그들을 습격하는데, 그날은 사냥감인 약한 동물도, 사나운 동물도 모습도 보이지 않고,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 이었다. 나 또한 밤에 불을 지키며 산 쪽에서 들리는 동물 울음소리에 두려움에 떨어보아서,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태양이 하늘 가운데에 올쯤, 동물이 없는 산은 안전할 것 이라며 일행은 나를 두고 다른 곳에 사냥하러 갔다. 홀로 산에 남은 나는 별이 가리켜 준 곳이 어딘지 찾아 헤매었고, 태양이 다른 산 정상에 걸릴 때, 난 나무들이 한 장소를 가리켜 주는 것을 알았다. 하늘을 향해 자라야 할 나무들이 조금씩 누워있는 모습에 의문을 가진 나는 그 나무들을 따라 들어갔으며,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땅에 가까이 누워있었다. 하늘에 이어 땅 또한 나에게 방향을 가리켜 준 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무를 따라 걸었다.
나는 동굴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 잘 모르지만, 산이 나무와 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점점 하늘과 가까워지는 장소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늘과 땅이 가리켜 준 장소는 달랐다. 풀과 나무가 갑자기 사라져 없었고, 하늘과 가까워져야 하는 땅은 하늘에서 멀어지며 깊게 들어갔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금빛으로 빛나는 그분이 계셨다.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난 그분에게 다가갈수록 열기가 나를 휘감았고, 불경하게도 나는 그분의 몸을 만졌다. 내 손이 타오름과 동시에 그분은 나에게 말을 하셨고,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는 그분의 말씀이었지만 내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분은 나에게 슬픔과 기쁨을 경험하게 해 주셨으며, 타버린 나의 손바닥은 그 말씀의 대가였다. 사냥하던 이들이 나의 비명과, 웃음과, 울음소리에 놀라 뛰어왔을 때. 그들 또한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위대하신 분’ ‘하늘과 땅이 낳으신 분’ 우리는 그분을 그렇게 불렀고, 동굴에서 나와 위대하신 분 곁에 살았다. 동굴을 나와 그분 곁에 살자 우리는 집을 짓는 방법을 깨달았고, 농사를 짓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동굴 가족들은 나를 ‘위대하신 분으로 이끈 어른’ 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산 주위에는 다른 동굴 가족들이 많다. 그들을 동굴에서 끌어내어 위대한 분 곁으로 이끄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나는 안다. 나 ‘불을 지키는 어른’은 이 모든 것은 나의 무리가 살던 동굴에 ‘글자’로 기록된 것이며. 이 ‘글자’ 또한 위대하신 분께서 금빛 판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신 것이다.
야만인의 도끼가 병사의 어깨를 찌른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는 병사는 몸을 비틀어 야만인의 몸에 자신의 칼을 박아 넣는다. 다른 야만인이 병사의 뒤에서 도끼를 휘두르고, 병사가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병사는 고함을 지르며 도끼를 든 야만인에게 달려든다.
“우리 군사는 천을 넘지 않는데, 저 야만인들은 수천이 넘습니다.”
“군사(軍師), 우리가 퇴각 나팔을 분다 해서 퇴각하게 해 준다면, 저들을 왜 야만인이라 하겠나.”
“의회의 원로들은 우리에게 이 땅을 정복하라 저 병사들을 내 준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저들이 우리 땅을 정복하지 않겠습니까?”
“의회에서 자네를 군사로, 나를 지휘관으로 임명한 것을 잊지는 말게나.”
“그러면 지휘관, 당신은 우리 제국의 장병들이 전부 쓰러지고, 저 야만인들이 이 막사까지 들어와서 당신 목에 칼을 박는 것을 원하는 것입니까?”
“물론 아닐세, 잘 보게나.”
지휘관이 일어나 신호를 보내자 나팔수가 나팔을 분다. 야만인들과 싸우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그들 뒤에 대기하던 병력이 방패와 창을 꺼내 든다. 자신들과 싸우던 이들이 사라지자, 야만인들은 괴성을 지르며 방패에 달려든다. 자신의 몸보다 큰 방패를 든 병사들은 그들을 막는데 온 힘을 쓰고. 그 뒤에 창을 든 이들은 방패 틈 사이로 창을 찔러 야만인들을 저지한다. 방패의 벽에 가로막힌 야만인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앞의 놈은 방패로 달려들고, 뒤의 놈은 앞으로 달린다. 방패의 벽과, 그 앞에 만들어진 인간의 벽이다.
“군사, 이제 왜 내가 난전을 조장했는지 알겠나?”
“방패와 창부터 먼저 나갔다면 저들이 이렇게 달려들지 않았겠군요.”
“그러면 저렇게 뭉쳐 주지도 않았겠지.”
지휘관이 다시 북을 치자 방패의 벽이 둘로 갈라진다. 그 벽 뒤에서 기다리던 말 탄 기수들이 달려나가 야만인의 무리에 뛰어든다. 양 때 사이에 들어간 사자처럼, 그들은 보이는 야만인들을 전부 쓸어 넘기고, 순식간에 전황은 뒤집힌다.
“죄송합니다 지휘관, 제가 많이 미숙합니다.”
“미숙하다면 보고 배우면 되지 않나, 미안할 것 없네.”
고개를 숙이며 지휘관에게 사과하는 군사, 그는 제국 군사학교를 갓 졸업한 자로서, 가이우스 가문의 첫 번째 아들, ‘가이우스 테메르’ 라는 자였다. 그가 사과한 지휘관은 그의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의 스승이었다. 테메르가 군사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그는 제국 의회에 요청서를 보내어 그를 자신이 있는 군단으로 그를 불렀고, 자신을 왜 위험한 변경 군사지대로 불렸느냐며 따진 테메르에게 그는
“현장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네, 배움과 정치의 길 둘 다에서 말이야.”
라며 테메르를 타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