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열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여도 학교에 내는 학비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 것이다. 학교는 합리적인 설득으로 포장하여 우리에게 일년에 800만원씩 가져가고,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낸 학비가 아깝지 않게 학교생활을 하나 고민한다. 중학생, 어쩌면 고등학생 때 까지 학교에서 점수가 바닥을 치는 것과, 대학교에서 성적이 바닥을 치는 것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 진다. 아직 철이 덜 들은 중학생 만 하여도
“아, 시험 평균 60점 나온 것 부모님께 들키면 큰일 날 텐데, 숨길 수 있는 방법 없을까….?”
라던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조금 들기 시작하는 고등학생 때는
“점수가 이렇게 나오면 내가 원하는 학교를 못 가는데, 더 분발하지 않으면 진짜 위험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대학 생활에서 성적이 바닥을 친다면, 즉 F학점을 받으면 그 강의는 학점이 인정이 되지 않는다. 한 학기에 낸 돈 중 대략 17%를 버린 샘이다. 그러면 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 내가 또 돈을 버렸구나.”
학교에서 학생들을 이런 식으로 쪼이면, 그나마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해 주는 것이 나라의 학자금 지원이다. 한국 장학제단은 매 학기의 끝마다 국가장학금 지원 신청으로 진정으로 필요한 학생들에게 학비를 베풀어 주고, 그것이 안 된다면 초 저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해 준다. 허나 학자금 지원은 1학년 때 많이 받는다고
“아 나라가 우리 집 소득분위를 계산하여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주려고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마음을 놓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 2학년부터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또한 성적 순으로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내가 바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2학년 1학기도 장학금이 절반은 나오겠지?”
라며 방학 중 일을 하며 번 돈을 펑펑 쓰며 개강 전까지 매우 풍요롭게 썼다. 허나 개강일이 다가 올 수록 내 마음 속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
"설마 장학금이 안나오는 것은 아닐꺼야"
이러한 행복에 겨운 오해를 하며 개강 직전까지 기다리다 설마 하는 마음에 동아리 단체 톡방에다 물어보았다.
"아직까지 국가장학금이 안들어왔는데, 혹시 받으신 분 있으세요?"
"그거 다 나눠준지 이미 2주 지났는데, 한국 장학재단 홈페이지 가서 확인 해 봐."
이때 나는 처음으로 장학금 지원을 확인 하려면 한국 장학재단 홈페이지에 가야 한 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확인 해 보니 설마 하던 것이 실제로 일어나 있었다.
"2016년 1학기 국가장학금 1유형 불합격 - 사유 성적"
내 모니터 화면에는 1학년 2학기의 성적이 썩 잘 나온 편이 아니어서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을 지원 받을 수 없다고 떠 있었다. 순간 나는 머리가 굳어서,
'이거 한 학기 휴학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께 뭐라고 말하지?'
라는 생각밖애 들지 않았다. 그렇게 멍해져 있을 때, 내 눈에 화면 오른쪽 한 귀퉁이에 써져 있는 글이 보였다.
[저금리 학자금 대출 지원]
그걸 보자 마자 나는
'나라애서 운영 하는 사이트애서 소개 해 주는 대출인데, 이상한 곳은 아니겠지?'
이런 자기 위안을 하며 그 링크를 클릭했다. 다행히도 그 링크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저금리 소액대출 지원 페이지로 통하는 것 이었으며. 자세히 보니 신용회복위원회가 신용도가 낮은 학생들을 위해 보증서를 써 주어 1금융애서 학자금 등을 대출 가능하게 해 주는 것 이었다. 대출 신청을 넣으니 다행히 몇 주 내로 대출이 가능 하다 하여서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문제는 당장 이틀 뒤 까지가 등록금 납부 기간인 것 이었는데, 이는 학자금 분할 납부 신청을 하여 얼마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허나 학비는 구했지만, 나는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나에게 문제로 남았다. 400만원을 빌린 이자로 매 달 3만원을 내야 했는데, 원금까지 한 달에 15만원씩 갚아 나아 갈 계획이었기에, 나는 조치원 번암리에 있는 공단에 취직하여 공강인 날과 주말 모두 공장에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하루 하루 일과 학업에 치이며 바쁘게 살다 보니 7월 초, 기말고사 준비에 바쁜 와중 학교 재무 팀에서 전화가 왔다.
“4차 분할납부금을 내지 않으셔서 연락 드렸습니다.”
아뿔싸, 매달 초에 내던 분납금을 일과 기말고사에 정신이 팔려 까맣게 잊어버린 것 이었다. 허나 연락을 받은 것은 금요일 오후였고, 금 공강에 주말 이틀을 공장 기숙사에서 나갈 수 없어서 송금을 할 수가 없었다.
“제가 오늘과 주말 이틀 사정상 돈을 못 보내드리는데, 혹시 월요일에 드릴 수 있을까요?”
“그건 다음주 월요일에 내부 회의를 해서 결정 할 것인데, 안되면 학기 제적을 염두에 두셔야 할 거에요.”
주말 내내 불안함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실수를 연발하여 팀장님께 혼나고, 방에서는 혼자 끙끙대며 잠도 잘 잘 수가 없었다. 그렇게 월요일이 되자마자 나는 바로 재무 팀에 전화를 하여 회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쭈어 보았지만, 내가 받은 대답은
“아직 회의 결과가 제대로 안 나왔습니다. 두 세시간 정도 더 회의 해 봐야겠는데요.”
그렇게 다시 또 3시간을 기다리고, 충분히 기다려 회의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하여 전화번호를 누르는데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보내드리는 계좌번호로 4차 분납금 보내시면 되세요.”
이렇게 나는 내 최초의 제적 위기를 해쳐 나갈 수 있었다.
두 번째 위기는 그 다음학기에 왔는데, 1학기때의 위기에 대한 보상이었는지 전액 장학금이 들어와서 등록금에 대한 생각은 아예 접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재무팀에서
“학생, 등록을 하지 않아 곧 학기 제적이세요.”
라는 연락을 받았고 놀라서 여쭤보니 내야 하는 등록금이 0원 이더라도 ‘0원등록’이라는 절차를 밟아야만 등록이 된다는 것 이었다. 시간이 급박하여 ‘0원 등록’은 할 수는 없었고, 대안으로 보건비를 내어 겨우 제적을 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