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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플존 KUPLEZONE



2016.12.17 02:34

쿠플노블 11화 - 별

http://kuple.kr/1541839 조회 수 897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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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삽화_01빙글빙글돌고~01.jpg


나밖에 없는 자취방은 춥다.지금은 몇 없는 나의 친구들이 내방을 바닥 완전 따듯하다며 "바완따"라고 불러도, 나에게 나의 자취방은 춥기만 하다. 자기 전에 잊고 창문을 닫지 않고 잠에 들어버린 날이면 반세기 전 먼 북녘 수용소에 수감된 이반 데니소비치가 된듯만 하다. 언제부터였는지 따듯함이 결여된 나의 자취방은 매우 외로워 나는 아프도록 시리다. 시린 가슴을 달래며 냉장고의 찬밥을 렌지에 데우며 묻는다.

"냉장실에 홀로 있던 넌 전자의 품에 안겨 따듯하니?"

1/4세기를 살아오며 홀로 있어본 적 얼마인가, 반추해보면 내곁에는 누군가 나를 따듯하게 해 주었다. 어릴적에는 가족이, 가족의 따듯함이 뜨겁다고 생각하며 일탈을 시도할 적에는 친구들이. 그 모든 따스한 별들은, 복학을 일찍 한 나의 곁에 하나 남아있지 않았음을 눈치 채니 밤하늘이 얼마나 추운지 깨닫게 되었다.

교수님이 출석을 부른다. 출석부의 명단은 내가 함께 하는 이들이 있는 몇 안되는 장소 중 하나다.
"2인1조 조별과제 명단이 나왔으니 조교는 강의가 끝나면 공지하도록."
이 차갑도록 외로워하는 사람 옆에서 한학기동안 과제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연민의 감정을 느끼던 그때. 너는 나의 마음 속에 불씨가 되어 빛나며 들어왔다.
"이번에 조별과제 같이 하게 되었는데,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가 군대에 있을때 입학한 신입생이라 하였다. 듣고보니 자의 반, 타의 반에 참석한 개강총회에서 본적 있는 얼굴이다. 그때는 저 멀리 성단 속에서 함께 빛나던 별인 너는 왜 지금 홀로 희미하게 빛나는 나에게 다가왔을까? 외로움에 시려하는 나의 심장을 녹이는게 어찌하여 너일까. 차라리 친구였다면 울며 하소연을 할텐데,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는 너가 그 빛을 잃을까 나는 애써 웃을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답했다.
"네 잘부탁해요."
 
반 학기 동안 너와 함께 과제를 하며 깨달은 것은 두가지. 너만 보면 나의 외로움을 가시게 해주는 빛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외로워하지 않는 나여도 너를 보면 온기를 느낄거라고 생각할 만큼 너는 따듯한 마음을 지녔다는 것이다. 분명 너는 나의 외로움을 알게 되면 따듯함을 나누어 주겠지. 그 밝은 빛을 훔치고 싶지 않은 나는 너와 함께할 때 두 과제를 한다. 교수님이 내어 주신 과제 하나와, 나의 시림을 감추는 과제 둘. 
군대에 있을때 맹새한것은 깔끔하고 젠틀한 복학생이 되자는 것이었다. 지금은 졸업하신 그분들이 어째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술잔을 기울여야 했는지, 가끔씩 나와 나의 친구들의 자리에 와서 말을 거시다 불편한 우리의 표정을 보시고 멋쩍게 자리를 뜨며
"즐겁게 놀아"
라며 쓸쓸히 뒤돌아섰는지. 그때 그 뒷모습을 보고
"왜이리 구질대는걸까?"
라며 친구들과 그분들을 안주거리로 삼은 난 그때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따듯함이 가셔야 봄인줄 안다고 하였다. 지금에서야 나는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그분들이 왜 우리의 봄에 들어오고 싶어하셨는지 깊게 깨닫는다. 

나의 겨울에 들어온 봄이 있다. 아니 봄은 오려고 온 것이 아닌, 교수님의 의지로 온 것이겠지. 너에게 내가 느끼는 추위를 말하면 너는 나를 경멸할까? 아니 내가 두려워하는것은 경멸조차 하지 않는,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너의 봄과 내 겨울 사이에 생기는 계절이라는 선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는 목동이 등장한다. 추운 알프스의 언덕에서 양을 치는 목동은 마을의 아가씨와 함께 모닥불을 쬐며 별을 바라본다. 나는 목동조차 아닐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추위를 뿌리며 홀로 지켜보는 알프스의 한 봉오리다.

전화가 울린다.
"지금 가도 되죠?"
한학기를 보내며 
"여기가 기숙사보다 더 편한것 같아요."
라며 매주 한번씩 맥주 두캔을 들고 나의 방에 오는 너가 있다. 너의 전화가 울릴때마다 나의 자취방에 온기가 피어나는것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것을 내가 알아서일까. 언젠가부터 너의 손에 이끌려 과의 행사에 나가고, 내가 끼어도 되나 싶은 네 동아리 자리에까지 등 떠밀려 나가며 따스함이 어떤것인지 기억해낸 나는 지금 너와 같은 계절을 살고 있는건가. 네가 들으면 분명
"쓸데없는 생각이네요"
라 말하면서 등을 손바닥으로 팡 팡 치고 베시시 웃을 생각을 하며 방을 치우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열린 창문 밖을 지켜보고 있으면 네가 보인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흑백의 경치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는 너를 어찌 못 본채 할 수 있을까. 희미하게 올라오는 미소를 눈치채면 너가 나를 부른다.
"벌래들어가요~! 창문 닫으세요, 빨리!"
맥주 캔을 따고 나의 캔도 따준 후에 첫모금은 무조건 짠을 해야한다며 캔을 드는 너에게 맞춰주는 척 하며 두 캔을 부딪힌다. 도수가 높은 술이 아닌데도 속 깊은곳에서 피어오르는 따듯함에 감사하며 너에게 농담을 건넨다.
"맥주가 왜이리 미지근해? 이거 과방에서 두개 훔쳐온거 아니야?"
시원하게 가져오려고 편의점에서 사자마자 뛰어왔다고 변론을 펼치다, 요즈음 학점걱정이 많아졌다는 말을 하다, 술이 는것 같다고 귀여운 자랑을 하는 너에게 나는 분명 할 말이 있다. 그 말을 또다시 맥주 한모금과 함께 속으로 삼키고 너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선배 이야기도 해 줘요."
이말을 들을때마다 애써 삼킨 말이 튀어나오려는것을 간신히 참으며
"나야 매일같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모범적인 선배니까 말이지. 해줄 말이 있다면 지루한 설교로 끝날텐데 괜찮아?"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넣으며 그게 뭐냐며 툴툴대다가
"그래도 선배는 정말 깔끔해서 할 말이 없네요."
라며 슬며시 미소를 피우는 너가 있다. 너는 알까? 나의 이 규칙적인 생활은 입대 전만해도 나와 정반대의 삶이었다는것을? 내 곁에 너가 왔을때 필사적으로 네게 흠이되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은 나만의 비밀로 삼는다. 

기숙사 통학 시간이 되기 전에 돌아가야겠다고 짐을 싸는 네게 아쉬운 티를 애써 감추며
"조심히 들어가."
라 하며 같이 잊은게 없는지 찾는다. 네가 나가면 나는 창문을 열고 멀리 기숙사로 돌아가는 너의 뒷모습에 애써 참아온 한마디가 나온다
네가 내게 왔을때 외로운 산봉우리는 양을 치는 목동이 되어 함께 있어 더욱 빛나는 두 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 profile
    KS 2016.12.17 02:52

    글의 전개가 상당히 매끄럽네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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