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5일은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다. 본교 감사실은 교수들에게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적용 범위를 알리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고지를 상시 전달하고 있다. 특히 국내법이 생소한 외국인 교수들에게 청탁금지법을 안내하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 청탁금지법이 실생활에서 어디까지 규제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태다. 강민혁 자유전공학부학생회 회장은 “학생회가 스승의 날에 카네이션을 준비해도 되는지를 단과대 대표들끼리 얘기해봤는데 대표들마다 의견이 갈렸다”고 말했다. 대학원생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김경훈(대학원·물리학과) 씨는 “대학원의 경우 보통 스승의 날에 연구실 회식을 하는데, 회식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교수와 수강생은 직무관련성이 있기에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이다. 하태훈(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자와 스승 사이에서의 직무관련성은 보통 ‘평가를 하느냐’가 기준”이라며 “강의를 수강을 하는 학생은 피평가자이기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교수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수강생에게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 하지만 현실성을 고려해 스승의 날에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카네이션 등의 작은 선물을 주는 것은 허용된다. 대표를 정하는 특별한 기준은 없다. 구성원 간 의견이 모아졌으면 대표 선정이 가능하다.
학생이 교수에게 평가를 받는 입장이라면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금지된다. 평가를 하지 않는 교수라면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 의례를 목적으로 5만원 이내의 선물을 하거나 3만원 이하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상 대다수의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지도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에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연구실 회식 등 식사비용 처리는 더치페이나 교수가 사는 행위만 허용된다.
스승의 날 모교를 방문할 졸업생은 1회 100만원 한도에서 교수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 졸업생과 교수는 직무관련성이 없어 선물이 일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는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자로 직무관련성, 대가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을 수 없다(동조 제1항).
청탁금지법은 본교 외국인 교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스티븐 할데인(Steven Haldane, 국제어학원 외국어센터) 교수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캐나다에는 이런 법이 없지만 한국은 유교 문화 등으로 선생님과 학생 간의 관계가 더 딱딱하고 위계질서도 더 강하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구보민, 김용준 기자 press@kunew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