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 제정된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2001년 7월 본교에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소’가 설치됐다. 하지만 ‘성희롱 및 성폭력 상담소’는 성교육과 상담 업무가 미흡해 2006년 ‘양성평등센터’로 개칭하고 성범죄 예방교육과 홍보 등 기능을 확대했다. 교내에서 여러 차례 성추문이 일면서 양성평등센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양성평등센터의 변화와 보완점을 짚어봤다.
전문성과 신속성 강화돼
8월 1일 윤영미(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센터장으로 부임하면서 양성평등센터의 역할도 강화됐다. 기존 양성평등센터장은 보직교수로 선임되지만 업무의 전문성과 접근성이 미흡해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에 한정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여 년의 판사 근무 경력과 사건 처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윤 교수는 센터 업무에 적극적 조언과 법률 자문까지 줄 수 있어 현재 ‘양성평등센터’는 기존 역할인 의견 표명 이상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윤 교수는 “성범죄 사건 처리에 급급해하기보다 양성 평등적 학내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며 “학생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인지하고 스스로 행동 기준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대생 몰카 성폭행’ 사건은 2011년 ‘의대생 성추행 사건’과 달리 양성평등센터의 대처가 빠르게 진행됐다. 의대생 성추행 사건 당시 본교는 가해 학생들의 징계를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끌어 ‘피해자에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 ‘교내·외 여론 눈치를 보며 늑장 부린다’는 식의 비판을 받았다. 양성평등센터와 학생상벌위원회가 조사 시간에 40일 이상을 끌었기 때문이다. 반면 ‘고대생 몰카 성폭행’ 사건은 접수 후 13일 만에 빠르게 처리됐다.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전문상담원은 “2011년엔 정확한 물증 없이 당사자들의 정황으로 사건의 진위를 판단해 40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시간을 지체하면 학교에 대한 오해가 생기고 피해자가 2차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교훈 삼아 ‘신속 처리’를 센터 기본 원칙으로 세웠다”고 말했다.
행정문제와 정보공유
성범죄 관련 전담부서인 양성평등센터가 있는 안암 캠퍼스와 달리 세종 캠퍼스는 학생상담센터에서 진로상담 등의 업무와 성범죄 관련 상담업무를 함께 한다. 세종 학생상담센터는 성범죄 관련 상담업무만을 맡아 세종 캠퍼스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건 처리와 예방 교육 등은 양성평등센터가 담당한다. 양성평등센터의 가중된 업무는 2명(센터장 포함)이 수행하고 세종 학생상담센터 역시 상담인력이 1명이 관련 업무를 처리해 양 기관 모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노정민 전문상담원은 “센터장은 교수 업무를 주로 처리하는 직책이고 본교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센터의 업무를 혼자 맡아 처리해 어려움이 있다”며 “외국인 학생의 상담도 많아지고 있어 유학생 관련 업무를 수행할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 등의 행정적 어려움은 대학 간 성범죄 사건과 관련한 정보 공유로 해소 가능하다. 2003년 발족한 한국대학성평등 상담소협의회(회장=김영희 교수)는 100여 개 대학의 성범죄 실무 담당자가 함께 사건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다. 하지만 협의회 구성원이 각자의 학교 업무에 치중해 현재 조직적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신상숙 연구원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여러 개별 대학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기관이 유사 사례에 대한 처리 경험을 축적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칙 개정과 인권 포괄
양성평등센터는 기존의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에 ‘성범죄 사건이 접수된 후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한다’는 규정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피해자 보호 최우선 원칙’에 따라 분리를 실시했으나 규정을 학칙에 명시해 분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양성평등센터는 인권 상담 업무와 행정 처리가 가능하도록 기능 확대를 구상 중이다. 2012년 출범한 서울대 인권센터의 경우 인권상담소와 성희롱・성폭력 상담소를 따로 둬 성범죄뿐 아니라 학교 구성원의 인권 전반을 보호하고 있다. 노정민 전문상담원은 “센터에 지역, 종교 등 인권 차별 상담 요청도 들어오는데 행정 처리를 해주지 못해 아쉬웠다”며 “타 대학 사례를 참고해 인권 분야까지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potato@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29호(9월 2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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