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본교 세종캠은 국내 대학 최초로 ‘중이온 가속기 실험동’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본교는 2013년 4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양해각서를 맺은 후 2014년에 국내 최초로 일반대학원 가속기과학과를 신설했고, 2016년 4월 21일에 중이온 가속기 실험동 기공식을 가졌다. 같은 해 7월 28일엔 일본 도쿄공업대학으로부터 소형 중이온 가속기를 기증받으며 중이온 가속기의 산·학·연 협력 연구와 전문 인력양성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초대 가속기과학과 학과장을 맡은 김은산 교수는 중이온 가속기 연구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포부로 바쁘고도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본교에 중이온 가속기 실험동을 설립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2013년 4월 11일 본교와 기초과학연구원이 ‘KU-IBS Science Park 설립·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다. 해당 양해 각서의 핵심은 두 기관이 기초과학 및 융·복합기술 분야의 연구 수행과 고급인력 양성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기초과학연구원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RAON)을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본교가 ‘KU-IBS 중이온 가속기 실험실 공동설치·운영의 협약’을 맺으며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본교 중이온 가속기 실험동이 완공되면 중이온 가속기 건설구축 사업단과 본교 가속기연구원이 함께 라온의 주요 장치 실험 및 연구 활동을 신축된 실험동에서 진행할 것이다.”
- 중이온 가속기란 무엇인가
“중이온 가속기는 입자 중에서 전자, 양성자 등을 제외한 헬륨(He), 우라늄(U)과 같은 무거운 원자를 이온화해 가속시키는 장치다. 먼저 가속기란, 전하를 띤 입자(이온)를 생성해 전기장으로 높은 전위차를 걸어 가속시킨 뒤 자기장을 이용해 표적에 충돌시킴으로써 입자의 구조를 파악하거나 인공원소 또는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장치다. 가속기는 가속되는 입자의 종류에 따라 양성자 가속기, 전자 가속기, 중이온 가속기로 구분되고, 가속기 형태에 따라 선형(線形) 가속기와 원형(圓形)가속기로 분류된다.
초기에 중이온 가속기는 물질의 성질을 탐구하는 등 핵 및 입자물리학에서의 실험을 위한 기초과학 연구 장치로 개발됐다. 희귀동위원소 핵을 이루는 핵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해 핵력의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핵물리학이나 물성학뿐만 아니라 신소재, 의료,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 중이온 가속기의 작동 원리와 과정을 설명하면
“전기장과 자기장이 가속기 내 전하를 띤 입자(하전입자, charged particle)의 운동 상태를 변화시킨다. 자기장은 입자의 궤도를, 전기장은 입자의 에너지를 변화시켜 하전입자의 운동상태가 전자기장 내부에서 변하게 된다.
선형가속기를 예를 들어보자. 전하를 띤 이온빔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진 가속관을 통과한다. 가속관과 가속관 사이엔 전압이 걸려 있어 이온빔이 가속관을 통과할 때마다 전압의 방향이 바뀌면서 가속된다. 이 방법으로 이온빔은 일렬로 늘어진 선형 가속관을 통과하면서 빛의 속도만큼 큰 에너지의 속력을 얻는다. 최종적으로 이온빔은 표적물질에 충돌하는데, 이때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게 된다. 희귀동위원소 중 하나인 리버모륨(Lv)은 칼슘-48(Ca) 이온빔을 가속시켜 퀴륨-248(Cm) 표적에 충돌시켜 합성한 원소다.”
- 중이온 가속기의 핵심 장치는 무엇인가
“‘초전도 가속관’이다. 중이온 가속기는 다른 입자 가속기보다 강력한 전자기장이 있어야 한다. 중이온은 양성자와 전자와 달리 질량이 무거운 만큼, 빛의 속도로 올리기 위해선 강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소립자일수록 표적에 충돌시켜 희귀동위원소를 추출하는데 고도의 가속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온빔이 강한 전류가 흐르는 가속관을 통과할 때 전기저항으로 엄청난 발열이 생긴다. 이때 에너지 손실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초전도 가속관’이다. 초전도 가속관은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중이온을 약 35만㎞/s에 근접한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는 원통형 진공관으로, 절대온도 0도(-273.15℃)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핵심이다.”
- 중이온 가속기의 산업 활용 사례를 소개한다면
“대표적으로 의생명과학 분야의 암치료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암치료에선 방사성동위원소의 방사선인 감마선과 베타선을 이용한다. 감마선은 주로 병을 진단하는 목적으로, 베타선은 DNA 사슬을 끊으며 세포를 죽여 암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방사선이 암세포에 도달하는 동안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줘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 세포도 함께 없애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킨다.
중이온 가속기를 통해 얻은 양성자 빔이나, 특히 탄소빔은 후유증 없이 암을 치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질량이 무거운 중입자여서 감마선보다 방사능 위험이 적고, 표적에 대한 충돌에너지가 커 암세포만을 효과적인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에서 바이오 메디컬 연구사업인 KU-MAGIC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중이온 가속기를 활용한 암치료 의료기기 개발 협력을 기대한다.”
- 향후 중이온 가속기 실험동 활용과 연구계획은
“우선 기초과학연구원의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 사업단과 함께 라온 연구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가속기과학과 교수진과 대학원생들은 중이온가속기사업단 연구원들과 라온의 핵심인 초전도 가속관 개발, 빔 진단 장치 및 제어시스템 개발 등의 연구를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국제적인 연구협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과학계에선 차세대 충돌형 입자가속기인 국제 선형 충돌가속기(International Linear Collider), 4세대 방사광가속기 등의 구축을 위한 거대 과학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소(KEK) 등과 함께 초전도 가속기 구축을 위한 협력과 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다.”
- 가속기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중이온 가속기는 융·복합 과학의 결정체다. 중이온 가속기가 주로 동위원소의 입자 연구를 목적으로 둔다고 해서 물리학 전문가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온빔을 출력하고, 가속관의 전자기장을 제어하고, 희귀동위원소를 선택적으로 추출하기 위해선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등 과학 전 분야의 지혜가 모여야만 가능하다. 아직까진 가속기과학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여러 전공을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학생에게 열려있는 분야인 만큼 관심 두고 도전해주길 바란다.”
김태우 기자 god@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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