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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는 수차례 성범죄 사건을 처리해왔지만 여전히 성범죄 및 2차 피해 예방책 도입 노력이 부족하고 상벌·징계위원회가 늑장대응 했다고 비판을 받는다. 이에 학내 구성원들이 성범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했는지, 실제 예방책을 세우거나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학내 인식 개선 노력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상벌·징계위 속도, 여전히 느려

 

7월 8일 ‘고대생 몰카 성폭행’ 사건을 접수한 양성평등센터는 7월 25일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양성평등센터(센터장=윤영미 교수)는 17일 동안 조사위원회를 꾸려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서를 받았고 징계 발의서를 작성해 학생상벌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사건 이후 이 사안에 대해 현재까지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학생상벌위원회는 아직 소집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학생처 관계자는 “징계 결정에 공판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아직 위원회 소집을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도 “교무부총장, 학생처장, 학생상담센터장 등 위원들의 일정 조정이 힘들다”고 말했다. 교원징계위원회도 ‘늑장대응’으로 비판받았다. 2012년 3월 양성평등센터에 접수된 ‘H교수 사건’도 당시 교원징계위원회가 7월 초에나 열려 사건 발생 11개월이 지난 2013년 2월 8일에서야 ‘해임’이라는 최종 결정을 해당 교수에게 통보했다.
 
양성평등센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교원징계위원회로 넘어간 ‘보과대 교수 성추행’ 사건 역시 6월에 접수된 사항임에도 아직 징계 수위를 심사 중이다. 교무지원부 한민섭 주임은 “적합한 징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의 교원징계위원회 소집 횟수와 구체적인 진행 사항에 대한 공개를 거부했다. 보과대 학사지원부 관계자는 “2일 교원징계위원회의 징계 결과가 최종 발표될 예정”이라며 “아직은 교수신분이지만 징계가 확실히 결정되면 그에 따라 폐강 등의 처분을 달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문과대 학생은 “개강 이후에 강의를 폐지하는 등 징계가 결정되면 결국 그 피해는 또다시 학생들한테 돌아온다”고 말했다. 윤영미(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계가 늦어지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겪을 수 있다”며 “성폭행은 ‘신속함’과 ‘신중함’ 사이에서의 균형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내구성원의 예방노력 부족

 

학교 당국은 2012년 9월 1일 자로 성범죄 처벌에 관한 학칙을 개정하고 2013년 개설된 ‘1학년 세미나’의 강좌로 ‘성인지 감수성 향상교육’을 신설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교내 성추문이 일 때마다 뚜렷한 예방책이나 제도 마련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학생처 관계자는 ‘의대생 성폭행 사건’ 이후 의과대 학생상벌위원회에서 몇 차례 논의가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가해자가 교수인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는데 교수 사회 내에서는 여전히 성범죄 예방노력이 부족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과대 교수는 “구체적 예방책이 없고 교수 개인의 윤리의식에 모두 맡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대학은 성희롱·성매매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연 1회 이상 실시해야해 본교는 연 1회 개최되는 교수의회에서 양성평등센터 담당자가 1시간 정도의 윤리의식 강연을 한다. 이외의 노력으로는 매학기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에서 교내 성범죄 수칙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년도 대학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본교의 교직원 성희롱 예방 교육 이수율은 50.72%로 절반을 겨우 넘기는 정도다.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전문상담원은 “교육과 홍보는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야 효과가 크다”며 “예방교육 참여율은 낮지만 뉴스레터를 보내는 방법으로 교육을 대체한다”고 말했다.
 
학생사회에서도 ‘고대생 몰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임시 중앙운영위원회(위원장=황순영)를 소집하는 등 성범죄와 2차 피해 방지책의 필요성을 논의했지만 논의가 구체적 안건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또한 총학생회 차원의 성범죄 방지책 마련도 미흡하다. 신강산 정책국장은 “총학은 반성폭력위원회에 참여했고 1학년 세미나 과목인 ‘성인지 감수성 향상교육’이 실제 학우들에게 도움이 됐는지 설문조사를 한 번 했다”며 “2학기에 성교육 관련 강연을 개최하도록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 총여학생회 현명희 회장은 “1학기에 페이스북과 쿠플존에 온라인 안전생활백서를 두 번 발행해 안전 정보를 제공했고 2학기에는 더 자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내외 2차 피해는 속수무책

 

피해자는 소위 ‘신상 털기’와 왜곡된 소문 등으로 2차 피해를 입는다. ‘의대생 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 중 한 명과 해당 학생 어머니는 ‘피해자가 인격장애자’라는 식의 설문조사를 행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각 1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각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됐다. ‘고대생 몰카 성폭행’ 사건 역시 외부에 알려지면서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수사를 담당한 경찰서에 ‘언론 노출을 하지 말라’는 식의 항의를 계속했다. 서울성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보도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 왜곡된 소문과 추측이 돌아 피해자들이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며 “범죄 유형 중 성범죄의 2차 피해가 특히 심각해 피해자의 신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열림터’ 문숙영 원장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학생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양성평등센터는 ‘피해자 보호 최우선 원칙’에 따라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에게 수강신청 시 우선권 부여 △피해자 요청 시 출입통제가 가능한 건물에 가해자의 출입 금지 △사제 간 범죄 시 지도교수 바꾸기 등의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교외에서 행해지는 2차 피해 방지는 한계가 있다. 노정민 상담전문원은 “언론이 피해자에게 연락을 하거나 가해자 관련자가 피해자 집 앞까지 찾아와 사정하는 등 교외의 일은 우리의 권한 밖이다”라며 “센터의 ‘성평등문화 지킴이 양지 서포터즈’가 피해자와 함께 집까지 동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의 보도 욕심으로 피해자에 관한 잘못된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한 언론사는 당시 ‘의대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사건 발생 후에도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쳤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노정민 전문상담원은 “당시 피해자는 자신의 신상노출이 두려워 교내 다른 부서에 알리거나 가해자에 대한 별도의 처분을 바라지 않았고 애초부터 같은 건물이나 다른 층의 교실에 배정됐었다”며 “사실이 아니란 것을 언론사에 얘기해 기사를 내렸지만 이미 기정사실화돼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potato@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29호(9월 2일자) 1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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