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 ‘페이지(Pages)’는 페이스북 내 ‘그룹(Group Pages : 특정 단체에 속해있는 이용자에 대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서비스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이 제한된 이용자에게만 정보를 제공하지만 ‘페이지’이용자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콘텐츠를 페이지 ‘좋아요’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생산·보급하는 페이지들이 증가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교육컨설팅 업체 미래소셜미디어 김상현 대표는 “페이지 운영 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페이지 콘텐츠 전략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며 “좀 더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인 결과를 주는 사례들이 증가하면서 현재와 같은 페이지 운영의 모습이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속살이 궁금해
페이지는 크게 홍보를 위한 ‘기업 페이지’와 각종 정보들과 유머, 이슈 자료가 주로 올라오는 ‘커뮤니티 페이지’로 나눌 수 있다. 기업 페이지로는 ‘롯데닷컴’, 커뮤니티 페이지로는 ‘세웃동’과 ‘피키캐스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커뮤니티 페이지의 등장과 이를 활용한 수익구조의 확립으로 페이스북은 인터넷 상의 수많은 콘텐츠의 집결지이자 보고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공감을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그려내 인기를 얻고 있는 ‘아리(A RI)’ 페이지의 운영자 전서연(국민대 의상디자인) 씨는 “휴학하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겪고 느끼는 것들을 가벼운 그림을 통해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었다”며 “광고 스폰이 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순수한 콘텐츠 보급을 위한 마음에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반면 콘텐츠 제공과 더불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커뮤니티 페이지도 존재한다. 유머 게시물과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콘텐츠를 다루는 ‘고갱뉨?다..당황하셨어요?’(고갱뉨) 페이지 관리자 김동하(광운대 경영) 씨는 “페이지의 제휴 개념은 흔히 말하는 ‘스폰서’와 같은 맥락”이라며 “우리 페이지의 성격은 개그콘서트 ‘황해’ 코너의 콘셉트를 모티브로 삼았으며 해당 개그맨의 쇼핑몰 광고를 페이지에 노출시켜 수익을 창출한다”고 말했다.
수익창출과 연동
페이지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증가하고 있다. 맺을 수 있는 친구 수가 5000명으로 제한된 개인 계정과 달리 페이지는 별다른 제한 없이 페이지의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어 마케팅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페이지가 제공하는 통계분석 도구 ‘인사이트(Insights)’는 게시물에 대한 언급과 댓글, 공유 등을 그래프와 도표 등의 성과분석 지표로 제공해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다. 복수의 관리자를 둘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이와 같이 페이지 마케팅은 초기 투자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홍보효과가 크고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데 유용해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미래소셜미디어 김상현 대표는 “페이지 마케팅은 주로 콘텐츠 전략을 통해 진행된다”며 “콘텐츠를 기획해서 포스팅하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소비자들과 긴밀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방식의 마케팅 전략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페이지 마케팅으로 손꼽히는 사례로는 한때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었던 롯데닷컴 페이지의 ‘박스녀’가 있다. 자사의 박스를 뒤집어 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 ‘박스녀’와 직장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게시물들을 통해 롯데닷컴 페이지는 개설 5일 만에 페이지 ‘좋아요’ 수가 5000개이상 증가했다.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기업인 에프토이는 ‘19금)에프토이’라는 페이지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매출증가에 성공했다. 김우현 에프토이 대표는 “성인용품에 대한 사회적인식이 좋지 않은데도 페이지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업계 내 인지도가 증가했다”며 “페이지를 이용한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 페이지 마케팅은 걸음마 단계지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김상현 대표는 “페이스북은 고정적인 팬 층이 두텁고 기업과 기관의 입장에서는 PC 기반의 페이스북이 홍보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인기가 식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리도 있어요
페이지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공공기관 페이지도 속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페이지는 단순한 행정 안내성 게시물에 그치기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과의 공감을 추구한다. 고양이를 캐릭터로 내세운 고양시청 페이지의 관리자는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인기 있는 유머 코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페이지 운영을 통해 고양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의 민원을 댓글로 접수해 하나하나 점검하는 모습을 보여줘 민원에 대한 시정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 역시 범죄자 검거소식과 경찰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재미있게 전달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명 공공기관 페이지 관리자들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페이지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한다. 고양시청 관리자는 “부산경찰, 한국민속촌 등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페이지 운영자들과 만나 서로 피드백을 해준다”며 “훨씬 더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요’ 알바와 부작용
‘고갱뉨’ 페이지 운영자 김동하 씨는 “‘고갱뉨’ 페이지를 ‘좋아요’ 누른 이용자 수는 약 9만 명이지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300만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파급력만큼이나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한 페이지에선 페이지 ‘좋아요’ 개수가 1천 만에 도달하면 추첨을 통해 고가의 승용차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통해 페이지 ‘좋아요’ 개수를 늘리려는 ‘꼼수’를 사용했다. 페이지 ‘좋아요’ 1천만이라는 개수는 실제로 도달 불가능한 수치다. 김동하 씨는 “SNS의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단 시간에 ‘좋아요’를 모으는 페이지들이 있다”며 “이러한 페이지들의 운영자들은 얻은 ‘좋아요’ 개수를 토대로 광고수익을 내거나 아예 페이지를 광고업체에게 파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좋아요’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해외에는 값싼 인건비와 불법프로그램을 이용해 ‘좋아요’ 개수를 증가시켜주는 전문업체가 있는가 하면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몇 번의 검색을 통해서 손쉽게 ‘좋아요’를 눌러주는 알바를 구할 수 있다.
정치적 선동이나 맹목적인 비난의 장이 되는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18대 대선 직후 몇몇 페이지에선 투표용지 사진이 게재되며 부정선거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SNS의 좌경화 방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보수성향 페이지인 ‘애국보수’ 운영자는 “수많은 페이지들이 허위사실로 정치적 선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페이지를 만들게 됐다”며 “허위 선동이 없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성연대 성재기 대표 사망 직후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한 페이지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한국 여자들은 왜 그럴까?’(한여왜) 페이지는 추구하는 목적과 달리 한국여성들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 댓글로 얼룩지고 있다. ‘한여왜’ 페이지 운영자는 “애초 취지는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한 아래부터의 개혁이었지만 남성들의 일방적인 욕설과 비난을 관리자가 어떻게 해결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며 “세부적인 차원에선 운영자의 노력으로 나아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이상의 범위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널리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글| 김정윤 기자 jyk93@kukey.com
일러스트| 최다희 전문기자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0호(9월 9일자) 6면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9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