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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극예술동우회(회장=이상국, 고대극회)가 본교 개교 110주년을 맞아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의 희곡 <벚꽃동산>을 25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연출 이곤(중어중문학과 93학번), 작곡 이승호(전기전자전파공학과 03학번), 예술감독 김기하(사회학과 76학번), 윤색 박춘근(심리학과 91학번) 교우가 참여했다. 배우로는 라네프스까야 역에 예수정(독어독문학과 73학번), 가예프 역에 장두이(국어국문학과 70학번) 교우 등 많은 재학생과 교우 연극인이 참여했다. 100주년 공연 이후 10년 만에 작품을 선보인 고대극회를 만나 이번 <벚꽃동산>을 준비한 과정과 공연현장, 그리고 공연 후의 감회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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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밤낮없이 연습했죠”

여름방학 전체를 <벚꽃동산>과 함께한 고대극회의 연습 현장을 보기 위해 8월 21일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연습실을 찾았다. 5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주중, 주말 구분 없이 매일 나와 연습하고 있다는 사람들이다. “매일 나와 연습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며 “얼마 남지 않은 공연이 한편으론 걱정되지만 설렘이 더 크다”는 윤지서(문과대 독문10) 씨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지만 동시에 기대감이 넘쳐 보였다.

“팜플렛 담당 누가 했어?” 예수정 씨는 들고 온 팜플렛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약간은 화가 난 듯한 표정이다. “공연 준비하는데 이렇게 허술해서 어떻게 해. 담당자 누구야.”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니 표기에서 실수한 부분이 보인다. 이처럼 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신경 쓰며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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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동산>에서 본 현실 사회

8월 26일 다시금 세종문화회관에 발을 디뎠다. 공연시간이 임박하자 취재를 나온 언론인들과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는 교우들, 친구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온 재학생 친구까지 공연장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공연장을 찾은 김인순(가정교육과 72학번) 씨는 팜플렛을 꼼꼼히 읽으며 상기된 얼굴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대극회에 관심이 많아 이전에도 공연을 자주 보러 갔었죠. 아무래도 고대 선후배가 하는 연극을 보면 더 마음에 와 닿고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1.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무대가 밝아진다. ‘드르렁, 드르렁’ 코 고는 소리로 연극이 시작한다. 한 귀족 가문에서 소작인으로 일했던 백만장자 사업가 로빠힌이 등장한다. 소작인으로선 꿈꿀 수조차 없던 조끼에 외투와 구두까지, 현재 그는 자수성가한 부르주아 계층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 벚꽃동산의 지주인 라네프스까야 부인이 돌아온다는 얘기를 듣고 로빠힌은 추억에 잠긴다.

#2. 화려한 장식이 달린 새하얀 옷, 자비롭지만 현실감각이 부족한 라네프스까야 부인이 등장한다. 주정뱅이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어 상실감에 빠진 그는 파리로 떠났지만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 유일한 그의 자산 벚꽃동산으로 다시 되돌아온 것. 5년 만에 돌아온 그를 모두들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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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대에 가장 잘 적응해온 현실적인 로빠힌은 라네프스까야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벚꽃동산을 허물고 별장을 짓자고 권유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과거가 담겨있는 벚꽃동산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로빠힌의 간곡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경제관념이 없는 라네프사까야와 가예프는 벚꽃동산을 팔지 않는다.

 

#3. “지금이라도 영지를 팔고 별장을 지어야 합니다. 제발 제 말좀 들으세요.” 로빠힌의 권고에도 라네프스까야와 가예프는 과거와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제안을 거절한다. 벚꽃동산의 경매일은 8월 12일로 앞당겨지고 그들의 초조함은 더해진다. 한편 라네프스까야의 딸 아냐는 만년 대학생 뜨로피모프의 언변에 반해 벚꽃동산을 떠날 결심을 한다.

#4. 빨라지는 악단의 음악 소리가 흐르고 모든 등장인물이 나와 춤을 춘다. 집안의 파티가 열리고 분주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음악이 멈추고 경매장으로 떠났던 가예프와 로빠힌이 돌아왔다. 기쁨에 흐느끼는 로빠힌의 모습. “제가 샀습니다. 제가…결국 벚꽃동산을 산 겁니다. 나 로빠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동산을 샀단 말입니다!” 동시에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떠나고 절망에 빠진 라네프스까야만 남아 울고 있다. 벚꽃동산의 경매일이 다가오고 라네프스까야는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무도회를 연다. 로빠힌과 가예프가 경매장에서 돌아오고 로빠힌이 벚꽃동산을 샀다는 얘기에 라네프스까야는 엄청난 상실감에 휩싸인다. 로빠힌은 라네프스까야에 대한 미안함과 기쁨이 교차하며 나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5. “안녕, 나의 집! 안녕, 낡은 삶이여!” 벚꽃동산이 경매에 팔리고 라네프스까야와 가족들은 각자 갈 길을 향한 채비를 한다. 자신의 전부라고 느꼈던 벚꽃동산을 상실한 그는 절망감에 빠지지만 막상 영지가 팔리고 나니 다시 옛 연인을 찾아 파리로 떠난다. 라네프스까야의 딸 아냐는 더 멋진 새로운 동산을 찾자며 그의 어머니 라네프스까야를 위로한다. 모두들 벚꽃동산을 추억에 묻고 제 각기 갈 길을 찾아 벚꽃동산을 떠난다.

모든 사람이 떠나고 병든 늙은 집사 피르스만이 집에 홀로 남았다.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 그의 독백에 이어 ‘쿵’ 줄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불이 꺼진다. 일행이 모두 떠나고 홀로 남은 늙은 집사 피르스는 자신의 일생에 회의감을 느끼며 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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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와의 끈끈한 결속을 재확인

공연이 끝나고 신나는 악단 소리와 관객들의 우레처럼 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공연 저 공연 많이 해봤지만, 고대극회 공연은 관객이 다르다’고 교우 배우인 장두이 씨는 말했다. 관객으로부터 오는 에너지가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들을 더욱 밝혀주는 듯 했다.

공연을 마치고 로빠힌 역할을 맡았던 황건 씨의 부인과 어머니가 대기실을 찾았다.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는 황건 씨의 부탁에 카메라를 들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이마와 목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그였지만 얼굴에는 활기가 여전히 가득했다.

그 옆엔 카메오로 출연한 성병숙(임학과 73학번) 교우가 보였다. 드라마에서 ‘아들바보’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는 텔레비전 속 어머니 모습 그대로 따뜻하고 다정했다. 바쁜 일정에도 그는 고대극회 공연에 출연할 때마다 기쁨과 영광을 느낀다고 했다. “선후배가 함께 연극을 할 자리를 마련해서 좋아요. 고대만의 끈끈함이랄까 그런 게 느껴지잖아요.”

 

 

백승주 기자  100win@kukey.com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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