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고연전(정기전)’ 승리를 위해 양교는 잘하는 플레이를 극대화하고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한다. 고려대의 강점인 ‘골밑 장악력’ 발휘 여부는 이번 농구 경기의 최대 승부처다. 고려대 ‘트윈타워’ 이승현(사범대 체교11, F), 이종현(사범대 체교13, C) 선수와 매치업 상대인 연세대 최준용(연세대 스포츠레저13, F), 김준일(연세대 체교11, C) 선수를 만나 상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8월 26일과 28일에 각각 진행됐다.
약점 극복하고 신무기 장착
7~8월에 열린 국제경기의 국가대표팀으로 발탁된 양교 핵심 선수들은 개인 기량이 크게 발전했다. 이종현, 최준용 선수는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FIBA 아시아농구선수권(아시아선수권)’을 치렀고, 김준일 선수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3 하계유니버시아드’에 참가했다. 이종현 선수는 국제대회와 ‘2013 KB국민카드 프로-아마 최강전’을 통해 4쿼터 체력이 향상됐다. 이종현 선수는 “4쿼터 후반 고질적으로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해 후반 집중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김준일 선수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상대한 유럽 선수를 ‘가상 이종현’이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김준일 선수는 “이종현 선수만큼 신장이 큰 외국 선수를 상대하며 힘과 스텝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수비 못 하는 선수’라 칭하던 최준용 선수는 대표팀 훈련을 받으며 수비가 크게 늘었다. 최준용 선수는 “이제는 1대1 수비가 두렵지 않다”며 “이승현 선수의 파워는 상대하기 버겁지만 스피드는 압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현 선수는 방학 기간에 외곽슛을 연마했다. 이승현 선수는 “새벽 운동과 야간 운동까지 합쳐 매일 400개 이상의 외곽슛을 던졌다”며 “경기에서 자신 있게 외곽슛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골밑 볼배급이 원활해야
양교는 8월 28일을 기준으로 2012년 정기전 이후 ‘농구대잔치’ 준결승전, ‘MBC배 대학농구대회’ 준결승전, ‘대학농구리그(대학리그)’ 11차전에서 총 3번 맞붙었다. 고려대는 2승을 거뒀지만 5월 28일에 열린 대학리그 경기에선 58-61로 패했다. 이종현 선수 입학 이후 양교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란 시즌 전 예상과 달리 3경기 모두 10점 차 이내의 승부가 펼쳐졌다. 오히려 연세대는 대학리그에서 고려대보다 나은 경기를 펼쳤다. 대학리그 경기에서 연세대는 고려대의 전매특허인 이승현-이종현 선수 간의 ‘하이-로우 게임’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이승현 선수는 “패스가 미리 차단당해 골밑에서 나와 이종현 선수 간의 볼 배급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선수단 전체의 체력과 스피드를 끌어올려 이종현 선수에게 배급되는 볼을 차단·지연하는 데 집중했다. 최준용 선수는 “고려대의 하이-로우 게임을 막으려면 선수 개인을 마크하기보단 사전에 볼 차단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농구부는 김준일의 향상된 공격력도 경계해야 한다. 이날 김준일 선수는 하이 포스트로 나와 미들슛을 넣어 이종현 선수의 수비를 효과적으로 피했다. 김준일 선수는 “이종현 선수를 공략하기 위해 꾸준히 중거리 슛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현 선수는 “김준일 선수의 당일 슛 컨디션을 보고 수비 거리 조절을 할 생각이지만 ‘못 붙어서 안 붙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서로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양교 파워포워드인 이승현 선수와 최준용 선수는 스타일이 현저히 다르다. 두 선수가 공·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파워포워드 자리의 매치업은 정기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승현 선수는 힘을 바탕으로 한 골밑 플레이로 최준용 선수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이승현 선수는 “내가 최준용 선수보다 힘이 좋으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준용 선수는 “그동안 이승현 선수를 1대1로 막을 때 애를 먹은 만큼 선수를 마크하는데 집착하기보단 리바운드를 늘리고 파울 실수를 줄이는 데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준용 선수는 외곽슛 능력을 극대화해 골밑에 자리한 이승현 선수를 괴롭힐 예정이다. 가드 출신인 최 선수는 201cm의 신장에도 외곽슛과 스피드가 좋다. 최준용 선수는 “공격 시엔 스피드가 느린 큰 선수를 외곽으로 끌고 나와 1대1 공격을 해 외곽슛을 자유롭게 쏘는 내 장점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승현 선수는 “수비 시 골밑은 내가 뚫려도 이종현 선수가 도움 수비를 해줄 수 있기에 최준용 선수가 마음대로 외곽슛을 못 쏘도록 적극적으로 달라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선수는 대학 최고 수준의 점프력과 블록슛 능력을 검증받았지만 ‘파워 부족’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준일 선수는 힘이 좋아 상대방을 밀어내는 수비에 능하다. 힘에서 밀리면 골대에서 멀어져 야투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김준일 선수는 이종현 선수를 막느라 파울 관리를 하기 힘들다. 김준일 선수는 대학리그 경기 내내 이종현 선수와의 힘싸움에서 밀리지 않았으나 4쿼터 종료 1분 전에 5반칙 퇴장 당해 15점차까지 벌어졌던 리드가 2점차까지 좁혀지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준일 선수는 “이종현 선수 하나만 막는다고 고려대 골밑을 봉쇄할 순 없다”며 “이종현, 이승현 선수 모두 하이-로우 게임을 펼치지 못하도록 고려대 골밑 전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종현 선수는 “적극적인 돌파로 초반부터 김준일 선수의 파울을 유도해 최대한 빨리 코트 밖으로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트윈 타워’는 분명 인지도와 기량 면에서 대학 최고의 수준에 올랐다. 하지만 비정기전에서 연세대 최준용, 김준일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트윈 타워’도 꼭 못 이길 상대는 아니란 전망이 커지는 추세다. 고려대 ‘트윈 타워’가 명성대로 연세대 골밑을 제압해 정기전에서 팀 승리를 이끌지 주목된다.
문채석 기자 hot@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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