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이 가장 기대하는 연례행사 중 하나는 9월 말 열리는 고연전이다. 고연전이 다가올 때마다 설레는 것은 매년 같지만 올해 고연전은 더욱 특별하다. 8월 31일 MBC ‘무한도전’의 ‘정기전 응원 프로젝트’가 공개된 것이다. 학기가 시작되자 학내 곳곳에서 무한도전 팀이 출몰하자 학생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고연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무한도전 팀의 연습실을 13일 찾았다.
‘노을만 붉게 타는데…’ 고려대 응원가 ‘붉은 노을’이 끝나기 무섭게 유재석(남·42) 씨가 응원단 김도윤(사범대 수교12) 씨를 타박했다. “도윤아, 너 방금 손 틀렸지. 마무리 동작 주먹 아니야.” 도윤 씨가 뒤늦게 손을 펴며 멋쩍게 웃었다. 쉴 새 없이 다음 응원가가 흘러나왔다. 같은 팔 동작이 반복되는 ‘민족의 아리아’다. 하동훈(남·35) 씨가 힘 있는 팔 동작을 거듭하다 지친 듯 의자에 앉아 절규했다. “난 엘리제가 더 좋아. 아리아 (하다가) 죽어. 죽어” 동훈 씨의 투정이 익숙한 듯 정우송(공과대 전전전12) 씨가 “그래도 응원할 땐 아리아가 멋있어요. 특히 무반주 부분에서 다 같이 노래 부를 땐 소름 끼쳐요” 하며 동훈 씨를 다독였다. 동훈 씨가 짬짬이 휴식을 할 때도 재석 씨는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고연가-고대를 노래하라’ 응원에서는 응원단 못지않게 재석 씨도 “우리의! 불타는! 젊음을! 외쳐라!” 하는 구호를 힘있게 외쳤다.
기자가 연습실을 찾았을 때 응원 연습은 거의 마무리 된 상태였다. 녹화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시간대가 맞는 무한도전 멤버와 고려대 응원단이 무한도전 연습실에서 만나 매일같이 연습한다. 이제는 동작 암기보다 세세한 동작의 각도나 ‘멋’을 살리고 있다. 간혹 동작을 헷갈려 하기는 했지만 거의 완벽한 응원 동작을 구사했다. 몸을 뒤틀어 만세를 취하는 동작에서 도윤 씨가 가볍게 발을 함께 털어주자 동훈 씨가 멋있다며 연신 같은 동작을 연습했다. 재석 씨가 “그거 잘못하면 되게 웃겨” 하며 동훈 씨를 만류했다. 힘든 동작에 ‘꼼수’도 부렸다. 동훈 씨는 연속된 응원 연습 속에 남녀 동작의 난이도가 다른 ‘샹젤리제’가 나오자 하이라이트인 뛰는 동작에서 슬쩍 여성단원의 동작을 취했다. 웃음보가 터져 나오자 동훈 씨는 “여자 단원들은 이 부분에서 이렇게 머리도 털어주더라”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8월 31일 방영된 무한도전 응원 프로젝트 첫 방영 후에 포털 사이트 댓글난은 ‘강압적인’ 고려대 응원단에 대한 악플로 가득 찼다. 그러나 직접 지켜본 연습상황은 ‘강압’보다는 ‘천진난만함’에 가까웠다. 응원단원은 나이 차이가 있는 재석 씨와 동훈 씨에게 ‘형’이라며 친근하게 다가섰고, 재석 씨와 동훈 씨는 다른 단원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와, 너희는 그러면 수능을 엄청 잘 본 거야?” 잠깐 사이에도 이들 사이에 새로운 대화 주제가 형성됐다. 재석 씨는 어린 학생에게는 대학 입학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서로 많이 다르지만 이들의 대화에 어색함이란 없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우송 씨는 재석 씨에게 나중에 ‘형광등’ 갈 때 불러달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재석 씨는 앞으로도 압구정 오면 연락하라는 말을 보탰다.
박영일 기자 nulleins@kukey.com
기사원문 고대신문 1731호(9월23일자)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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