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꺼내 ‘시리’에게 페이스북을 실행하라고 말했다. 이내 페이스북이 실행된다. 페이스북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친구의 얼굴에 자동으로 이름이 태그 된다.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자비스’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이미 빠르고 정확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기술 경쟁에 들어갔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에 ‘M’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개인비서 서비스를 탑재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M’은 인공지능을 통한 응답과 페이스북 직원들이 직접 응답하는 기능까지 담고 있다. 인공지능과 실제 인간의 응답으로 알고리즘에 의존해왔던 아이폰의 ‘시리’보다 더 높은 정확도를 보일 것이라고 페이스북은 기대하고 있다.
▲ 주재민 일러스트 전문기자 |
사람과 대화하는 인공지능: 자연어 처리
애플의 ‘시리’나 삼성의 ‘S보이스’, LG의 ‘Q보이스’ 같은 스마트폰 개인비서 서비스는 ‘자연어 처리’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다. 카메라를 실행하라든가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말하면 그 말을 인식하고 실행한다.
기계가 사람의 말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력장치를 통해 들어온 0과 1로 이루어진 음성 데이터를 텍스트로 변환한다. 이후 자연어처리 기술을 적용하여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분석한다. ‘오후 날씨는 어떤가?’를 예로 들자. 우선 ‘오늘 날씨는 어떤가?’라는 문장을 가장 작은 형태소인 ‘오후’, ‘날씨’, ‘는’, ‘어떤’, ‘가’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렇게 입력된 텍스트를 통해 어떤 품사를 나타내는지 분석한다. ‘날씨’이라는 명사와 ‘는’이라는 조사를 인식한 이후 형태소 분석 정보를 토대로 구문분석 과정을 거쳐 의미관계를 분석한다. 구문분석이란 사용자의 말을 명사구, 동사구, 형용사구 등 특정 기준을 가지고 구분하고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분석해 주어, 목적어, 수식어구들을 파악한다. 예시를 든 ‘오후 날씨는 어떤가?’를 구문분석하면 ‘오후’, ‘날씨는’, ‘어떤가’로 구분된다.
이런 구문분석을 통해 ‘오후’이라는 수식어구와 ‘날씨는’이라는 주어를 기계가 인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화행(話行)분석을 통해 인간의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한 것인지를 분석한다. 화행분석이란 사용자 말의 의도를 분석하는 작업으로 사용자의 말이 질문인지 요청인지 문장의 의도를 구분하는 것이다. 분석을 통해 사용자가 ‘오후 날씨는 어떤가?’라는 질문을 했다면 사용자가 원하는 답을 데이터베이스나 웹 검색 등을 이용해 찾는다. 검색을 통해 현재 위치의 날씨에 대해 ‘성북구 오후 비’라고 찾아냈다면 다시 문장형태로 만드는 언어 생성과정을 거쳐 ‘오후에는 비가 올 것입니다’처럼 완전한 문장으로 나타낸다.
빅 데이터로 꽃 피우다: 데이터 마이닝
인간은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 이후 다양한 데이터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쏟아져 나오며 정보의 대홍수 속에 살게 됐다. 점점 쌓여가는 다양한 유형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발달하며 인공지능은 전환기를 맞았다.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은 많은 데이터 속에서 ‘금’과도 같은 정보를 캐내는 것이다. 임해창(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데이터마이닝과 같은 기술로 사람이 발견하기 어려운 유용한 정보를 알아내는 것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경영자들은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찾아 경영전략에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 서점은 책을 구매하기 위해 책을 누르면 ‘이 책을 구매하신 분들이 다음 책도 구매하셨습니다’라는 목록을 제공한다. 사이트에서 추천해주는 책은 추천 대상이 사고자 하는 책일 확률이 높다. 고객들의 구매데이터 사이에서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으로, 만약 ‘맨큐의 경제학’을 샀다면 ‘맨큐의 경제학 연습문제 풀이’도 산다는 관계를 알아내 소비자에게 ‘맨큐의 경제학 연습문제 풀이’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김현철(정보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추천의 원리는 수천 명의 구매 데이터를 통해 A 책을 사면 B 책도 산다는 것을 인공지능시스템이 알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시스템이 축적된 구매데이터를 통해 A 물건을 산 사람이 B 물건도 산다는 것을 스스로 추론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활용범위 더욱 넓어져
인공지능의 활용 분야와 능력은 확장하고 있다. 무인자동차 분야가 그중 하나이다. 아우디와 BMW, 구글에서는 자동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을 개발했다. 아우디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5 CES에서 자동주행 시험 시스템을 탑재한 콘셉트 카 ‘프롤로그(Prologue)’를 공개했다. 프롤로그는 레이저 스캐너, 카메라,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자동차의 위치를 인식한다. 또한, 브레이크를 작동하거나 때에 따라서는 자동 추월도 가능하다. 현대기아차에서 생산하는 제네시스에는 주행 조향보조시스템이 탑재돼 자동차가 주행 시 자동으로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준다. 시스템 작동 중에는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고 앞차와의 간격이 가까워지면 스스로 감속한다. K3에도 스스로 주차할 수 있는 주차 조향보조시스템(SPAS)이 도입됐다. 차량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를 통해 주차 가능영역을 찾아 핸들을 자동 제어해 주차를 보조해준다. 사용자는 페달만 밟아주면 된다.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예술의 영역인 음악에서도 로봇은 알고리즘을 통한 작곡을 시도하고 있다. 음악의 규칙을 분석하고, 음계를 조합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예일대의 컴퓨터 과학 강사인 도냐 퀵(Donya Quick)은 2014년 발표한 논문 ‘쿨리타(Kulitta: a Framework for Automated Music Composition)’에서 ‘1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 쿨리타가 만든 곡과 사람이 만든 곡을 섞어 어떤 곡이 사람이 만든 곡인지 평가하도록 한 결과, 쿨리타의 연주곡은 ‘사람이 만든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딥 러닝으로 능력이 향상된 인공지능은 인간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분야까지 능력을 확장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an Hawking) 박사는 2014년 12월 2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인공지능이 지적·물리적 능력 측면에서 인류를 크게 앞지를 것”이라며 “진화의 속도가 느린 인간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이, 21세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경주 기자 race@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