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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4:12

편입학 제도의 불편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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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編入). 사전적 의미로는 ‘이미 짜인 한 동아리나 대열 따위에 끼어들어 감’ 이다. 매년 10만 명이 훨씬 넘는 편입 준비생들이 그 ‘대열’에 들어가기 위해 편입을 준비한다. 정부는 매년 대학 편입학 인원을 줄여보려 하지만, 뜨거운 편입 경쟁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편입학 제도의 종류는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이 대표적이다. 일반편입은 정원 내 편입학이라, 신입생 정원의 범위 내에서 여석이 발생한 경우 선발한다. 보통 대학을 2학년 이상 다닌 사람이 지원한다. 학사편입은 정원외 편입학으로, 입학정원의 2% 이내로 선발하게 돼 있다. 학사편입은 학사학위 소지자나 동등 학력이 인정되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대부분 대학의 편입학 전형이 일반편입과 학사편입 공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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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2시 교대역 근처에 위치한 한 편입학원에서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사진│서동재 기자 awe@kukey.com

영어성적에 치중한 입학전형

국내 대학의 편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영어능력이다. 대학의 편입학 전형요소는 △영어시험 또는 공인영어성적 △전공시험 △서류평가 △면접 및 구술시험 등인데 영어가 갖는 영향력이 다른 요소에 비해 막강하다. 이에 대학이 편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의 전공이나 역량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인 잣대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외대는 인문계열의 경우 학과를 불문하고 자체 영어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한국외대 입학처 관계자는 “본교는 다양한 언어를 가르치는 학교이기 때문에 가장 보편적으로 영어 성적을 선발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본교를 비롯한 대학 대부분이 1단계에서 공인영어성적 혹은 자체 영어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1단계에서 합격하면 2단계에서 대학마다 전형에 따라 면접, 전공시험 등을 치른다. 하지만 2단계에서도 영어성적의 비중이 80%(한양대 인문계열), 60%(성균관대 인문계열), 80%(중앙대 인문계열) 등으로 높다.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영어에 치우친 편입제도는 학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2012년에 학사편입에 합격한 김경수(성균관대 건축학12) 씨는 “편입을 준비할 때 단순히 영어 위주로만 편입생을 선발하는 게 이해가 안 갔다”고 말했다. 편입준비생 장홍석(남·23) 씨도 “대학이 나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영어성적이라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형료는 10만 원에 육박해

대학이 편입학 전형을 단순화하는 건 다방면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입학은 일반입학과 달리 모집인원이 적어, 따로 입학전형을 섬세하게 만들어 학생을 모집하면 그에 따르는 행정적, 재정적 비용이 발생한다. 김도식(건국대 철학과) 교수는 “입시는 효율성도 중요하다”면서 “영어 성적을 기준으로 하면 순위를 측정하기가 쉽고, 제일 간단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학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편입학 전형을 단순화한다고 하지만, 이는 변명일 뿐이라는 의견도 많다. 2015년 모집요강을 기준으로 서울 주요 사립대의 편입학 전형료는 10만 원에 육박한다. 본교는 8만 원, 연세대 12만5000원, 한양대 6만 원(인문계열), 서강대 8만 원(인문계열), 성균관대 9만 원 등이다. 이들 대학이 1단계 불합격자에게 환불해주는 금액은 1만 원에서 2만5000원 정도로 전형료의 15%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다니며 편입을 준비하는 강 모(여‧24) 씨는 “수많은 지원자들로부터 비싼 전형료를 받으면서 대학이 ‘재정적 부담’을 논하는 건 수험생으로서 납득하기 힘들다”며 “대학이 편입학 제도를 보완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입시 수단이 된 학점은행제

평생교육을 위해 생긴 학점은행제도가 편입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학사편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사학위가 있거나 14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학사편입 준비생이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주로 학점은행제를 이용하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개인 사정 등으로 고등교육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1998년에 만들어졌다. 정규 대학에 다니지 않고도 전문학사 또는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한유경(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의 논문 ‘편입학 제도의 실태 분석 및 개선 방안 모색’에 따르면, 학사편입학생 중 80% 이상이 일반대학을 졸업한 학사가 아니라 학점은행제 등 평생교육기관을 통한 학사이다. S평생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평생교육원 학생 중 90% 정도는 사실상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편입준비생은 재학 중인 대학의 수업보다는 시간제 수업(온라인 강의) 등을 통한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학교에 직접 갈 필요가 없어 학점 취득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기 때문이다. 학사편입을 준비하는 편입준비생 박 모(여·22) 씨는 학교에 다니며 학점은행제를 통해 시간제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수업이 배움의 목적보다는 편입을 위해 학점을 그저 채우는 의미가 더 크다”면서 “실제론 그냥 컴퓨터에 창을 띄어놓고 딴짓을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평생교육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편입학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학점은행제로 이수한 학점의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 김도식 교수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사편입 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이수한 프로그램과 학점의 내실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집인원 줄지만 여전히 높은 경쟁률

교육부(구 교육과학기술부)는 2012년 ‘지역대학 발전방안’의 내용으로 대학 편입학 인원을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방 대학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이 많아, 지방 대학이 위축된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일반 편입 모집 정원이 2012년 대비 2013년에 25% 가까이 줄었다. 본교 안암캠퍼스만 해도 2011년 305명이었던 편입정원이 2012년엔 314명, 2013년엔 277명으로 줄더니 2014년엔 177명, 2015년엔 197명으로 5년 새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편입학 지원자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해커스편입의 ‘2015학년도 서울 및 수도권 주요 40개 대학 모집 인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일반+학사) 편입학 지원자 수는 2012년 20만163명에서 2015년 11만6752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주요 수도권 사립대의 편입 경쟁률은 여전히 20대 1을 넘긴다. 본교 안암캠퍼스의 2015년도 편입학 전형은 모집인원 139명에 3063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경쟁률이 22:1에 달했다. 서강대는 22명 모집에 1527명이 몰려 경쟁률이 69.4:1이었고, 성균관대도 63.9:1이었다. 이 외에도 연세대(17.7:1), 이화여대(19.9:1), 중앙대(28.9:1), 한국외대(24.4:1), 한양대(42.9:1) 등 주요 사립대 편입에 대한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전체 대학의 편입학 모집 정원은 줄어드는데, 일부 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유지되는 것은 결국 편입생의 지원 목표 대학이 서울 유명 사립대에 집중되는 것을 방증한다. 올해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에 편입한 이 모(여·24) 씨는 “편입 정원이 줄어들면 오히려 몇 개 주요 대학에 학생들이 몰려 결국 더 박 터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편입생을 차별하는 학사행정

일부 대학은 편입생에게 다른 학사행정을 적용하기도 한다. 성균관대는 편입생에게 복수전공을 비롯한 연계전공 및 자기설계융합전공을 모두 허락하지 않는다.

 

편입학한 서창호(성균관대 수학13) 씨는 “컴퓨터공학과로 복수전공을 하고 싶지만, 학교 방침상 할 수 없었다”며 “다른 학교는 대부분 편입생에게도 복수전공을 할 수 있게 하는데, 우리 학교는 왜 안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성균관대 입학처에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연세대의 경우엔 학사편입생에게만 복수전공을 허락하지 않는다. 연세대 학사지원팀 김인하 과장은 “학사편입생은 전공을 끝내고 들어왔기 때문에 복수전공의 필요성이 낮고, 남은 4학기 동안 본 전공에 다른 전공까지 이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연세대 학사편입생은 교직이수가 불가능하다. 학사편입생인 김 모(연세대 영어영문13) 씨는 “취업을 위해 비편입생도 상경계열로 복수전공을 많이 하는데, 왜 학사편입생들에겐 허락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내가 등록금을 더 내고 추가학기를 하겠다는데,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들은 편입이 아직 대학사회 내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구성원들에게 무관심한 존재로 남아있다고 말한다. 편입학도 하나의 입학전형인데 학교가 비편입생들과 행정적으로 차별을 두면 결국 ‘편 나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편입생 지원 프로그램 필요

편입생들에 대한 대학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편입의 경우 편입학한 학생은 3학년으로 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신입생과 다를 바 없다. 행정절차 시기가 비편입학 신입생과 달라서 편입생은 새로배움터(새터)와 같은 학교 신입생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 나중에 편입생만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긴 하지만, 형식에 불과하다는 게 편입생들의 이야기다. 서창호(성균관대 수학13)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수강신청 방법이나 학교와 수업에 대한 안내만 간단히 했었다”면서 “그 이후에 전적대 수업에서 인정되는 과목에 대한 안내와 같은 피드백이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편입생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학점 이수에 대한 지도 등 학교의 세밀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편입생은 전공 변경에 따른 이수 과목의 문제나 전공 커리큘럼 상 상이한 내용을 제대로 알고 싶어한다. 이은비(인문대 영어영문12) 씨는 “4학년 1학기 때 전공 졸업요건에 꼭 들어야 하는 교양수업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수강신청을 못 했다”면서 “그 수업 듣기 전에 선 수강해야 하는 또 다른 수업이 3개가 있다는데, 초과학기를 해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학과별로 편입생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도식 교수는 “우리 과에서는 신편입생이 들어오면 기존 편입생과 전과생, 다중전공생 등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학과 차원에서 설명회를 연다”면서 “실질적으로 과 차원에서 편입생을 위한 지원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강수환 기자  swan@kuk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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