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3일간 민주광장에서 동아리연합회(회장=김근우, 동연)가 주최한 가을축제 ‘위잉위잉(We-ing We-ing)’이 열렸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의성어 ‘위잉위잉’은 학생들 스스로 주체가 돼 축제를 만들어나가며 그 속에 진심어린 고민을 담아내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축제를 통해 학생들은 어떤 의미를 찾았을까. 축제 현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
나눔이 깃든 가을축제
15일 낮 2시, 테이블 위 물품들 앞에서 고민하던 두 학생이 빨간색 가방 안에 선물을 골라 담는 모습이 보였다. 직접 만든 기부백을 편지와 함께 학내 미화노동자들에게 전달하는 ‘기부백(Give Back)’ 프로젝트다. 학내 미화노동자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하기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3일간 124개의 기부백이 완성됐다. 김민지(생명대 환경생태12) 씨는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미화노동자 분들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계셔서 할 수 있는 일이 적었다”며 “좋은 기회를 만나 기쁘다”고 말했다. 동연은 21일부터 기부백을 미화노동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기부백 부스 건너편에서는 책갈피에 붙일 꽃을 고르는 여학생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 ‘평화나비’가 기획한 부스에는 ‘꽃, 나비, 소녀’라고 써진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행사를 담당한 강민수(문과대 심리13) 씨는 “‘나비’의 날아가는 모습은 해방을 상징하고 ‘소녀’는 빼앗긴 젊음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부스에서는 찾아온 학생들이 직접 만든 책갈피와 에코백을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책갈피에 압화를 붙이는 아이디어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평소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압화작업을 하는 데서 착안했다. 책갈피를 구매한 김동현(사범대 국교15) 씨는 “평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은 것이 죄송해서 작은 마음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축제 마지막 날 오후, 민주광장 한가운데에 특별기획전 ‘학생회관:기억의 미로’가 전시됐다. 최근 학생회관 리모델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자 동연은 학생들이 앞으로의 학생회관을 고민하도록 학생회관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민주광장은 △대학문화의 길 △사회참여의 길 △자치의 길 △공간의 길이 차례로 이어지는 미로를 따라 써진 글을 유심히 읽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 중 사회참여의 길에는 4.18 구국대장정과 2013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서 시작해 학생 중심의 축제를 상상하는 지금의 학생들의 모습이 담겼다. 박세휘(사범대 교육14) 씨는 “학생 자치의 중핵인 동아리들의 고민이 절실히 묻어났다”며 “이번 축제를 통해 스스로도 학생자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이 만들고 주인공 된 무대
축제기간 동안 밤이 되면 어김없이 민주광장 메인무대가 공연장으로 변했다. 윤종신·유희열 가요제, 안암 따라락페스티벌, 올스타 열린무대, 패거리들 등의 공연 현장에서 기업 부스나 연예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번 가을축제를 준비한 김홍기 안암청춘단장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축제의 중심이 되는 것을 기조로 삼았다”고 말했다.
학내 5개 패의 연합공연 ‘패거리들’은 그 준비 과정부터 공연까지 학생들의 진지한 고민이 녹아났다. 16일 오후 6시 반, 무대 앞 맨 앞줄에 자리 잡은 외국인 학생 10명이 문선패가 공연하는 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이 땅에 살기 위하여’, ‘민들레처럼’, ‘청계천 8가’ 등이 차례로 울려 퍼지며 평소 지나가며 듣던 대중가요와는 확연히 다른 감성을 자아냈다. 문선패 ‘돌개바람’ 정아현(정경대 정외14) 패장은 “민중문화를 알리기 위한 공연을 직접 기획하면서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공간을 스스로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래패 ‘비상’의 김동현(사범대 역교13) 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바라보고 높낮이 없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며 “이 시대의 문제와 대안적 메시지를 담은 공연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홍기 안암청춘단장은 이번 축제를 통해 다소 무거운 주제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학생들이 다가가기 쉽게 전한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연대’, ‘학생자치활동의 장벽 해소’와 같은 주제를 학생들이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본래 인촌기념관과 학생회관 내부에서만 진행되던 동연 가을축제는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워 작년부터 민주광장에서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모든 학생들이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요세피나 기자 kur@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