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민주광장이 작은 정원으로 변신했다. 플라타너스 나무들 사이를 잇는 노끈에는 각종 영화 포스터와 아기자기한 장식이 주렁주렁 달렸고, 작은 나무에는 꼬마 전구들이 매달려 반짝였다. 붉은 블록이 상징이었던 광장에는 초록 인조잔디가 깔렸고 그 위에는 캠핑용 의자들과 빔 프로젝터, 하얀 벽이 세워졌다.
▲ 가을 밤, 학생들이 Little Forest Festival에 모여 공연을 즐기고 영화를 감상했다. |
본교 중앙영화제작동아리 ‘돌빛’은 ‘문화가 있는 날’을 맞이해 9월 30일 ‘Little Forest Festival’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 축제는 ‘가을, 쉼, 그리고 영화’를 주제로 하며 오후 7시부터 단편, 독립, 자체제작영화 10편을 상영했다. 영화 상영 전엔 사진전과 그림 전시를 비롯해 흑인음악동아리 ‘TERRA’, 아카펠라동아리 ‘LoGS’등 음악 동아리의 찬조 공연 등이 이어졌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돌빛 기획단은 ‘우리가 좋아하는 문화를 같이 즐기자’는 의도로 축제를 기획했다. 이소정(문과대 국제어문13) 씨는 “일상 공간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그림, 사진, 음악, 영화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여유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축제가 시작되는 오후 7시 즈음이 되자 날이 어둑해지면서 등나무 천장에 매달린 노란 전구들이 은은하게 주변을 비췄다. 영화 시작에 앞서 계절에 어울리는 어쿠스틱 음악이 민주광장에 퍼졌다. 음악을 들으며 고개를 까닥이는 학생들은 축제의 주제처럼 여유를 느끼는 듯 했다. 본교 주변에서 사는 박종관(남·42) 씨와 그의 아내도 아기와 산책하다가 분위기가 좋아 들렀다고 했다.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됐다. 관객 대다수는 자리를 지키고 영화를 감상했다. 섹션1의 두 번째 영화 <그녀의 연기>는 배우 공효진 씨 출연작으로, 민주광장을 지나치던 학생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느새 민주광장 잔디밭에는 학생과 주민 10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쳤고, 재미있는 장면에서는 함께 웃고, 인상적인 장면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탁 트인 영화관이라 가능한 풍경이었다. 기획단 김형민(공과대 전기전자10) 씨는 독립영화를 ‘숨은 보석’이라 비유했다. 김 씨는 “영화 동아리만 즐겼던 보석들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거리감을 깨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을 태양을 가득 담은 풍성한 플라타너스 잎들이 영화관 지붕처럼 둥글게 민주광장을 덮었다. 선선한 날씨와 잔잔한 영화는 민주광장에 가을을 안겨줬다. 간이 의자에 몸을 맡기거나 잔디에 앉아 영화를 즐기는 모든 학생들은 그 순간만큼은 가을과 쉼, 그리고 영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사진┃조현제 기자 aleph@
이지영 기자 easy@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