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대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 안암총학)와 이공계캠퍼스 7개 단과대 학생회가 8월 31일부터 9월 18일까지 ‘중문’ 개방 서명운동을 실시했지만 안전문제와 여론형성 절차에서 반론이 제기됐다. 이공계 캠퍼스 ‘중문’은 2011년 11월 7일 준공된 우정정보통신관 공사 당시 공사자재 운반을 위해 임시로 만들어진 문으로 현재는 담이 세워져 통행이 불가능하다.
▲ 일러스트│김예진 전문기자 |
중문 개방, 안전 문제부터 해결해야
안암총학과 7개 단과대 학생회는 중문 개방의 주된 이유로 학생들의 캠퍼스 안과 밖 이동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 이공계캠퍼스 학생들이 참살이길로 이동하려면 이공계캠퍼스 정문과 노벨광장 방면 후문을 이용해야 한다. 중문이 생기면 직선으로 갈 수 있어 약 150m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덧붙여 이들은 이공계 캠퍼스 정문으로 가는 길은 가파른 언덕길이라 겨울에 길이 얼면 미끄러질 수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학생들은 언덕이 있는 북문 대신 후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민동규 생활복지국장은 “중문 개방으로 여러 가지 불편한 사항들을 해결해 학생들이 편안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공사가 끝난 직후 학교 측은 중문 개방 여부를 두고 논의했지만 수업방해,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개방하지 않았다. 권진택 시설부 주임은 “당시 건물 근처에서 통행이 이뤄지면 교수님들의 수업에 방해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정보통신대학(현 정보대학) 학사지원부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권진택 주임은 “3~4명이 다닐 만한 좁은 골목길에 중문이 개방되면 등하교시간에 학생들이 그곳으로 몰릴 것”이라며 “중문 근방이 급경사인데다 곧바로 도로와 이어져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안암총학과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학교 측이 우려하는 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김태현 공과대 학생회장은 “과속방지턱이나 볼록거울 설치를 성북구청에 문의하는 등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여론 형성과정에서 문제점 드러나
안암총학은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을 내세우거나 관련 설명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안암총학은 ‘중문 개방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정보대학 교수님들의 반대, 인근 거주민의 민원 등으로 학생들의 요청은 4년째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라고 쓰여진 허니문 프로젝트 관련 게시물과 오프라인 서명지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설부는 2011년 이후 지금껏 개방 요청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권진택 주임은 “공문으로도, 구두로도 개방 요청과 관련한 연락이 한 번도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회도 중문 개방요청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김태현 공과대 학생회장은 “과거 정보통신대학 학생회에서 한 번 얘기가 나온 정도라고 안다”고 말했다. 2014년 공과대 학생회장이었던 서재우 안암총학생회장 역시 “작년 중문 개방과 관련해 공과대나 다른 단과대에서 진행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재우 총학생회장은 “‘4년째’가 아니라 ‘4년 전’에 중문 개방을 요청했다는 맥락을 드러내려고 했다”며 “수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암총학과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들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채 서명을 받는 것에만 집중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서명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옆에서 막 서명했던 친구가 나에게 ‘저게 뭐 하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며 “서명만 받고 설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경대 후문 근처에서는 서명 참여를 부탁받은 한 학생이 “서명을 받기 전 이에 대한 설명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때서야 총학생회 집행부원이 설명을 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민동규 생활복지국장은 “해당 부분은 직접 목격한 적이 없어 인정하기 어렵다”며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명지 왼쪽 부분에 설명이 있기에 문제 없을 것”이라 말했다.
김진철 기자 steel@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