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세종캠퍼스에 기록자료실이 설립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기록자료실은 본교의 교육, 연구 및 행정업무와 관련해 생산된 모든 형태의 기록물 수집과 체계적 보존관리를 담당한다.
제 기능 못 하는 기록자료실
이미 5년 전 본지에서는 세종기록자료실의 항온, 항습, 폐쇄회로감시장치, 재난방지시설의 미설치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현재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새로 설치된 CCTV는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비가 많이 와 기록자료실에 물이 넘치거나, 겨울에는 라디에이터가 터져 물이 새기도 했다. 김재년 학술정보 지원팀 과장은 “현재 습기제거를 위해 에어컨만을 작동시키고 있다”며 “물품들이 산화하지 않도록 약품 처리를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도 기본적인 항온, 항습, 방재, 방범시설조차 설치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본교 세종캠퍼스 기록자료실에는 트로피, 홍보 팜플렛, 홍보대사 제복 등 1500여 점의 기록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개교 초기 물품이나 소장가치가 있는 희귀자료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김재년 과장은 “장비와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기록자료실 관리가 안 되고, 관리가 안 되니 사람들이 희귀물품들을 기증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도 인력도 부족해
현재 기록자료실의 크기는 교수 연구실 3개를 합쳐놓은 정도로, 학내의 모든 기록을 담아내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학사관리규정에 따르면 행정담당 부서들이 처리한 행정기록물 중 가치가 있는 자료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록자료실에 이관돼야 하지만, 공간이 좁아 행정기록물을 보관할 자리가 없다. 7년 동안 기록자료실을 관리했던 권오봉 노동조합 세종부지부장은 “행정부서 담당자들은 기록자료실에 이관되지 않은 자료들을 폐기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어 과거의 기록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기록자료실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세종기록자료실은 하나의 독립된 기구이지만 2007년 설립 당시부터 배정 정원 자체가 없어, 학술정보 지원팀에서 관리를 맡았다. 지난 학기 초까지는 기록자료실만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없는 상태다. 현재는 김재년 과장이 사서 업무와 기록자료실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안암 기록자료실 김상덕 부장은 “기록관리는 전문적이고 방대하기 때문에 전임자를 둔다고 해도 일이 넘친다”며 “전담인력이 한 명도 없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연간 세종기록자료실에 투입되는 예산은 박물관운영비 100만 원, 물품소모비 100만 원 수준이다. 안암 기록자료실에 지원되는 예산이 연간 4500만 원인 것과 비교된다. 권오봉 지부장은 “연초마다 학교 측에 사업계획과 함께 기록자료실에 대한 예산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본부 측은 부족한 예산으로 기록자료실에 대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창배 기획조정팀장은 “학교 예산 문제로 장학금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문에 먼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록자료실은 당장 학교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록물에 대한 인식 변해야
대학 내 기록자료실은 학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정보나 당시의 학교 상황 같은 역사적 자료를 다룬다는 점에서 치밀하게 관리돼야 한다. 한국기록학회 황진현 편집간사는 “기록물은 행정업무를 위해 활용하거나 법률적인 일을 해결할 때 빛을 발하는 증거적 가치, 기록을 통해 대학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역사적 가치, 두 가지의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안암 기록자료실은 전담직원이 2명으로, 교내 여러 부서의 기록물을 이관, 분류하거나 외부의 자료들을 수집, 구입하며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국가기록원, 대학 등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안암 기록자료실은 다양한 학술적, 교육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백주년기념관 1층에서는 주기적으로 기획전시를 열고 있으며, 유진호 전 총장이 쓴 헌법 초안 친필본 등 희귀자료들을 기증받아 학술책을 편찬하여 헌법사 연구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상덕 안암 기록자료실 부장은 “기록자료실은 학교가 걸어온 역사와 전통을 보여준다”며 “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 기자 june@kuk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