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갔다와서 느낀게 많이 있어 글을 남깁니다.
스탠포드 대학교를 방문하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일단 교문에서 본관까지 차를 타고 달리는데, 중간에 우리 학교가 10개는 들어갈만한 엄청난 크기더군요.
다른 주로 넘어가는 길인줄 알았습니다.
등록금 2500만원에, 실비 다 합치면 1년에 5000만원을 넘게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 미친 등록금이 다 어디 가나 했는데, 학교 모습을 보니 알 수 있겠더군요.
애플의 폴 알렌이 기부한 건물, 빌게이츠가 기부한 건물, HP에서 기부한 건물..
캠퍼스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고, 도시이며, 랜드마크였습니다.
캠퍼스에 돌아다니는 버스 노선만 해도 5개가 넘는것 같고, 주말에도 온통 불이 환하게 켜져있더군요.
스탠포드 대학교는 기념품 샵만 3층 규모고, 강남 유니클로보다 네배는 넓었습니다.
진짜 대학교중의 대학교, 초 대학교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대학교 정문 앞의 길 카페에는 학생들이 아니라, 온통 벤처 투자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고, 야망있는 학생들이 졸업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스탠포드 대학교보다 더 대단한 곳이 멀지 않은 곳에 또 있습니다. 바로 싱귤래러티 인스티튜트죠.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세운 교육 기관이며, NASA와 구글이 후원하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 인류가 맞을 중대한 도전에 대비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라는 목표로 10주간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첨단과학, 미래학, 융복합에 대한 교육을 받고 창업에 나서는 것이 교육과정입니다.
NASA의 에임스 연구센터의 길이 300미터가 넘는 초대형 비행선 격납고 하나를 개조해서 거기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회적인 초 유명인사들이 교수진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트 서프, 선의 창업자인 존 게이지, 퇴역 우주인 댄 배리 박사,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뭇 교수 등등..
학생들도 아주 엄청나죠. 올해 19살인데 MIT박사과정인 사람도 있고, 20대 초반의 백만장자.. 1600명의 지원자중 80명이 선발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예비 우주인으로 유명했던 고산씨가 최초로 다녀왔죠.
4주간 나노공학, 컴퓨터, 우주, 에너지, 인공지능, 로봇, 바이오테크, 미래학, 환경학, 물리학, 에너지 등을 배우고, 법, 정책, 윤리, 금융, 기업가정신, 경제학 강의에... 다음 3주간은 이런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을 방문하고 그들과 토론합니다. 그 3주동안 팀을 구성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활용해 향후 10년간 10억명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주간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마지막날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합니다. 학생과 교수진 뿐만 아니라 유명 기업의 CEO와 벤처캐피털도 초청되고, 그 자리에서 직접 투자를 결정하고 사업화 하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을 실제로 목도하며 나는 정말 우물안 개구리라는걸 느꼈습니다. 눈물이 맺힐만큼 무섭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이제 저런 괴물같은 사람들이랑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저는 이미 스물 여덟입니다. 남들은 외국에서 스무살때부터 초인적인 경력을 쌓아오고 제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HSBC 이사 자리까지 올라가서 기업 M&A 미팅에 나오는데, 저는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네요. 그 기분 아실까요? 중학생때는 다 서울대 카이스트 갈 줄 알았다가 고등학교 3학년 첫번째 모의고사를 보고 느끼는 그런 기분. 이젠 더 이상 꿈꿔온게 가능성으로 넘치는 꿈이 아니라 이젠 현실임을 준비해야 하는 기분.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 앞에서 피칭하고 각종 교육을 받고 돌아오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회사 분위기는 대충 이래요. 이제 투자받는건 확정적이고, 어느 회사에게 투자 받는게 유리할지를 결정하는 단계만 남은거래요. 투자를 받은 다음에는 회사 크기를 키우면서 본격적으로 서비스 오픈을 하게 되고, 아마도 실리콘밸리로 회사를 옮긴 다음 거기서 6개월간 일하다 잠시 한국에 돌아오는 식으로 일할것 같데요.
싱가폴 항공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12시간동안 대표님과 기획자분 사이에 앉았는데, 기획자분은 스토리보드를 그리고, 대표님은 코딩을 하고 있더라구요. 기획자분 스토리보드를 그리는걸 보고 우리 앱이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 하고 의견을 전달하는데, 대표님이 절 잡으며 “넌 개발자고 걔는 프로젝트 매니저야. 일하는데 참견하지 마” 하시는겁니다. 제 입장에선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의견 개진을 할수도 있는데 왜 이런담, 하고 생각하며 뾰루퉁하게 있었는데.. 대표님이 다시 한마디 하십니다.
난 지금 실험을 하고 있다. 쟤는 나에게 기획자로서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까지 데려와서 수백만원짜리 수업 듣게 한건데 여기 니가 이런 저런 노이즈를 집어넣어서 순수하게 쟤의 능력을 보지 못하게 하면 안된다. 니가 기획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건 알고 있다. 만약 니가 기획을 하고 싶다면, Why not? 니가 기획을 할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너랑 쟤중 둘 중 한명만 고를거고, 둘이 경쟁해서 능력이 부족한 한명은 회사를 나가야 한다.
너 역시 개발자로서의 능력을 테스트 받고 있는거고, 앞으로 우리 회사와 함께 할 수 있는지를 검증받고 있는거다. 니가 만약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나는 같이 갈 수 없다. 나중에 입사한 사람들이 널 추월해서 더 높은 직급에 올라가도 난 배려해줄 수 없다. 넌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한참 느려, 성실하지도 않아. 안되면 죽도록 노력해, 계속 노력하라고. 하고 칼같이 끊어 말합니다 ㅠㅠ
요새 심적으로 많이 후달립니다. 회사에서 내가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는 사실, 심지어는 같이 일하는 개발자분과 기획자분이 다 저보다 어려요. 하지만 두명 모두 자기 맡은 일 다 해내고, 굉장히 성실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생각만큼 제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사실.. 전 훌라 게임 하나 배우는데 1시간 넘게 보고도 아리까리 한데, 대표님은 10분동안 규칙 설명을 듣더니 남이 무슨 카드를 갖고 있는지 다 알고 판돈을 쓸어가더라구요. 하드웨어가 딸림을 여실하게 느꼈습니다.
미국 가기 전 주에는 회사에서 4박 5일동안 집에 가지 않고 일했습니다. 그렇게 해도 실력이 잘 늘지 않는게 시간만 낭비한 기분이더라구요. 여러분, 꿈에서 깨어나야해요.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셔야되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랑 섞여서 서로를 비교하며 하향 평준화 되면 안되요. 하나밖에 없는 인생인데 더 올라갈 수 있는 기회, 그런 기회라곤 우린 오직 남들보다 젊은 나이 하나밖에 없어요.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실천하지 않는 사람에게 꿈은 그냥 꿈으로만 남을 뿐이에요.